바젤III 조기 도입 만지작, 은행 안정성 '우려'

  • 송고 2020.04.06 13:40
  • 수정 2020.04.06 13:41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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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 비율 상승으로 자금공급 확대 부담 완화?…장기적 은행 경영 안정성 커질 수도

"부분적 바젤 III 도입 매우 이례적인 조치"…은행 넘어 정부 신뢰도 저해시킬 우려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은행의 자금공급도 늘리는 동시에 은행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바젤Ⅲ 최종안을 조기도입하기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은행 경영 안정성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은행의 자금공급도 늘리는 동시에 은행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바젤Ⅲ 최종안을 조기도입하기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은행 경영 안정성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은행의 자금공급도 늘리는 동시에 은행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바젤Ⅲ 최종안을 조기도입하기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은행 경영 안정성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 자본규제인 바젤Ⅲ 최종안을 당초 계획보다 1년 반 이상 앞당겨 시행한다고 결정했다.

바젤Ⅲ 최종안은 기업대출 중 무담보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 부도시 손실률을 각각 45%→40%, 35%→20%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손실률이 낮아지는 만큼 은행은 기업대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다.

신용등급이 없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는 100%에서 85%로 하향 조정된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 대출 시 은행의 자본 부담이 줄어들게 되고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오르는 효과도 낼 수 있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위험자산에 대한 자기자본 비율로, 은행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BIS비율이 높을수록 손실흡수능력이 높다. 지난해 말 BIS기준 총자본비율은 은행이 평균 15.25%, 은행지주가 평균 13.54%로 안정적인 편이다.

현재 은행권이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안정을 위한 각종 지원으로 BIS 하락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경영 안정에 긍정적 요소를 더하겠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바젤Ⅲ 방안을 시행하면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을 중심으로 BIS비율이 크게 상승하는 등 기업자금 공급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자본여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극복 등을 위한 실물경제 자금 공급 확대 및 금융시장 안정 프로그램 참여 등에 있어서 은행이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바젤Ⅲ 최종안 조기도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국내 은행규제를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개편하고 은행권의 BIS비율을 향상시킴으로써 은행권의 해외자금 조달 및 해외진출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시중은행들의 BIS비율이 1%~4%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도입 초기에는 자본 부담이 줄어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본 부담이 크게 늘어나 은행의 경영 안정성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바젤 III 최종안은 위험가중치 평가 방식인 내부등급법이 표준모형법 대비, 금융 리스크를 과소평가하는 것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자본하한을 마련해 위험가중치의 판단기준을 높이는 제도다.

내부등급법은 BIS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하는 방법 중 은행이 내부 데이터와 위험관리시스템을 활용해 기업의 신용위험을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말한다. 감독 당국이 제시하는 기준에 따르면 표준모형법이라고 한다.

당초 바젤위원회가 결정한 것은 내부등급법의 리스크 과소 평가를 상향조정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지만,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출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바젤 III 가운데 자본비율 상향에 긍정적인 부분만 조기 도입해 BIS 비율 개선을 유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3대 금융그룹(신한·KB·하나)의 위험가중자산은 표준방식 대비 60% 내외로 72.5%로 상향 조정할 경우 2.1%포인트의 자본비율이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최종안 부분 도입으로 50% 이내로 하락한 후 다시 상향 조정하게 되면 급격한 자본 부담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감독당국의 부분적인 바젤 III 조기 도입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은행의 경영 안정성에 부정적인 요소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은행의 대내외 신뢰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 연구원은 "은행산업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산업으로 국내외 신용평가사로부터 정기 또는 비정기적으로 경영 안정성을 평가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 자본비율은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수준을 말하는 것으로 단순히 기준을 변경해 비율을 높인다고 신뢰가 제고된다고 볼 수 없다"며 "더욱이 위기 발생 시 기준 변경은 시장에서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자칫하면 은행뿐만 아니라 정부의 신뢰도를 저하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그는 "위기의 확대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서 정부는 은행의 시스템 안정성 제고를 위해 은행의 충당금 적립 수준을 높이고, 한계 채무자의 채무재조정을 활성화하도록 유도해 위기에 대응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반대로 은행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은행의 안정성이 약화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음. 왜 미국 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은행이 안정적으로 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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