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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두 혁신가…'아이디어맨' 유광열, '게임체인저' 원승연

  • 입력 2020.06.03 08:15 | 수정 2020.06.03 08:40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유광열 수석부원장, 조직에 생기 부여…새로운 문화 제시한 '레인메이커'

원승연 자본시장 부원장, 직원들에 금융감독자 정신 되살린 '게임체인저'

혁신을 이끌던 두 명의 부원장들이 곧 금감원을 떠난다. 유광열 수석부원장<사진왼쪽>은 조직문화에 생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레인메이커였다면, 원승연 자본시장 부원장<사진 오른쪽>은 금감원이 가야할 길을 뒤바꿔 놓은 게임체인저 역할을 맡았다고 볼 수 있다.ⓒebn혁신을 이끌던 두 명의 부원장들이 곧 금감원을 떠난다. 유광열 수석부원장<사진왼쪽>은 조직문화에 생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레인메이커였다면, 원승연 자본시장 부원장<사진 오른쪽>은 금감원이 가야할 길을 뒤바꿔 놓은 게임체인저 역할을 맡았다고 볼 수 있다.ⓒebn

혁신가는 도처에 깔린 규제와 싸우며 이전에 없던 것을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금융 규제를 만들고 그것을 실행하는 금융감독원도 자신들을 둘러싼 고정관념과 낡은 규제에 대해서는 저항감을 갖는다.


금감원의 혁신은 외부인이 촉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부 출신 리더가 던지는 질문과 의구심을 통해 기존 인식과 타성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변화는 시작된다.


금감원은 부원장 인사를 앞두고 있다. 새로 올 인물은 미정이지만, 떠날 부원장은 예정돼 있다. 혁신을 이끌던 두 명의 부원장들이 곧 금감원을 떠난다.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업무문화를 제시한 레인메이커(rainmaker)였다면, 원승연 자본시장 부원장은 금감원이 가야할 길을 바꾼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맡았다고 볼 수 있다.


금감원에서 수석부원장 자리는 '경계인'으로 인식된다. 경계인은 금융위와 금감원에 모두 속하면서 동시에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자다. 그렇기 때문에 경계인은 혁신가가 될 수 있다. 양쪽 세계에 필요한 변화와 두 세계의 융복합을 촉진할 수 있어서다.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전신)에서 공직 생활에 입문한 유 수석부원장은 금융위의 정책 수립 기능과 금감원의 시장 감독자 역할을 경험했다. 지난 3~4월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유동성 문제를 직면한 유 수석부원장은 "나는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세 곳 기관에서의 경험 덕분에 정책과 행정 기능 이 퍼즐을 순조롭게 맞출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윤석헌 원장은 최근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임기동안 그의 개혁 화두는 소비자보호 기능 강화와 종합검사 재가동과 같은 하드웨어에 방점을 뒀다. 그 이면에는 '일하는 방식'의 진일보가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시작된 소프트웨어 혁신이 자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조직 문화다.


유 수석부원장은 "디지털 금융 시대가 시작됐는데 조직 문화가 과거에 머무르면 하드웨어적 혁신도 요원하다"면서 열린 문화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열린 문화는 탈권위와 다양성 및 창의성을 보유한 금감원의 새로운 인식의 장을 말한다. 여기에는 케주얼데이와 함께 자유로운 소통, 토론 문화도 포함돼 있다. 금감원은 그간의 경직된 조직 이미지 탈피와 함께 유연한 근무환경이 조성 될 것을 기대 중이다


이와 함께 유 수석부원장이 여의도 증권거리가 '흡연청정지역'이 되도록 직접 뛴 일화는 유명하다. 이 거리는 '월척의 꿈'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있어 물고기거리로 불리지만 증권맨들의 오랜 흡연구역으로 변질돼 있었다. 유 수석부원장은 증권업계 사장들과 함께 흡연 자제 문화를 만들도록 독려하면서 증권거리가 증권맨들의 문화의 거리로 조성되도록 지원했다.


유 수석부원장이 금감원의 문화와 인식 변화를 강조했다면 원승연 부원장은 금감원의 야성과 투지 회복을 촉진시켰다. 민간 기업에 기업가정신이 있다면, 금감원엔 감독자정신(watchdog spirit)이 있다.


시장과 자본권력의 위법성을 감시하는 금감원은 워치독으로 태어났다. 금융시장의 위험을 먼저 감지하고 경고음을 내고 위법 사항엔 원칙에 따른 문책이 주된 임무다. 그 위험을 감지하는 일은 크게는 종합검사, 작게는 테마검사 및 점검 등으로 나뉜다.


이런 워치독 업무들이 최근 몇 년간 멈추면서 금감원은 '짖지 않는 워치독'이란 오명을 얻었다. 이런 상황이었던 2017년 취임한 원 부원장은 금감원 20년 역사상 가장 강하게 워치독 부활을 강조해온 임원으로 평가받는다. 그리하여 직원들은 감독자로서의 야성과 투지를 회복했지만 금감원의 자강론은 다른 한편으론 상위기관 금융위원회엔 부담으로 작용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 원 부서장 인사에도 훈수를 두던 금융위도 원 부원장 재직 기간엔 거리를 뒀다"면서 "외부엔 강성 임원으로 알려졌지만 원내에선 외풍을 막아주는 바람막이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원 부원장 취임과 함께 금융권에는 많은 사고가 발생했다. 자연히 자본시장 부문에서는 다양한 검사가 진행됐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부정,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건 등 삼성 관련 이슈들이 중심에 있었고, 부수적으로는 금융위와 갈등이 전제될 수밖에 없는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설립, 금융위에서 독립된 인사권 단행이 있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양립불가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시스템에 대한 원 부원장의 저항으로 해석한다.


원 부원장은 직원들이 금감원이 워치독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반추하도록 독려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는 공정한 질서를 지속하려는 누군가의 사명감과 노력 없이는 쉽게 생기지 않는다는 시각에서다.


이런 일환으로 원 부원장은 지난달 국내 자본시장 상황을 망라한 '자본시장 위험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우리 금융 시장이 보유한 위험을 직면할 수 있어야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나 다른 위험 징후를 살필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이 보고서는 3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우리 증권사들이 대규모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 사태로 위기를 겪었지만 글로벌 증시 반등, 한미 통화스와프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증권사 시스템 리스크 측면에서 예전보다 정교한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경고음을 내놓는다.


이 경고는 '워치독' 정신이 금융 시장의 질서와 안정을 지속하는 추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뜻한다.


원 부원장은 현재 직원들과의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보고하러 오는 직원들에게 워치독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프로페셔널리즘, 사명감, 자부심을 갖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펴달라는 당부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한 직원은 "원 부원장은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금감원을 지키는 바람막이를 자임했는데 향후 금감원이 중립지대에 계속 서 있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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