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P2P시장…터졌다 하면 대형사건

  • 송고 2020.07.16 01:00
  • 수정 2020.07.15 17:06
  • EBN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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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펀 '돌려막기' 혐의로 경찰 수사 중…차주 없는 '허위대출' 가능성도

금감원 "경찰이 먼저 수사 중, 말씀드릴 게 없다"…사전인지 못 했나

넥펀 경찰 수사 안내 공지사항ⓒ넥펀

넥펀 경찰 수사 안내 공지사항ⓒ넥펀

P2P업의 법제화를 눈 앞에 두고 대형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법적 사각지대에서 양적 팽창을 거듭해오며 키워 온 거품이 터지고 있는 국면이다. 법제화 전 투자자들은 투자 시 업체가 대출자산 신탁화 등 보호조치를 마련했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한다는 제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에 "넥펀 민사소송 문의", "넥펀 사태 의뢰드립니다" 등 넥펀 투자자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넥펀 사태와 관련한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넥펀은 신규 투자자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 원리금을 상환하는 '돌려막기'를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지난 9일 넥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와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넥펀이 차주와 짜고 허위로 대출을 일으켰는지 등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넥펀은 투자상품의 특징으로 근저당을 설정한 중고차를 담보로 중고차 매매상사에 대출한다고 설명해왔으나, 실제로는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을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된 전체 투자 상품 1809건(누적 대출액 610억2187만원) 중 근저당을 설정한 자동차 담보대출 상품은 2건(대출액 4337만원)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한 질의에 화난사람들 측 변호사는 "넥펀이라는 회사가 이러한 투자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영업상 사기죄 및 유사수신행위법에 따른 처벌이 예상된다"며 "지금 상황에서 넥펀 업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면 기소 이후에 배상명령 절차를 통해 구제받거나 별도의 민사소송제기를 통해 피해금을 회복하실 것을 권한다"고 답했다.


넥펀 투자자들은 카페, 단체채팅방 등을 결성해 단체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대형로펌을 포함한 법무법인과 접촉할 예정이다. 넥펀 측으로부터 정상적인 투자금 상환이 어려워져서다. 넥펀은 경찰 수사를 이유로 영업중단을 선언하고 직원들도 모두 해고했다. 자체 공시에 따르면 넥펀의 대출 잔액은 251억4567만원에 달한다.


넥펀은 공지를 통해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이 어떻게 종료될지 알 수가 없어 금일(9일)부터 투자자분들의 투자금반환은 어려울 것 같다"고 알렸다. 투자자들 항의가 이어지자 넥펀은 "수사 중에는 예치금 출금 등 세이퍼트 거래가 불가하오니 양해 부탁드리며, 가상계좌 내의 예치금은 수사 종료 후 반환될 예정"이라고 기존 공지를 수정했다.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돌려받아야 할 차주가 아예 없는 허위 상품이라면 투자금 상환은 더욱 난망하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넥펀은 자사 유튜브를 통해 직원이 매매상사에 상주하며 중고차 거래를 모니터링하는 영상을 게재했다고 한다. 현재 넥펀 유튜브는 모든 콘텐츠를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자에게 투자금이 안 나갔으면 사기다"라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건이 신기한 게 보통은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먼저 인지하는데, 방배경찰서가 압수수색하는 등 흐름을 보면 당국도 몰랐던 것 같다"며 "금융당국이 P2P업을 전수조사하겠다고 하는데 언론보도를 보면 조사인력은 8명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P2P검사업무를 맡고 있는 한 금감원 직원은 "기본적으로 넥펀은 경찰 쪽에서 먼저 수사 중인 건이어서 저희가 말씀드릴 건 크게 없다"며 "현재 (경찰과)같이 (공조)하고 있는 것은 없다. 지금 저희 검사팀은 다 출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P2P업계 대형사고는 이 뿐만 아니다. 검찰에 따르면 팝펀딩 대표 A씨와 물류총괄이사 B씨는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홈쇼핑 납품업체 등 34개 차주업체를 내세워 허위 동산담보평가서 등을 작성한 뒤 이들 업체에 운영자금 등을 대여하는 대출상품을 취급할 것처럼 속여 6개 자산운용사(551억여원)와 개별투자자 156명(3억여원)에게 모두 554억여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받아 가로챈 혐의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온투법에 의해 정식 업체로 등록 마감 시점까지 사기 피해 사례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투자자들은 담보물이나 대출자가 존재하지 않는 '유령 대출'등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P2P대출 피해민원 중 유령상품을 통한 '허위 대출'이 가장 많았다. 2015년 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접수된 총 2990건의 피해 민원은 허위 대출 58.2%(1740건), 투자금 회수 지연 25.8%(770건), 무등록 불법영업 8.3%(248건), 자금 횡령 180건(6.0) 순이었다.


P2P투자자들은 법제화 전 보수적으로 접근하되 투자를 결정할 때는 해당 업체가 투자고객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놨는지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장치가 자산을 제3자에게 맡겨 일정한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신탁'이다.


개인신용 P2P업체 렌딧의 경우 신한은행과 예치금 및 투자 채권에 대한 신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투자고객의 투자금과 대출고객의 상환금을 모두 신한은행에 신탁 재산으로 위탁했다. 투자금은 오직 대출금 집행과 원리금 상환을 위해서만 사용된다.


8퍼센트도 투자금을 NH농협은행에 회사 자금과 별도로 예치·신탁해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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