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만남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전날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위)와 암호화폐 거래소 20곳과의 첫 대면회의에 참석한 거래소 대표가 분통을 터뜨리며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최근 암호화폐 업계는 '어쩌면 우리도!' 하는 기대감이 감돌았다. 조만간 은행연합회에서 금융당국과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들 간의 만남이 예고됐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
특히 이른바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를 제외한 중소 거래소들은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을 발급받지 못해 폐업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이번 금융당국과의 직접 대면은 무척이나 소중한 자리였을 테다.
하지만 기대만 너무 컸던 걸까. '혹시나' 했던 기대감이 '역시나'로 뒤집힌 것은 단 하루면 충분했는데 사연을 들어보니 언뜻 그 내용은 좌절스럽기 까지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거래소 관계자들은 금융위에 실명계좌 발급의 어려움을 거듭 호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은행은 사기업이라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의 답변 이후 우리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느냐 "며 "금융위가 암호화폐 주무부처로 지정된 이후 긴급하게 마련한 보여주기식 자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기자 역시 허탈한 마음에 처음 떠올렸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결국 '안하무인'으로 고쳐 쓰게 됐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시중은행과 거래소의 부담이 막중해진 상황에서 "사기업인 은행에 금융당국이 관여할 수는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은 어떤 정당성을 부여받게 될까.
무기력함이 실려온 30여분 간의 통화를 마치고 나니, 문득 금융위 슬로건 '혁신적 금융, 포용적 금융, 신뢰받는 금융'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그리고는 기자 역시 의미 없는 무기력함을 스스로 꺼내본다. 우리 금융당국은 정말 암호화폐 산업을 단 한 번이라도 너그럽게 포용하려 한 적이 있었을까? 대한민국 암호화폐 산업은 '혁신·포용·신뢰' 중 어느 골짜기를 건너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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