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칼럼] 탄소중립 정책 '플랜B' 담아야

  • 송고 2021.11.08 08:00
  • 수정 2021.12.01 11:16
  • EBN 관리자 관리자 (rhea5su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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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가 연일 화제다. 이번 총회는 파리협정에서 탈퇴했던 미국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파리협정으로 복귀한 후 갖는 첫 총회다.


세계적으로 주요 선진국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COP26에서 전 지구적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방안을 제시하는데 성공하지는 못했다. 과연 우리는 다가오는 기후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최근 발표된 IPCC 6차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도 상승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음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이미 1.1도씨 상승을 넘어섰기에 1.5도씨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파리협정의 목표는 더 멀어진 것 처럼 보인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3~4도씨 이상 상승하게 되는 위험구간도 발생가능한 시나리오 범위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지구생태계는 유기체처럼 복잡해 이 같은 온도상승은 거대한 규모의 기후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COP26에 앞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세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설정했다. 이를 쉽게 수정할 수도 없도록 탄소중립 기본법에 아예 못을 박았다.


그러나 정작 세계 최대 배출국인 중국 시진핑 주석은 COP26에 불참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투자를 포함한 인프라 딜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COP26에 실질적인 선물을 제공하기 힘들게됐다.


세계 탄소 배출량의 28%와 15%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의 감축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1.5%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이 온 경제의 속살까지 깎아내야만 하는 최고 수준의 목표를 제시하게 된 셈이다.


우리는 지구온도 2도씨를 넘어 3도씨까지도 상승할 수 있는 이른 바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글로벌 배출량의 1.5%를 배출하는 우리나라가 잠재 경제성장률을 훼손하는 탄소중립과 NDC 정책을 펼칠지라도 다른 대규모 배출국의 감축 없이는 기후위기를 피할 수 없다. 그 경우 우리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가 자문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지난 10월 18일에 공개된 정부의 탄소중립 최종 정책에는 ‘기후적응’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적응이라는 단어는 단 두 차례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기후변화가 그만큼 심각한 문제라면 온실가스 감축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적응 정책도 진지하게 고려돼야 한다.


미국 조 바이든의 재건정책인 Build Back Better은 예산 확보 면에서 비록 지금 난항을 겪고 있지만, 미국 제조업과 건설업을 기후위기에 강건한 형태로 재편한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여기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마스크 조차 제대로 공급할 수 없었던 미국 제조업 공동화 현상에 대한 위기의식도 한 몫 했다. 지난 7월 14일 EU가 발표한 탄소국경조정제 역시 EU 역내 제조업이 역외로 이전하는 탄소누출을 막는 것을 제도의 도입 취지로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기후위기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회복탄력성을 갖춘 경제구조로 재편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지속가능한 환경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윈-윈 전략으로 달성할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세계 주요 배출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실질적으로 달성하지 못할 경우의 '플랜B'도 마련돼야 한다


지금의 탄소중립 정책은 지극히 긍정적인 희망 메시지로 채워졌다. 경제정책에는 희망의 비전도 분명 필요하지만 복잡하고 변동성이 높은 시대에 경제 각료들은 언제나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지극히 노력하고 잘한다고 극복할 수 있는 것이 기후위기가 아니다. 지구적 차원의 협력, 대단한 비용과 희생이 수반되는 협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지금이 바로 플랜B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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