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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ESG금융–트리오도스 은행의 사례

  • 입력 2021.11.25 06:00 | 수정 2022.01.07 00:36
  • EBN 관리자 관리자 (rhea5su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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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한국사회투자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한국사회투자

필자는 지난 글에서 은행의 기본 책무인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강조하면서 개인과 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구성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은행(Social Bank)의 탄생 필요성과 역할을 강조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나라 사회적은행의 성격인 서민금융, 포용금융, 사회적금융의 한계점을 제시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한국 사회적은행의 성공 모델로 사회적은행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은행인 유럽의 트리오도스(Triodos) 의 모델을 소개하고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은행 구조조정으로 인한 서민자금 공급 축소)

80년대 고도성장기 한국 경제의 대표적인 성장모델인 대기업(재벌) 집중 육성 정책은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대기업의 연쇄도산으로 대형 금융회사들의 대규모 부실화를 초래하였고 이를 계기로 정부는 은행산업의 대형화, 전문화, 국제화에 초점을 맞춰 금융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은행 수는 약 50%로 줄어들었고, 반면 총자산 규모는 평균 3배 가량으로 크게 증대되었다. 이에 따라 신협 등과 같은 서민금융회사들의 자산도 크게 늘었으나 서민들에게 공급되던 신용자금은 오히려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금융기관들이 자산건전성 등 깐깐해진 감독 규정에 맞추려고 신용대출보다는 부동산 등 안전자산 담보대출에 치중한 결과로 판단된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저고용 구조의 고착과 산업의 고도화로 오히려 서민과 영세기업의 자금수요는 크게 증가하였으나 이들에 대한 자금 공급 역할을 수행하는 저축은행, 상호금융과 같은 금융회사의 자금공급은 크게 부진했다.


서민들은 대부업체와 사금융에서 높은 금리로 자금을 융통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등 더 이상 서민금융기관이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생각된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서민자금 공급 한계)

정부는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소외된 저신용, 저소득 계층에 대한 포용적 금융 서비스 제공의 목적으로 2016년 '서민금융생활지원법'을 제정하고 서민금융진흥원을 설립하여 금융회사 출연금, 대기업 기부금, 휴면예금 등의 재원으로 서민금융의 기능을 보완하는 정책 서민금융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2020년 이전 사용되던 신용등급 기준 6~10등급 저신용자와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창업, 운영, 생활안정 자금을 직접 대출하거나 보증하는 방식으로 지원되고 있다. 자영업자에게 창업자금을 제공하는 미소금융, 상호금융회사를 통해 보증부대출로 이루어지는 햇살론, 은행의 새희망홀씨 대출, 대환대출상품인 바꿔드림론(종료)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실제 대출을 취급하는 현장에서는 대출금을 떼일 염려가 높은 저 신용자에게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 서민 자금 공급의 마지막 방어선인 대부업체마저 4~6등급 대출을 늘리고 7~10등급의 대출은 대폭 축소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공급하는 서민대상 공적 자금 규모가 서민들의 자금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충분치 않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사회적경제기업을 위한 자금 공급 한계)

2012년 사회적기업육성법,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기업 수는 현재 약 30,000여개에 이르고 있고 2020년 9월 말 대출잔액은 약 1.2조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공급되는 자금규모 대비 규모가 크지 않고 이 또한 신용보증서나 물적 담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신용이나 관계를 통한 관계금융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서민이나 사회적경제기업의 자금 수요는 매우 높은 것에 비해서 신용이나, 담보 여력이 없는 자금수요자에게 제공되는 금융서비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 약자를 위한 사회적은행, 트리오도스 은행)

트리오도스(Triodos) 은행은 사회적은행(Social Bank)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탄탄한 성장을 하고 있다. 은행법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되면서도 사람, 환경, 수익을 함께 고려하는 독특한 운영원칙과 사업구조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1968년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금융을 연구하던 은행가, 경제학자, 컨설턴트가 모여서 시작한 연구모임이 확대된 트리오도스 재단이 은행의 모태이다. 사회적가치를 지향하는 시민 44,000명이 모여서 정식 설립되었고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벨기에, 영국, 스페인, 독일, 프랑스에 지사가 설립·운영되고 있다.


1997년 증권거래소에 투자할 수 있는 사회가치펀드(Impact Fund)를 만들고 사회가치가 높은 주식과 채권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트리오도스는 사회적가치를 지향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기 위해서 은행 자체는 증권거래소에 주식 상장을 하지 않고 있다.


트리오도스는 인간의 존엄성, 환경보호, 사람들의 삶의 질 증대를 목표로 고객에게 지속가능한 금융 상품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또한 핵심가치로 ▲가치 중심 서비스 및 상품 제공 ▲고객과 장기적 관계 지향 ▲가치금융의 선두기관을 내세우고 있다.


트리오도스는 다음과 같은 사업원칙들을 세우고 이를 위반할 시에는 이사(회), 경영진, 직원 등을 가리지 않고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1)모든 업무에 있어 사회적, 환경적, 재정적 영향을 고려한 지속가능 개발 촉진

2)사람, 사회, 문화의 다양성 존중하고 UN세계인권선언의 목표 지지

3)긍정적인 환경 영향 창출 지원

4)모든 행동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이해관계자에 전념

5)사업의 모든 측면 지속적 개선

6)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국가의 법적 요건 준수


트리오도스는 2019년 기준 72만명의 고객을 바탕으로 순익이 12% 증대하여 약 39백만유로(540억원)를 달성했다.트리오도스가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대출, 예금, 자본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가치 기반 금융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고객에게 믿음을 주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트리오도스는 2020년 회계결산 기준 자산 200억 EURO(28조원)로 우리나라 지방은행 정도 규모로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이다. 다만 순이익은 27백만유로(380억원)로 우리나라 지방 은행들(지방 시중은행 평균 약 2,000억원)보다 훨씬 작은 규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가치금융에 집중하면서 기인하는 당연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트리오도스은행은 예대 마진이나 대손·투자 리스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우리나라 은행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트리오도스 은행의 투자·대출 심사 프로세스의 첫 번째가 대상기업의 지속가능성으로 재무적 수익과 동시에 사회, 문화, 환경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가가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아무리 수익성이 높아도 상기 투자 제외분야는 엄격히 배제된다.


우리나라 사회가 더욱 고도화되면서 금융 양극화는 계속 심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서민·중소기업의 자금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기존의 서민금융, 사회적금융 제도로 이러한 자금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면 이제는 이런 자금공급 기능을 민간이 맡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사회적은행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는 정부에 의한 일방적인 자금공급보다는 민간에서 자금의 조달과 융통이 가능토록 수신이 가능한 사회적은행이 필요한 이유이고 이는 기존 은행법에 예외규정을 두거나 특별법으로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정치권에서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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