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스타트업은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변화에 따른 크고 작은 문제의 원인을 찾아 혁신적으로 해결하면서 빠른 성장을 추구한다. 그 과정에서 나만의 아이디어, 기술이 탄생되고, 이것이 결국 큰 돈을 벌게 해 주는 사업의 비밀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스타트업 대표는 그 비밀을 공개하지 않은 채 혼자 사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 경영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고 오래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다. 아니 계속 경주해야만 하는 결승선 없는 여정과 같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오랜 속담인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과 같이 여정을 같이 할 동행인을 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스타트업의 여정에서 대표는 공동창업가, 투자가(주주), 직원, 고객, 협력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들, 즉 공동창업가, 투자가, 직원들을 잘 만나고 떠나 보내는 것이야말로 기업성공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 신화는 스티브 워즈니악이란 최고의 동업자가 있어 가능했고 구글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테슬라도 일론 머스크 뒤에 J.B.스트라우벨과 같은 유능한 5명의 공동창업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뛰어난 공동창업가들의 시너지로 NHN, 네이버, 컴투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당근마켓,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야놀자 등과 같은 성공한 스타트업 유니콘들이 배출되고 있다.

공동창업가는 비전을 공유하지만 각자의 전문성으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책임을 분담하여 의사결정 실패위험을 감소시킨다. 무엇보다도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창업 초기에 서로에게 버팀목의 역할로 사업의 기틀을 다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업 구상단계부터 공동창업가가 같이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창업가가 먼저 사업을 시작하고 동업자를 구하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어떤 동업자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회사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같은 꿈과 비전을 바탕으로 각자의 전문성으로 시너지를 내고 끝까지 비밀을 지키며 삶을 함께 하는 반려자와 같은 사람'이지 않을까 본다.

레퓨테이션닷컴의 마이클 퍼틱은 바람직한 공동창업가의 조건으로 1)상호보완적인 기질, 2)다른 전문 분야 경험, 3)유사한 작업 습관, 4)자급자족 능력, 5)함께 일해 본 사람, 6)빠른 정서적 회복, 7)완벽한 정직성, 8)편안함과 자신감, 9)서로 좋아하는 성격 10)동일한 비전 등 10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운 좋게 최고의 공동창업가를 만나 사업에 시동을 걸더라도 회사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J 커브 곡선을 그리려면 또 다른 조력자가 필요한데 이는 투자가이다. 투자가는 자금을 대는 사람이라고 여겨지지만 돈과 함께 시간과 노력도 투입하여 도와주는 경영의 동반자라 할 수 있다.

좋지 않은 투자자는 운동화 속의 돌멩이처럼 기업에 도움은 커녕 걸림돌로 작용하고 심하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창업가 및 경영진과 동거동낙할 수 있고 창업가가 지치거나 힘들 때 격려하는 등 멘탈도 챙겨줄 수 있는 투자자라면 더없이 좋은 투자자라고 판단된다. 좋은 투자가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회사(사업)의 성장을 돕는다.

-계속 바뀌는 회사의 수익모델이나 솔루션을 잘 이해하고 조언한다.

-팀 빌딩이나 판로개척, 홍보 등 회사의 부족한 역량을 채워준다.

-후속투자자 연계 등 필요한 자금 조달 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회사의 첫번째 고객의 역할을 한다.

훌륭한 창업가와 투자가가 기업을 잘 이끌더라도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우수한 팀원들은 스타트업 성공 운행의 핵심 요소이다. 좋은 팀 구성이 되어 있어야 초기에 운영자금이 많이 소모되는 소위 캐쉬버닝(Cash Burning)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경쟁자보다 한 발 앞설 수 있다.

수익모델에 대한 시장/고객 검증이 끝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기 시작하면 잘 유지되던 팀워크도 흔들리게 마련이다. 사업에 필수적인 핵심 인력은 회사를 떠나고 회사의 성과를 갉아먹거나 조직 문화를 부정적으로 몰아가는 퇴출 후보 직원들은 계속 남아서 회사의 에너지를 급속도로 소진시킨다.

예로부터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특히 성격, 재능, 지능과 같은 것들은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 빠른 성장과 생존이 최우선인 스타트업에서는 처음부터 좋은 사람을 잘 골라 써야 한다. 채용 과정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채용해야 한다.

일단 검증이 된 사람은 스톡옵션, 인센티브, 이익공유와 같은 금전적 보상 뿐만 아니라 수평적 조직문화, 성장기회 제공 등과 같은 다양한 유인책으로 조직을 떠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예로부터 최고의 복지는 최고의 동료와 일하게 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다음과 같은 직원들은 스타트업에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를 자신의 경력만을 쌓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

-회사의 창업 결과물을 취득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사람.

-회사의 근무 환경과 업무지원 체계에만 관심이 높은 사람.

-일의 목적보다는 보상에만 관심이 많은 사람.

-동료와의 팀 플레이를 싫어하는 사람.

-회사가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는 사람.

스타트업 직원들은 창업가와 비전을 공유하며 끊임없는 자기발전을 통해서 업무를 혁신하고 동료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본인이 잘 아는 지인 위주로 팀 빌딩을 하고 있으나 의외로 낭패를 겪는 사례가 많다. 전문성과 팀플레이에 능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낫다. 만약 적절한 사람이 없다면 적임을 찾을 때까지 외부에 업무를 위탁하는 편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의 여정에는 좋은 멘토가 함께해야 한다. 창업가가 아무리 뛰어나도 훌륭한 멘토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세상에는 수준미달, 함량미달 좀비멘토들도 많다. 노골적으로 금전을 요구하고 본인 사업 홍보나 영업을 하는 멘토, 무조건 본인의 과거 경험만을 앞세워서 주장하는 멘토, 새로운 사업환경이나 기술변화에 뒤쳐지고 공부하지 않는 멘토. "멘토란 창업가의 숨은 능력과 재능을 찾아내고 표출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라는 밥 프록터의 말이 좋은 멘토를 구별하는 기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타트업이 고속 성장가도에 오르면 결국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일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꾸준히 업무를 개선하고 혁신해야 한다. 혁신은 일시적인 유행이나 트렌드가 아니다. 다양한 앵글로 우리 자신을 바라보면서 끊임없는 비판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이런 힘들고 어려운 스타트업 여정에 좋은 사람들이 같이 가야 성공의 종착역에 안전히 도달할 수 있다.

오늘도 판교, 대전,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워라밸은 안중에도 없는 듯 노력하며 세상을 혁신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가와 직원들에게 희망을 전하며 무지개 너머에 있는 멋진 세상을 향해 뛰는 용기있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영화 레인맨의 마지막 장면에서 형은 동생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나는 나쁘고 둘은 좋다. 우리는 둘이라 좋다."

스타트업 경영, 혼자 하려하지 말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가는 멋진 여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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