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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한국에서 블록체인 산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

  • 송고 2022.08.16 06:00 | 수정 2022.09.22 20:53
  • EBN 관리자 (rhea5sun@ebn.co.kr)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EBN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EBN

연체동물의 뼈를 때릴 수는 없다. 연체동물이 스스로의 경험치만으로 뼈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듯이, 인식의 체가 존재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지적해봤자, 이해할 수 없다. 2017년 말부터 일체의 가상자산 매매를 금하는 정부 행정지침을 지켰다면 암호화폐 시장의 규제를 이야기하는 금융당국 직원들은 남들이 암호화폐로 돈 버는 걸 구경은 했어도 직접 암호화폐를 매매하며 자산증식의 재미를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연애를 글로만 배운 사람들처럼 그저 먼발치에서 구경만 하면서 오로지 텍스트에만 의지하여 암호화폐 시장의 생리를 배워온 국내 금융기관이 과연 암호화폐 시장을, 기술의 성장 방향을, 암호화폐 투자자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감각이 존재할까.


정부가 바뀌고 나서 3달이 되어가도록 그저 확인되는 것은 디지털자산시장이 커져가는 것만큼 이 시장을 향한 금융당국의 규제 열의도 강렬해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세청과 마찬가지로, “돈이 모이는 곳에 우리의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입을 모아 강조한다. 작년까지는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암호화폐 시장으로 빠져나가던 돈을 격렬하게 막아서던 금융당국이 이제 서로 암호화폐 시장의 규제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나서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들도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세를 거스를 수 없음을 비로소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 같이 보인다.


그러면서도 2017년부터 현재까지 장장 6년이 넘는 시간동안, 현란한 기술적 용어와 알아들을 수 없는 논리로 중장년들을 모아놓고 그들이 평생을 성실하게 모아온 자산을 홀랑 털어먹는 국내외 사기성 프로젝트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적게는 몇 천억 원에서 많게는 몇 조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책임론이 제기되고,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금융상품이 아니라서 우리가 보호해줄 수 없다"는 말만 기계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이름과 피해규모만 다를 뿐 매번 같은 루틴으로 반복된다. 피해자들의 아우성과 절규, 언론의 질책, 당국의 책임영역 밖이라는 논리.


규제는 하고 싶은데 보호는 하기 싫은 것처럼 보이는 금융당국의 이중적 태도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과 스미골을 연상시키지만, 이런 자아분열적 규제 논리에 신난 것은 옥장판과 의료기기 다단계 네트워크에서 암호화폐 시장으로 넘어온 사기꾼들과, 거래소와 작당해서 토큰가격의 펌핑과 덤핑을 반복하는 작전세력들 - 관련 프로젝트와 마켓메이커들 - 뿐이다. 명백한 유사수신에 다단계 금융사기임에도 금융기관이 이토록 오래 손을 놓고 있는 이유는 암호화폐 홀더들을 ‘금융자산 투자자’가 아닌 ‘거래소 이용자’라고 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면서도 루나의 가격폭락으로 28만 명의 피해자가 나오자, 정부는 당장 국내 5대 거래소 대표들을 모아놓고 엄중히 질책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물론 당정회의에 불려가서 금융기관 책임자와 국회의원들 앞에서 이유도 모른 채 연신 “죄송하다”를 반복해야 하는 거래소 대표들만큼은 아니었겠지만, 뉴스를 통해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당혹감이 먼저 들었다.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워 해외 대형거래소에서 먼저 유통시킨 이후 국내로 들어온 루나의 가격폭락을 국내 거래소가 막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왜 거래소 대표들에게 대책마련을 요구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불가해(不可解)’의 당혹감이었다. 정부는 과연 거래소 대표들이 무엇을 해주기를 기대했던 것일까. 아니면 진짜 무엇을 할 수 있는데 안하고 있다고 괘씸하게 느낀 것일까.


일부 국회의원들은 거래소대표들에게 기금마련을 위해 돈을 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는데, 기금을 마련해서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누구를 돕기 위한 목적인지,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명확히 몰랐을 것이다. 그 제안을 한 국회의원은 충분히 그려놓은 밑그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거래소 대표들과 거래소 대주주들 귀에는“너네 많이 벌었지? 그럼 돈 내놔라.”로 다르게 들렸을 수도 있는 제안이었다.


코빗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등장한 이후 800배 이상 자산가치가 상승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한 자산은 없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자산시장이 열렸다. 본인 스스로는 자신의 능력이라고 믿고 있겠지만, 그냥 억세게 운이 좋아서 크립토 황금비를 맞은 벼락부자들이 2017년 이후 세계 곳곳에 등장했고, 국내에도 소수의 그룹들이 있다. 그들이 국내 주요 크립토 VC와 거래소 주인이자 대표로 성장했다.


그러나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가 쏘아올린 화살이 불바다로 되돌아와서, 부활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신설될 ‘조세범죄합동수사단’의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런 소문탓인지 지난 8월 8일부터 9일까지 파르나스에서 열린 ‘Korea Blockchain Week 2022’에서 이들의 모습을 일절 볼 수 없었다.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을 비롯해서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 등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간 행사로 끝났다. 한국의 거래소 대표들과 크립토VC들은 과연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국회에서는 기금을 내라고 하는 상황에서 달라진 것은 아직 아무 것도 없다. 여전히 정부는 근거법률 없이 ICO를 금지하고 있고 사기성 프로젝트에 당하는 피해자들을 방치하고 있다.


정상적인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들은 더 이상 한국에서 코인발행을 하지 않는다. 2018년 잠시 스위스 쥬크가 크립토의 성지처럼 떠오른 적도 있지만, 비합리적인 비용발생과 스위스 현지 법인의 주객이 전도된 횡포로 알프스의 국가에게 크게 눈두덩 한방씩을 맞고 난 많은 프로젝트들이 다시는 알프스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으리라 입을 앙다물며 스위스를 떠났다. 이제 쥬크는 전설 속 사라진 왕국처럼 블록체인 산업에서 잊혀진 지명이 되었다. 그러나 스위스를 떠나온 프로젝트들은 나라 잃은 망명객처럼 미국으로, 싱가포르로, 몰타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로, 말레이시아 라부안으로 끊임없이 떠돌고 있다.


과연 이런 산업에 희망이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탈중앙화의 기술적 방법론을 고민하고 합의의 구조와 방향성에 대한 철학으로 논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발행한 코인을 산 투자자들이 지속가능한 자산을 갖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를 갈아 넣으며 기술적 성취를 얻고자 밤낮으로 매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쏟아 넣은 노력과 고민이 반드시 보답을 받는 것은 아니기에, 그 끝이 해피엔딩일지, 그냥 엔딩일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은 매달린다. 간절하게, 집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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