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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시간과 돈

  • 송고 2023.01.10 06:00 | 수정 2023.01.25 11:00
  • EBN 관리자 (gddjrh2@naver.com)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음악컨텐츠기업 일일공일팔 컨텐츠 본부장)

김작가 ⓒ

김작가 ⓒ

언젠가 IT쪽 사람들이 음악을 컨텐츠라 부르기 시작했을 때, 꽤나 불편했다. 음악이 쌓아온 지난 세기의 가치와 로망 같은 걸 무시하는 듯 보였다. 창작자의 고뇌, 음악이 주는 흥분과 기쁨을 날려버리고 주가로 대변되는 수치만을 언급하는 이들을 가까이 두고 싶지 않았다.


영국의 록 뮤지션 모리씨는 메이저에서 인디 레이블로 이적하면서 “메이저 레코드의 수장들은 더 이상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다. 경영학,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들이중요한 자리에 앉으면서 음악 대신 숫자만을 들여다보는 것에 환멸을 느꼈다”라고 한 적이 있다. 그 말에 공감했다.


하지만 20세기 음악 소년들이 IT시대에 뭘 느끼든, 세상은 흐르고 변한다. 유튜브의 등장 이후자기 채널으로도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욕망이 폭발하면서 이전에 존재했던 어떤 플랫폼보다 빠르게 다양한 컨텐츠들이 등장했다. 거기에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의 대중화로 세상은 컨텐츠의 은하가 됐다.


그리하여 음악과 영상, 그리고 만화와 소설이 모두 스마트폰이라는 기기 위에서 경쟁한다. ‘시간이 곧 돈이다’라는 말이 고리짝 경구에서 냉혹한 현실이자 비즈니스 아젠다로 재탄생했다. 시간을 놓고 전쟁을 벌인다. 콘텐츠 비즈니스란 곧 시간 뺏기 싸움이다.


취향이란 말이 공기와 같아졌다. 싫다, 혹은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마법의 방패다. 더 이상 새로운 걸 시도하기 싫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럴만하다. 음악은 물론이거니와 영화나 드라마도 스트리밍으로 소비하게 되면서, 선택의 폭이 우주처럼 넓어졌다.


어떤 문화를 소비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시간이 됐다.한 달에 만원 남짓이면 수천만곡의 노래와 수만편의 영화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지만 고를 수 있는 대상이 많아진다고 시간이 늘어난 건 아니니까.


시간은 남아돌고 돈은 없던 그 때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시간이 돈보다 귀한 시대가 온단다.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증이 사막 여행자에게 오아시스를 갈구하는 수준이었던 나는 마치 엘도라도의 위치를 알게 된 것 처럼 기뻐했으리라.


대학교만 가면 시간도, 돈도 늘어날 거라는 환상이 있었다. 적어도 대학생들이 나오는 드라마의 캠퍼스 라이프는 다 그랬으니까. 입시가 끝났다. 대학생이 됐다. 시간은 늘어났다. 공부가 뒷전이었으니까. 여전히 돈은 없었다. 수입은 괜찮았다. 발넓은 엄마가 입시가 끝남과 동시에 주변에서 과외 자리를 물어왔다.


문제는, 그와 동시에 내가 술맛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세상에, 술이란 게 그렇게 맛있는지 미처 몰랐다. 술마시고 듣는 음악은 더욱 꿀같았다. 버는 족족 술값으로 나갔다. 여전히 음반 구입비가 모자랐다.


개강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음악감상 동아리에 가입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회원들이 모여 번갈아 준비한 음악을 듣고 그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동아리였다.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여기엔 온갖 괴수들이 모여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매우 열정이 없는 회원이었다. 술 한 방울 안마시고 그 돈으로 음반을 사는 덕후 중의 상덕후들이 즐비했다. 용돈은 물론이고 평범한 알바는 모두 섭렵한 그들에게는 평범하지 않은 알바 정보도 귀신같이 물어왔다. 술값을 더 벌기 위해서였는지, 판값을 벌기위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들을 따라 ‘체험 삶의 현장’의 길로 나섰다. 매연을 맡으며 지나가는 차가 몇 대인지를 세고, 경마중독 아재들의 쌍욕을 들으며 맥주를 팔고, 이름모를 정치인의 헛소리를 들으며 박수를 치고,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어겨가며 피를 뽑아 팔았다. 틈틈히 공사판도 나가고 이사짐도 옮겼다.


그렇게 돈을 모으고 음반으로 바꿨다. 그 때 산 음반들은 10번 이상의 이사와 결혼이라는 과정을 거친 지금도 여전히 음반장에 꽂혀 있다. 마치 혹독한 구조조정에도 살아남는 창업공신처럼 버티고 있다. 시간이 단순히 돈만으로 치환될 수만은 없기 때문이리라. 마치 이종범의 야구처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 시간 속에 녹아있었기 때문이리라.


김작가

-홍익대학교 영어영문학 전공. 중앙대학교 문화학 전공

-대중음악평론가. 음악컨텐츠기업 일일공일팔 컨텐츠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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