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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칼럼]재벌상속 투명해야 시장경제 지킨다

  • 송고 2011.07.25 09:16 | 수정 2011.07.26 14:23

<칼럼>이재용 에버랜드모델, 정의선 글로비스 모델 이제 안통해

신세계처럼 떳떳하게 세금내고 승계해야 반재벌 정서 해소돼

삼성그룹 본관 전경. ⓒ연합뉴스

삼성그룹 본관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재벌의 아킬레스건인 상속 문제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기업들의 저승사자인 국세청과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들의 편법, 불법 상속및 증여에 대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 상속문제는 재벌들의 아킬레스를 건드리는 것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전방위로 이뤄질 전망이어서 재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국세청은 재벌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에 대해 세금추징을 강도높게 벌이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공정위도 재벌들의 경영권 상속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실태조사에 나섰다.

국세청과 공정위의 재벌에 대한 고삐죄기는 이명박대통령의 공정및 상생, 정의의 정책철학을 뒷받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의 재벌 압박은 세금을 내지 않고 재산이나 기업을 2세들에게 상속 내지 증여하는 것을 막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최근 전국 지방청 조사국장들을 직접 불러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을 적극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이 재벌들의 불법 탈법 상속과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이 청장은 “대기업이 국민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지만 이에 걸맞게 이들의 성실신고 여부에 대해 제대로 검증되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의 엄포는 재벌들에 대한 세무조사가 빈번해지고, 강도도 한층 세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재벌들로선 이래저래 긴장의 수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국세청은 실제로 상반기 불법 상속및 증여자를 적발, 강도 높은 세금추징한 사례도 내놓았다. 부당 증여로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준 중견기업 사주 등 204명을 조사해 총 4595억원을 추징한 것.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올들어 중소기업및 자영업자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서민들의 삶도 팍팍해지면서 재벌에 대한 공격수위를 높여왔다. 삼성 현대차 등 재벌들만 고환율및 감세, 규제완화의 혜택을 입고 성장의 과실을 중소기업및 국민들과 나누지 않는다며 재벌들에게 불만의 화살을 마구 쏘아대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더 나아가 재벌의 지배구조를 겨냥한 경제민주화 방안까지 내놓고 재벌을 위협하고 있다.

청와대 정부, 야당 모두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현 집권세력은 경기침체와 일자리부진, 양극화 등에 따른 민심이반을 추스르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위한 전략과 밀접히 연관이 있다. 재벌을 때려야 민심이 돌아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당은 잃어버린 정권을 되찾기위한 이슈선점 전략으로 재벌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부자정권인 한나라당이 재벌들에게만 특혜를 주고, 중소기업과 서민들은 피폐시키고 있다는 프로파간다로 국민들의 반재벌정서를 부추기고 있는 것.

민주당은 더 나아가 재벌에 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적시한 헌법 119조2항을 근거로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앞으로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를 보편복지와 함께 내년 총선과 대선의 2대 키워드로 내세워 민심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재벌에 대한 전방위압박이 확산되면서 재벌들의 상속과 증여 문제는 한층 복잡한 방정식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상속세법의 경우 2004년에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바뀌면서 재벌 오너의 부가 자녀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전되든지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과거엔 상속세법조문에 열거된 것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됐다. 이로인해 법망을 피해 편법 상속및 증여가 횡행했다. 이로인해 2세들이 세금은 쥐꼬리만큼 내고 거대기업의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이 관행화됐다. 이는 국민들의 반재벌정서를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상속세법이 포괄주의로 바뀌면서 재벌들도 세금을 제대로 안내고 경영권을 대물림하는 과거의 관행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은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하고, 시장과 시민단체의 감시도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상속세가 포괄주의로 전환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이다. 진보정권이자 재벌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참여정부 시절 경제정의실천연합과 진보적 교수들은 숱하게 삼성의 경영권 상속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시민단체는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에버랜드 경영권을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장악하고, 상속세도 거의 내지 않은 채 그룹대권을 인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

삼성은 참여정부 내내 이재용사장의 경영권 상속문제로 시민단체들과 숱한 법정 싸움을 벌였다. 참여정부 말기에는 삼성X파일과 비자금 사건까지 터져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그룹조직을 해체하는 등 대대적인 경영혁신방안을 마련했다.

재벌개혁을 화두로 내건 노무현 정부가 재벌들의 상속문제에 대해 엄한 잣대를 들이댄 것도 주된 요인이다.

국내 주요그룹들의 상속유형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첫째가 삼성에버랜드 모델이다. 이건희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비상장사인 에버랜드 대주주로 부상하면서 그룹경영권을 확보한 방식이다. 삼성에버랜드 주식 헐값 논란은 에버랜드가 1996년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이재용 사장, 이부진 신라호텔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이 회장 자녀들에게 낮은 가격에 양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에버랜드 이사회는 기존 주주배정 방식으로 발행한 125만주의 CB를 삼성물산 중앙일보 등 기존 주주들이 인수를 포기하자, 이재용사장 등에게 주당 7,700원에 넘겼다.

이 사장은 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서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현재 지분율 25.1%)가 됐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다. 에버랜드의 경영권 확보로 순환출자로 이루어진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한 셈이다.

이재용 사장은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부상하면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하지만 삼성은 편법 승계논란에 대한 원죄로 고심하고 있다. 당시 CB를 이용한 경영권 승계는 편법 의혹을 불러일으켰지만, 불법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상속논란을 불식시키기위해 조단위의 세금을 내고 정당하게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천명했다. 이회장의 재산이 수조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속및 증여세가 조단위이상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삼성은 투명하게 세금내고 경영권을 상속하면 하등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나 정치권에서 삼성이 세금을 제대로 안내고 경영권을 상속하고 있다는 비난은 성급하다는 게 그룹측 입장이다.

아직 이회장이 경영활동을 하고 있고, 이사장도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상속세 납부는 미래에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두 번째 상속 모델은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의 글로비스 방식이다.

에버랜드의 CB방식이 논란을 빚으면서 비상장사 계열사를 이용한 총수 자녀들의 재산 형성 을 돕는 방식이다. 요즘 재벌의 불투명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핫이슈가 된 일감몰아주기 방식의 원조다.

에버랜드가 이재용모델이라면 글로비스는 정의선모델이다. 글로비스의 경우 2001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40%, 60%씩 총 50억원을 출자해 설립했다. 그룹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및 자동차부품, 철강제품 등의 물류및 운송을 담당하는 계열사로 출발했다.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로 급성장한 글로비스는 설립된 지 10년만에 매출 6조원의 거대기업으로 도약했다. 정 부회장의 보유주식가치도 글로비스를 비롯 현대엠코, 이노션, 본텍 등을 포함해 총 1조8,900억원가량으로 커졌다.

정부회장의 재산을 가장 많이 늘려준 글로비스의 매출의 85%는 그룹계열사에서 따온 것들이다.

글로비스 모델은 오너와 2세들이 비상장사를 설립한 후 그룹계열사들이 사업물량을 대거 몰아줘 외형과 수익성을 키운 후 상장시켜 2세들에게 경영권 승계 자금 확보를 위한 실탄을 마련토록 하는 것이 공통적이다. 이 방식이 재계에 성행하면서 정부 및 정치권, 국민들의 반재벌서도 악화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현대차도 정의선부회장의 경영권 상속이 이뤄질 경우 투명하게 상속및 증여세를 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 이재용 사장처럼 정부회장도 경영수업중이고, 경영권 승계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감몰아주기 사례는 글로비스만이 아니다. SK그룹도 시스템 통합업체(SI)인 SK C&C를 설립해 그룹 산업무를 독점하면서 기업가치를 천문학적으로 키웠다. 이 회사의 지분 44%를 보유한 최태원회장은 상장을 통해 2조원대의 자산을 확보했다.

대림산업, 한화그룹 등 중견그룹들도 SI등을 전담하는 비상장사를 잇따라 설립한 후 그룹 내부물량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해당 기업의 외형및 영업이익을 키우고 있다.

세 번째 모델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가장 떳떳하게 경영권을 상속하는 모델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있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회장은 2006년 일찌감치 ‘깜짝 놀랄만큼’의 상속세를 내겠다고 발표했다.

정 부회장 등 이명희 회장의 2세들이 내야 할 상속 증여세는 1조원으로 추산됐다. 전경련은 당시 50%에 달하는 상속세가 과중하다며 상속세 폐지 내지 세율 인하를 요구한 바 있다.

또 당시는 삼성과 현대차의 편법 승계논란이 불거진 상황이어서 재계10위권밖의 중견그룹인 신세계가 재계 사상 최대규모인 1조원대 상속세를 납부하겠다고 한 것은 큰 파장을 주었다. 실제로 정 부회장 등 2세들은 1차로 부친인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주식 증여를 받고 총 3,500억원의 증여세를 주식 등 현물로 냈다.

재벌들이 그동안 낸 상속및 증여세 1위는 교보생명 고 신용호 회장 유가족. 신창재회장 등이 납부한 상속세는 18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편법 상속및 증여로 수사를 받고 있는 태광산업 이호진회장과 SK 최태원 회장이 각각 1000억원, 900억원대의 상속세를 냈다.

정용진 모델은 그나마 재벌 가운데는 해피한 케이스다. 부모인 정재은 명예회장, 이명희회장의 신세계 보유 지분이 15%이상 돼 증여및 상속세를 내도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경우 삼성전자 지분이 1%대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정용진 부회장은 조단위 세금을 내는데 별 문제가 없는 셈이다. 정부회장은 국내 최초로 1조원대의 세금 납부에 따른 정부및 정치권, 여론의 후한 점수를 딴 것도 이미지관리면에서 소중한 자산이다.

마지막으로 유일한 모델이 있다. 유한양행 창업주인 고 유일한회장은 자녀들에게 1만달러만 남겨주고 나머지는 재단 설립 등을 통해 사회에 환원했다. 유일한 창업주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최초의 케이스이기도 하다.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이란 테제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기업의 고전적 정의는 사업을 잘해서 이익을 내고, 재투자를 통해서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주주에게도 이익을 배당하는 것이었다. 기업이 이익을 내서 세금내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우리사회에 해를 끼치는 행위로 인식됐다.

하지만 요즘엔 좌파단체와 시민단체 등에서 기업이익의 사회환원만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일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이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반감과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평등주의, 경제민주화가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기업관을 심어주고 있는 셈이다.

재벌의 경영권 상속은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는 에버랜드 모델과 글로비스 모델도 더 이상 국민정서법의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게 됐다. 국세청과 공정위의 전방위 압박도 재의 투명한 상속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문제는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을 촉발시키는 방아쇠가 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친서민정책을 강화하면서 대기업의 중소기업적합 업종 참여 규제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홍대표는 이같은 정책방안에 대해 우파포퓰리즘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헌법119조2항의 경제민주화조항에 근거를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119조2항은 경제력집중을 억제하고,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위해선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119조1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규정을 보완하는 내용이다. 헌법학자들은 1항의 자율과 창의가 주내용이고, 2항의 규제와 조정은 보조내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여당대표가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것은 향후 재벌개혁이 강도높게 이뤄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민주당은 한술 더 떠 헌법119조2항 경제민주화 특위까지 구성했다. 손학규 대표는 정부가 재벌및 대기업중심적인 경제정책을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좌파정당들은 재벌해체를 주요 정강정책 목표로 내걸고 있다.

재벌의 경영권 상속 문제는 재벌개혁의 최대화두가 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까지는 재벌때리기가 정치권에서 봇물터질 것이다. 재벌, 대기업을 때려야 표를 얻을 수 있는 정치공학적 계산 때문이다. 친서민정책과 중소기업및 자영업자를 보호하려는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재벌은 희생양이 될 것이다.

재벌들도 경영권 상속 문제에 대해선 투명해야 한다. 신세계처럼 투명하게 상속 증여세를 내고 경영권을 물려받는 수밖에 없다. 그게 정도다.

삼성 이재용사장이나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모두 떳떳하게 세금을 내고 경영권을 물려받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 이상의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합법의 테두리안에서 국민적 공감을 받으면서 경영권 이양과 상속이 이뤄져야 한다. 편법 상속의 사각지대는 이제 없어졌기 때문이다.

태광산업 이호진 회장이 편법 상속및 증여문제로 사법처리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위그룹의 뒤에서 무임승차하려던 중견그룹들도 경영권 상속과 관련해 편법에 대한 유혹을 버려야 한다.

편법및 불법 상속 논란을 빚는 그룹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해소돼야 한다. 공정위가 최근 현대차와 대림 한화 등 주요그룹의 건설사, 시스템통합업체, 물류계열사에 대한 부당내부지원 행태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정부의 재벌개혁의지가 그만큼 강해진 것이다.

그러나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무조건 죄악시하며 단죄하려는 것은 초헌법적 발상이다. 신규 유망사업에 대한 그룹차원의 지원을 위해 설립되는 계열사에 대해서까지 규제의 칼을 휘두르는 것은 기업경영활동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특유의 그룹경영 장점을 사장시키고, 기업의 성장활력을 떨어뜨리는 악수가 될 것이다. 이를 무조건 백안시한다면 보석과 돌을 한꺼번에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룹의 신규 계열사에 대한 일감지원이 오너 2~3세가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대한 편중 지원이 아니라면 정상적인 기업활동으로 봐야 한다. 이것마저 과도하게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면 그룹 경영의 경쟁력은 사라진다.

계열사 일감 지원을 못하게 하면 그룹마다 필수적인 부품과 원자재, 건설 물량등을 외부기업에서 조달해야 한다. 이것이 공정이고 상생이라고 한다면 그룹을 해체시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재벌들의 비약적인 성장은 오너의 선견지명과 신규 유망사업에 대한 그룹차원의 지원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게 한국식 그룹경영의 장점이다. 모든 신규 사업은 일정부분 리스크를 안을 수밖에 없다. 그룹차원의 지원은 이같은 리스크 테이킹을 최소화하면서 신규 사업을 전략사업으로 성장시키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한국의 주력업종인 반도체 LCD 2차전지 태양광사업등이 그룹계열사들의 지원에 힘입어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정부도 재벌의 경영권 상속에 대해 세금없는 경영권 이양이라고 감정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정부마저 포퓰리즘에 함몰돼서는 나라의 장래가 어두워진다.

정부는 마냥 회초리만 들지말고, 재벌들이 떳떳하게 경영권을 물려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관련법규가 지나치게 규제적이고, 비현실적이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상속세율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대기업의 경우 5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가산세율이 30%나 된다. 이를 합하면 무려 65%나 된다. 재벌총수의 지분율이 10%라면 세금내고 나면 3.5%의 지분만 남는다. 경영권을 물려받을 수 없는 지분율이다. 이러니 현행 상속세법은 재벌들로 하여금 편법에 대한 유혹을 갖게 하는 동인이 되고 있다. 경영권 상속을 사실상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상속세율의 현실화는 이런 점에서 시급하다. 상속세를 아예 폐지하는 것은 국민정서상 어렵다. 대신 상속세율을 낮춰주는 게 합리적이다.

반재벌 심리와 부에 대한 적대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사회는 항구적 위기를 반복할 수 있다. 재벌은 죄벌이란 사회적 적대감을 걷어내지 못하고, 경제민주화와 평등주의가 기승을 부리면 우리경제의 역동적인 성장은 어려워질 것이다.

재벌들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적극 실천해야 한다. 우리경제는 개방화가 진전되면서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재벌과 오너들은 공동체의 현안과 이슈에 대해 고민하면서 기여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돈만 버는 악당기업주가 아니라는 점을 몸으로 실천해야 한다.

우리 재계에도 미국기업처럼 기부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미국기업인의 경우 보통 연봉의 1%를 기부하는 ‘1%룰’이 보편화돼 있다. 오너들의 자발적 기부와 자선행위도 반기업 심리를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다. 하지만 우리기업인들의 기부는 미약하다. 대부분 기업단위로 성금을 내고 있다. 기부천사인 미국의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의 경우 기부문화가 미흡한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자주 비교되고 있다.

전경련 산하 재벌들일수록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을 비롯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사업,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와 배려등도 활성화해야 한다. 중소기업및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반발을 초래하는 사업들에 대해서도 한번 더 고민해봐야 한다.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시각을 벗어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오너들이 본연의 경영활동에 매진하면서도 공동체 유지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면 국민들의 반기업심리와 부에 대한 사회적 반감도 누그러질 것이다. 재계와 국민, 정치권이 화해를 한다면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을 하면서 중산층 확대로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줄어들 것이다.

1953년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찰스 어윈 윌슨 GM사장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윌슨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 좋고,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재계총수들도 윌슨같은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이 “한국에 좋은 것이 삼성에도 좋고, 삼성에 좋은 것이 한국에도 좋다”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다. 정몽구 회장도 마찬가지다.

재벌 오너들의 이같은 발언이 국민들에게 정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시장경제와 공동체의 화해가 이뤄질 것이다. 경영권 상속도 지금처럼 논란을 빚지는 않을 것이다.(이의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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