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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따뜻한 밥’주던 하숙의 변심(心)...“잠만자는 방”으로

  • 송고 2015.08.26 15:09 | 수정 2015.08.26 15:11
  • 이소라 기자 (wien6095@ebn.co.kr)

하숙비 편차 커, 밥 포기하고 돈 줄이는 조건부 협의

대다수 무보증금, 표준임대차계약서 작성 안 해

주거비 부담에 취업해도 단기간 내 하숙 못 벗어나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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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십만원 덜 내고 밥 안먹는 게 낫지 않아? 어차피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는데 뭐하러 돈을 써 차라리 삼각김밥 먹거나 학생식당가서 먹는 게 합리적이지.”

개강을 일주일 앞둔 지난주 신촌 인근에 위치한 대학교 주변 하숙집 20여개를 방문해보았다. 이날은 하숙집 앞에서 ‘밥’을 두고 하숙비를 조율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기도 했다.

골목골목에는 빼곡히 ‘XX하숙’ 팻말을 매단 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다세대 주택이 대부분이던 것과 달리 외관상으로 고시원이나 원룸형태를 띠는 곳들이 상당했다.

◆방 상태 ‘조금’만 좋으면 방값은 ‘많이’ 오르고…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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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하숙하면 연상되는 몇 가지 이미지들이 있다. 십 수년 전에 방영된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 ‘논스톱’ 등에서 풋풋한 남녀 대학생들이 모여 살며 즐거운 대학생활을 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핑크빛 로맨스까지 더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5포세대’도 모자라 ‘7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요즈음 하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지방에서 갓 올라온 학생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턱없이 부족한 기숙사 수용인원에 포함되지 못하면 꼼짝없이 원룸이나 고시원, 하숙으로 가야한다.

한국장학재단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대학 재학생은 218만7천293명인데 비해 기숙사의 수용 가능 인원은 32만2천56명(14.7%)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49만5천60명의 대학생이 있지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5만5천88명(전문대학 포함)으로 11.1%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학생들 가운데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들은 최대한 주거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이는 ‘밥’과 ‘잠’을 동시에 충족하는 하숙이다.

신촌 일대 원룸의 평균 시세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50만원, 여기에 관리비(5만~10만원)와 기타 공과금(인터넷, 전기세, 도시가스 등)까지 더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그에 비해 인근 하숙의 평균 시세는 대다수가 무보증금에 관리비와 식비를 포함해 35~50만원선이다. 가격 편차가 이토록 큰 이유는 방 상태와 ‘밥’ 제공 유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 여름에 선풍기 하나 없이 습기 가득한 방 안에서 곰팡이 냄새와 싸워야 하는 방 한칸이 무려 35만원, 여기에 햇빛 한 줌, 에어컨 또는 쾌적함을 더하면 어느새 50만원을 육박한다.

◆무보증금의 달콤함…돈 모을 때까지는 공동생활OK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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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곳의 하숙집을 도는 가운데 집주인 대부분이 취준생(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대다수가 “우리집에 있는 취준생들 집터가 좋아서 다 괜찮은 데 취직했다”이다. 이어 그들 모두 적게는 3개월 많게는 1년 가까이 하숙집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익숙함과 편안함도 한 이유이겠지만, 대부분은 사회 초년생이 서울 도심에 방 한칸을 당장 마련하는 일이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무보증금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본적인 표준임대차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향후 이 집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임차인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표준임대차계약서는 부동산 등의 임차 목적물을 빌리는 임차인이 그 물건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되는 수익을 가지는 조건으로 임대인에게 대가를 지불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말한다.

이 계약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하숙집 주인과 입주 학생 대부분이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이제 갓 작은 중소기업에 취업한 유씨(25) 역시 스마트폰 하나면 하숙비가 오간 흔적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굳이 피해 볼 보증금도 없는데 계약서 작성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유씨는 “보증금이 있는 곳은 자체 계약서라도 쓰는데 임대 기간이 정해져있어 방을 뺄 때 자유롭지 못하다. 하숙비만 제 때 내면 문제될 게 없는데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씨는 “학생 때는 귀찮아서 밥을 일부러 안 먹었지만, 지금은 일부러 밥이 맛있는 곳을 찾아야 할 정도 ‘밥심’이라고 이정도 돈에 식사까지 챙겨주는 하숙은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하숙집을 이용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목돈이 없는 경우다. 자취를 못하는 상황에서 고시원보다는 나은 환경을 바라는 것”이라며 “정식으로 임대차계약을 맺는 등 양성화 돼 있는 게 아니여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현재 민간임대 시장에서 쓰이는 계약서들은 전세 보증금을 보존하는 내용인데 자취나 하숙 등의 주거형식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숙집도 정당하게 임대업으로 등록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다만 이에 따른 하숙비 상승 등의 피해를 학생들이 고스란히 되돌려받지 않도록 제도 안으로 들어오는 곳에 한해서는 리모델링 비용 지원 등의 지원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민달팽이유니온과 연세대 총학생회는 오는 28일까지 ‘집보샘’ 주거복지지원시스템을 운영한다. 집보샘은 ‘표준임대차계약서’ 사용을 권장하고 인증된 부동산을 소개해 자취나 하숙을 찾는 학생들의 건강한 거래를 돕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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