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력벽 철거불가' 후폭풍…강남·분당 리모델링 재건축으로 급선회?

  • 송고 2016.08.10 13:42
  • 수정 2016.08.10 14:15
  • 서영욱 기자 (10sangj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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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19년까지 재검토…재건축 규제완화에 노선변경 움직임

리모델링업계·조합 등 반발…"결국 선거용이었나" 비판도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1기 신도시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핵심 사안이었던 내력벽 철거 허용이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하고 또 다시 3년가량 연기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수직증축 시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는 내용은 제외됐다고 밝혔다. 안전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2019년까지 정밀검증 후 내력벽 철거를 다시 허용할지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리모델링 추진시 사업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내력벽 철거가 불허되면서 노후화되고 있는 1기 신도시 아파트의 리모델링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사업기간은 2~3년 짧고, 공사비용도 15~20%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15층 이상 중층 단지가 많은 1기 신도시의 경우에는 용적률을 크게 올리기 힘들어 리모델링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국토부도 1기 신도시 리모델링을 활성화한다며 15층 이상은 최대 3개 층(14층 이하는 최대 2개 층)까지, 가구수를 최대 15%까지 늘릴 수 있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2014년 4월 허용한 바 있다. 1000가구 규모의 단지는 리모델링으로 최대 150가구까지 더 지을 수 있고 증축하는 만큼 일반분양이 가능해져 사업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이번 개정안에는 리모델링시 동별 구분소유자·의결권의 2분의 1 이상만 동의하도록 요건을 완화하고 리모델링을 하지 않는 단지 내 복지시설 소유자의 동의는 받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다만 내력벽 철거 불가로 평면 타입을 최근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설계할 수 없어져 조합 측에서 원하는 만큼의 사업성 확보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은 큰 타격이다.

내력벽은 건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분산하도록 만든 벽체다. 기존의 리모델링은 좌우 증축은 불가하고 앞뒤로만 늘릴 수 있었다. 내력별 철거가 허용되면 기존 옆 세대와 확장이 가능해 2베이 주택을 최근 선호도가 높은 3베이, 4베이 등으로 변경이 가능해진다.

내력벽 철거가 사실상 불허 판정이 나오면서 내력벽 철거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준공 15년 이상의 리모델링이 가능한 아파트가 200만 가구로,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에서 34개 단지, 1만7000여 가구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김명수 분당 느티마을 3단지 리모델링주택조합장은 "그동안 리모델링을 추진해온 소형평형 아파트들은 앞길이 막혔다"며 "1기 신도시의 낡은 소형 아파트들은 재건축하려 해도 사업성이 떨어지고 분양 예상가도 낮아 리모델링이 아니면 주거환경을 개선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내력벽 철거 개념 ⓒ한국리모델링협회

내력벽 철거 개념 ⓒ한국리모델링협회

리모델링시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사라지며 재건축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재건축 연한이 30년으로 단축되는 등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며 용적률이 꽉 찼는데도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두고 고민에 빠진 단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재건축으로 선회한 단지도 나왔다. 1986년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미도1차는 리모델링을 검토했다가 2014년 재건축 연한이 줄면서 재건축으로 선회했다. 15층에 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아파트도 2004년부터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재건축으로 방향을 바꿨다.

◆정부, 선거 위해 안전 볼모로 잡았나…비판 제기
내력벽 철거가 불가 판정을 받으며 일각에서는 '내력벽 철거'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표심잡기용 대책이 아니었냐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는 지난 1월 내력벽 일부 철거를 허용하는 내용의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후 7개월 만에 입장을 바꿨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안전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4년 4월부터 허용된 수직증축 리모델링도 아직 시행한 단지가 없어 안전성 등이 실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직증축 시 내력벽 철거까지 추가로 허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내력벽 철거를 예상하고 사업을 추진해 온 조합과 리모델링업계는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됐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국토부가 신속히 결론지을 수 없는 문제를 금세 해결할 것처럼 해 결과적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주민들이 시간만 허비하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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