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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치킨배달 유료화 일주일…"교촌이 총대 맨거죠"

  • 입력 2018.05.08 13:33 | 수정 2018.05.09 10:21
  •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1일부터 배달료 2000원, 타 브랜드도 덩달아 받기 시작

오토바이 보험료 연 300만원, "벤츠도 아니고, 너무 비싸요"

교촌치킨 인터넷 홈페이지에 배달 유료화를 알리는 공지가 띄워져 있다.ⓒ교촌치킨교촌치킨 인터넷 홈페이지에 배달 유료화를 알리는 공지가 띄워져 있다.ⓒ교촌치킨

"안녕하세요 교촌치킨입니다. 5월1일부터 배달 주문시 2000원의 이용료가 부과되며, 포장주문 고객님께 일정기간 소정의 서비스제품을 제공합니다." 교촌치킨 매장에 전화하면 나오는 안내 멘트이다.

교촌키친이 치킨업계 최초로 배달 유료화를 시작했다. 이를 두고 의견은 분분하다. 업계측에선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소비자들은 사실상 가격인상 아니냐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배달 유료화가 시작된지 정확히 일주일째인 지난 7일 저녁, 서울 노원구와 중랑구 일대 교촌치킨 매장에 들러 업주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기자님 죄송해요, 본사 홍보팀에 물어보세요"

"매장에선 말 하면 안됩니다. 본사에서 그렇게 지침이 내려왔어요. 홍보팀한테 물어보세요."

취재 첫 매장부터 난감함에 빠졌다. 매장점주는 본사 지침이라며 일절 취재를 거부했다. 기자들이 취재 올 것을 대비해 미리 본사에서 지침을 내린 것이다. 매장 저마다의 사정으로 인해 서로 다른 얘기가 나올 수 있으니, 취재창구를 본사로 통일 시킨 것으로 보인다.

점주에게 사정했다. 매장 수익이나 판매량 등은 안 물어 볼테니, 배달료를 인상해야 할 만큼 사정이 급박한 것인지 설명을 부탁했다.

그제서야 점주가 입을 열었다.

"배달료 유료화는 반드시 필요한 거에요. 지금 배달시장이 보통 문제가 아녜요. 배달비용이 계속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인력 조차도 못 구할 정도로 심각해요."

이 매장은 배달 대행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즉, 배달인부를 직접 고용하는게 아니라 배달전문업체로부터 장비를 갖춘 인부를 공급받아 이들에게 건 단위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

서울 한 교촌치킨 매장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대기 중이다.ⓒEBN서울 한 교촌치킨 매장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대기 중이다.ⓒEBN

"배달 한 건당 3500원이 지출돼요. 올해부터 500원이 올랐어요. 그것도 거리가 1.5km를 넘어가면 할증이 붙어요. 여기에서 원가 등 다 떼고 나면 진짜 남는게 하나도 없어요."

점주에게 다시 민감한 부분을 물어봤다. "경쟁업체들은 배달 유료화를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는데, 여기만 배달료를 받으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나요?"

그러자 점주는 빙그시 웃었다. "이 근방 매장들 모두 배달 유료화 시작했어요. 비비큐도 받고 있어요. 다들 유료화가 필요했던 거죠. 교촌이 총대 맨거에요."

마지막으로 점주에게 다시 물었다. "배달 유료화하고 나서 혹시 판매량에 변화가 있었나요?" 그러자 점주는 "여기까지만 말할게요. 죄송해요 기자님"이라며 더 이상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여기까지 설명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그리고 다음 매장으로 향했다.

이번엔 대학가에 위치한 매장에 갔다. 아무래도 주머니 사정이 힘든 대학생들은 배달 유료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매장에서도 똑같은 난감함에 빠졌다. 점주는 "죄송해요. 저희는 답해 줄 수 없어요. 본사 홍보팀에 물어보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판매량은 안 물어볼테니 배달 문제만이라도 설명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으나, 점주는 끝까지 취재를 거부했다. 취재 거부도 그들의 권리인지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교촌치킨 본사로부터 배달 유료화 도입 일주일 경과에 대한 이런저런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회사 홍보담당은 "일주일 중간에 연휴가 끼어 있어 판매량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찾기는 어렵다"며 "한 두달 정도 지나서 판매량 등에 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교촌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많은 매장들이 자체적으로 배달 유료화를 하고 있다. 교촌은 업계 1위로서,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를 공식화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촌 오리지날 세트. 상품가격은 1만5000원이고, 배달료는 2000원이다. ⓒEBN교촌 오리지날 세트. 상품가격은 1만5000원이고, 배달료는 2000원이다. ⓒEBN

◆"프랜차이즈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교촌치킨 인근에 있는 경쟁업체들은 배달 유료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무래도 가격경쟁력이 올라가니까 이득을 보지 않을까?

두 번째로 들른 교촌치킨 인근의 경쟁업체 매장에서 프랜차이즈 치킨가맹점의 실상을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배달 유료화 필요하죠. 우리도 이달부터 유료화를 시작했어요. 대신 교촌보다는 저렴하게 1000원씩 받고 있어요. 본사 지침은 가맹점보고 알아서 하라는 거에요. 아마 다른 업체들도 유료화를 시작할 걸로 보여요."

점주는 배달 환경이 열악해진 원인에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직접 배달인부를 고용하고 있어요. 다만 주문이 많아지는 오후 6시 이후부터 쓰고 있죠. 그런데요 기자님, 오토바이 한대에 보험료가 얼마인지 아세요? 자그마치 300만원 입니다. 이게 벤츠도 아니고 300만원이 말이 됩니까?"

이 매장은 오토바이 2대, 인부 2명을 고용하고 있었다. 정상적이라면 연간 오토바이 보험료로 60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 보험료를 다 내고나면 그야말로 매장이 가져가는 수익은 전혀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편법을 이용하고 있었다.

"보험료는 못내고 번호판은 달아야 하니까 자동차보험으로 대신 들고 있어요. 퀵업체 등 배달업계 전부가 이런식으로 하고 있어요. 사고 나면요?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렇다고 300만원을 어떻게 내요. 보험료가 너무 올라서 진짜 힘들어요."

급기야 점주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것에 후회하고 있었다.

"이제 (가맹점사업을) 시작한지 5개월 됐는데,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월 판매수익에서 마진이 10%도 안 남아요. 제가 배달부를 해봐서 점주들의 힘들다는 말을 옆에서 듣긴 했는데, 막상 해보니 진짜 힘들어요. 인테리어비 5000만원 들어간 것만 아니면 당장 그만두고 싶을 지경이에요."

그는 가맹본점이 치킨값을 올린다고 할때마다 세무조사 으름장으로 이를 무마시키는 정부에 강한 불만을 보였다.

"2~3만원씩 하는 족발은 전혀 신경도 안 쓰면서, 왜 치킨값만 못 올리게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요. 공무원들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몰라요. 기자들도 현장 좀 둘러보고 기사를 썼으면 좋겠어요."

점주는 마지막으로 딱 한가지 부탁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이든, 기자든 진짜 딱 한 달만 가맹점을 운영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현실이 어떤 지를 다 알 수 있을 거에요. 현실은 최악인데, 정책이나 기사는 한참 동떨어져 있어요.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한 달만 운영해보길 진심으로 권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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