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만평] 한·일 무역전쟁, 냉정과 열정 사이

  • 송고 2019.08.06 14:54
  • 수정 2019.08.06 15:06
  • 손병문 기자 (moo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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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6월 말 G20 정상회의 직후 한국향 무역규제 포문을 열었다.

7월 초 일본 의존도가 높은 전자화학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했고, 이달 들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전략물자 수출허가 간소화 혜택 국가)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에 더해 앞으로 일본은 산업 전반과 금융시장까지 한국 경제에 지속적으로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미 시그널이 울린다. 5일 코스닥 사이드카 발동에 이어 6일 코스피는 3년만에 1900선이 붕괴됐다.

한국으로 귀화한 한일관계 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무역 공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일본은 한국 경제의 근간을 공격할 추가 카드를 상당히 준비해 놓았을 것"이라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급소를 찔린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일본의 전자소재 수출규제 발표 당시 재계 총수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열었다. 대기업 경영자들은 시급히 일본으로 날아갔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정치인들도 일본으로 가 손을 내밀었지만 면담조차 못하고 돌아왔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에 맞서 내년도 일본 무역전 대응 관련 예산을 1조원 이상 반영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 항일 투쟁에 나설 뚜렷한 해법은 모호하다. 시민들이 나서 일본 메이커 불매운동을 벌이지만 언 발에 오줌 누는 형국일지 우려된다.

"다시는 지지 않겠다"는 선장의 말엔 비장한 결기가 묻어 있지만, 과거 식민지배의 서러움이 더 강렬하다. 자칫 감정적 대응으로 선동한다는 이미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조악한 변명을 이유로 과거의 뉘우침 없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한국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12척의 배로 그들의 300척 배를 '다시' 무찌를 수 있을까.

"일본(만)은 이겨야지"식의 한일전 축구에 임하듯 감정적 대응이 가장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열정을 모아 축구는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냉혹한 국제관계에서는 말 그대로 '흥분하면 지는 것'이다.

열정보다는 냉정한 분석을 기반으로 한 장기적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냉정과 열정사이'. 일본인 남녀 저자가 쓴 로맨스 소설 제목이다. 하물며 연애소설에서 조차 냉정과 열정의 밸런스를 조절하지 못하면 결국 파국을 맞는다.

한일전 1라운드 시작 종이 이제 막 울렸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냉정하게 준비하고 대응하자. 일본보다 뒤쳐진 부품·소재·장비 분야 국산화·대체화를 서두르는 가운데 일본보다 우월한 ICT 기술력을 배가시킬 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5G는 원자폭탄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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