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 05 | 20
16.6℃
코스피 2,742.14 17.52(0.64%)
코스닥 847.08 7.98(-0.93%)
USD$ 1360.5 5.0
EUR€ 1478.3 5.0
JPY¥ 871.8 1.3
CNY¥ 187.8 0.5
BTC 92,955,000 106,000(0.11%)
ETH 4,284,000 8,000(0.19%)
XRP 710.8 3(-0.42%)
BCH 674,800 3,900(-0.57%)
EOS 1,100 2(-0.18%)
  • 공유

  • 인쇄

  • 텍스트 축소
  • 확대
  • url
    복사

[e코멘터리] 이복현 금감원장의 흰머리

  • 송고 2024.05.10 10:46 | 수정 2024.05.10 15:26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노화. 2022년 6월 취임 당시 사진과 2024년 5월 최근 사진 비교 [제공=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노화. 2022년 6월 취임 당시 사진과 2024년 5월 최근 사진 비교 [제공=금융감독원]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는 나라’


현재 한국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런 한국에서 남들보다 빨리 늙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대통령과 총리 같은 국가 지도자들 얘기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며칠 전 금융권 한 장면이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다. 그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4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우리 경제 불안 요소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응책을 피력했다.


기자 눈에 먼저 들어온 건 지난 2년간 부쩍 하얘진 이 원장의 ‘흰 머리카락’이다. 잦은 백브리핑으로 언론과 원활한 소통을 하는 이 원장을 근거리에서 자주 보아 왔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의 흰 머리가 갑자기 늘어난 것 같았다. 내친김에 이 원장에게 물어봤다. 그에게서 “산업재해”란 답변이 돌아왔다. 산업재해는 근로자가 일정한 일을 오랫동안 하면서 겪는 질병(직업병)이다. 즉 금감원장 일이 주는 무게감이 자신의 노화를 빨리 불러왔단 얘기다.


이어 이 원장은 기자에 “사석에서 ‘최근 10년 정도 늙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말을 하며 금융감독당국 수장 직책이 가진 무게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업무적 최측근인 금감원 한 임원은 “최근 들어 원장께서 컨디션이 안 좋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면서 “원장님은 에너지 레벨이 높은 분인데 지난 2년간 숱한 금융 사태를 직면·해결하면서 힘이 많이 고갈되신 것 같다”면서 이 원장의 흰 머리가 늘어난 배경을 해석했다.


사실 대통령 등 국내외 지도자의 취임·퇴임 시기 노화 비교 영상은 종종 화제가 된다. CNN을 인용한 한 언론에 따르면 하버드 의대 연구 결과 대통령, 총리 같은 국가 지도자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된다고 한다. 수명은 3년 정도 짧아지는데 ‘국정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했다. 충분히 이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제공=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제공=금융감독원]

국가경영을 책임지는 자의 스트레스는 일반인으로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크기일 것이다. 과거 미국 잡지 ‘뉴욕 매거진’은 오바마 대통령의 2008년 얼굴과 2016년 얼굴을 비교하며 재임 기간 부쩍 늙은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줬다.


국가 지도자는 아니지만 이 원장은 ‘여의도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금융권 영향력과 위상 및 책임을 갖고 있다. 열혈가 이 원장은 포부 있게 금융감독 수장을 맡았지만 지난 2년간 여느 금감원장보다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그는 “2022년 6월 취임과 함께 (계속) 시험치는 수험생 느낌으로 (지속적인) 금융권 사태를 직면했다”고 회고했다.


지난 3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한 이 원장의 말을 들어보자. 유례없이 라디오방송에 출현한 이 원장은 취임부터 현재까지의 금감원장의 여정을 설파했다. 그는 “계속 고금리, 고물가 상태가 출발이 되면서 레고랜드 사태라고 해서 저희가 단기자금 시장이 되게 혼란스러워서 실제로 위기에 가까운 상황에 빠질 뻔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부터 해서 계속, 그 이후에 작년 같은 경우에는 SBB나 크레딧스위스 같은 해외 은행 몰락 사태라든가 새마을금고 자금 뱅크런 이슈, (부동산PF 잠재위기와 태영건설 사태 및 ELS 배상이슈) 이런 것들이 계속 준위기 상황들이 이어지다 보니까 그런 것들에 대해서 긴장감이 좀 높은 상황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쯤에서 금감원장의 의미와 상징성을 짚어 보자.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립됐다. 금감원장은 개인의 유익보다 국가를 위한 헌신이라는 사명감이 요구된다. 공직을 수행하는 자는 정무적 의미(통찰력)와 행정경험, 최고의 전문성 및 공공의 이익 등 고려해야 하는 소명적 직업이다. 대통령 임명장을 받은 공직자라면 국가를 위한 사명감을 가지고 경륜과 역량을 헌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숙명을 안고 있는 이 원장은 금융권의 고질병도 잡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것은 곧 금융 산업 개혁자로서의 가시밭길을 뜻한다. 그의 흰 머리카락의 가장 큰 이유 아닐까.


뉴스쇼에서 그는 “아무래도 거대한 자본이라든가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금융) 기관과 회사와 소비자들 간에 정보 비대칭이 있다 보니까 회사들이 본인의 이익을 좀 더 충실하게 하면서 고객의 이익을 외면하는 이런 상황들이 작년 같은 경우에는 여러 가지 무슨 횡령이라든가 내부 통제 실패 또는 고객의 이익 유용, 이런 것들로 벌어지는 것들이 있었다. (중략) 장기적으로 보면 금융회사가 잘 되려면 고객 신뢰를 얻어야 하는 건데 아무래도 너무 단기 이익에 매몰되다 보니까, 그런 것들을 고객 신뢰를 얻고 금융회사가 또 장기적으로 국민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면서함께 국민과 같이 갈 수 있도록 그런 공정한 금융거래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그런 의도입니다.”라고 했다.


그의 열정은 시장과 직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가 이른바 ‘똑똑하고 부지런한’ 리더에 속해서다. 그도 이 상황을 안다. 그는 사석에서 “금융기관들과 우리 직원들이 제가 빨리 떠나기를 바라는 것을 안다”면서 변화에 저항하는 금융사와 연일 과로하는 임직원들의 고충을 감지한다고 말했다.


그의 고생이 헛되지는 않은 것 같다. 호평도 들려서다.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금감원 처음이자 마지막 황금기로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위상이 올라갔다”거나 “원장들이 주저했던 금융 혁신을 칼같이 해낸다”라는 말이 들린다.


대기업 회계자료를 볼 줄 아는 검사였던 이 원장은 경제학을 전공한 공인회계사다. 법과 숫자를 모두 안다는 이유로 삼성그룹 승계 문제(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를 파헤쳤다.


그런 그는 금감원장이 되자마자 삼성 금융사 CEO에 직접 전화를 걸어 “삼성과 잘 지내고 싶다”고 화해를 먼저 청한 일화가 있다. 금융 CEO에 먼저 연락한다고알려진 이 원장처럼 일과 업권과의 관계를 모두 잡으려 했던 역대 금감원장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의 말마따나 “계속 시험을 치는 수험생”으로서 금융권·금감원 임직원을 달래가며 일하는 게 절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명한 당근과 채찍이란 원칙을 실행하는 것도 이 원장의 강점이다. 물론 금융권의 토로는 여전하다. 금융 시장에서는 기자에게 자주 묻는다. “이복현 원장은 그래서 언제 떠난대요?”라고.


기자는 이 원장이 ‘떠난 뒤에도 계속 기억에 남는’ 감독 수장으로 마무리하길 기대한다. 오는 3~4분기 정도면 후임이 온다고 예고한 이 원장은 금감원장으로서 사실상 6개월의 임기를 남겼다. 지난 2년간 쉼 없이 달려온 이 원장이 얻은 것은 흰 머리와 고뇌 및 일이 주는 보람 등일 것이다.


부동산PF 잠재 위험을 현재 가장 고민하고 있는 이 원장은 때가 되면 자신의 임기 여정을 되돌아 볼 것이다. 그가 어떤 생각에 잠길 지 사뭇 궁금하다. 기자는 이 원장이 금감원의 존재 가치를 치열하게 실현한 리더로 기억되길 바란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황

코스피

코스닥

환율

KOSPI 2,742.14 17.52(0.64)

코인시세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비트코인캐시

이오스

시세제공

업비트

05.20 23:06

92,955,000

▲ 106,000 (0.11%)

빗썸

05.20 23:06

92,884,000

▼ 25,000 (0.03%)

코빗

05.20 23:06

92,927,000

▲ 19,000 (0.02%)

등락률 : 24시간 기준 (단위: 원)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