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대체연료 시장, 기자재산업 역할 더 커진다"

신주식 기자
  • 입력 2025.01.01 02: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성 관리, 극저온 보관 등 높은 기술력 필요

강희진 KRISO 친환경해양개발연구본부장(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강희진 KRISO 친환경해양개발연구본부장(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친환경 대체연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연료 특성에 따른 선박 설계 및 엔진 개발과 선박의 전동화 대응 전략입니다."

강희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친환경해양개발연구본부장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선박 대체연료 전환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LNG 이후 그린메탄올, 암모니아 등이 친환경선박을 위한 대체연료로 부각되면서 글로벌 선사들도 이들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이중연료 추진 선박 발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과 높은 신뢰성을 갖고 있는 기존 전통적인 화석연료에 비해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선박 설계부터 엔진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암모니아, 청정메탄올, 바이오연료, 수소 등 새로운 대체연료는 각각 독특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선체 구조, 연료공급장치, 추진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맞춤형 설계, 새로운 공정 기술 적용이 필요하다.

암모니아는 연소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연료로 이론상 완벽한 탄소중립 구현에 적합하다. 독성과 부식성, 특유의 냄새로 인해 선내 연료탱크 설계부터 배관, 펌프, 밸브, 가스처리장치, 연소기술 확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안전성이 최우선 고려 항목이다. 방호복 착용과 유출시 비상대응절차 마련, 탱크·배관 재질 선택 시 내부식성 확보 등의 조치가 필수적이며 연소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 아산화질소(N2O) 처리기술도 고려해야 한다.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메탄올은 기존 인프라를 비교적 쉽게 전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그린수소와 공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CO2)를 합성해 만든 그린메탄올을 활용하면 연료사용 중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더라도 이는 애초 공기 중에 있던 탄소를 재순환하는 것이므로 실질적인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 인체에 유독하기 때문에 안전관리 대책이 필수적이며 누출사고 대비책도 마련돼야 한다. 선박 연료 주입구 및 탱크 주변의 방재설비, 감지센서, 누출시 신속 대응체계, 방화 대책이 요구된다.

수소는 대체연료 중 가장 낮은 영하 253℃ 이하에서 액화되고 부피에너지 밀도가 낮아 큰 저장공간이 필요하므로 선박 전반의 설계 방향이 달라진다. 수소를 안전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극저온 단열기술, 초저온 밸브 및 펌프, 누출감지 센서, 연료전지 모듈 배치 등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강희진 본부장은 "연료별 특성에 맞춰 엔진 재질과 부품, 파이프라인, 밸브, 탱크, 안전장치, 선체 전반의 설계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러한 맞춤형 기술개발 노력은 우리 조선·해운 기자재 산업이 미래 탄소중립 시대에도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수소를 선박 연료로 활용할 경우 내연기관 보다는 연료전지 형태의 활용 가능성이 커 발생한 전기로 추진전동기를 구동하는 형태의 전기-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에 대한 기술 개발과 국산화 준비도 시급히 요구된다. 

궁극적 대체연료 원자력, 안전성 확보·국제기구 협약 이뤄져야

일각에서는 궁극적인 넷제로(Net-Zero) 달성을 위한 선박 대체연료로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러원전)을 지목하고 있다. 공장에서 표준화·모듈화된 형태로 제작 후 현장에 설치하는 미래형 원자로인 SMR은 이론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넷제로 달성에 핵심적일 수 있고 특유의 안정적 전력공급 능력으로 해양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는 기술개발보다 각국의 협의 및 규제완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강희진 본부장도 해양 분야에 SMR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적·제도적·안전성 확보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외부 충돌, 화재, 침수, 극한해상기상 등 해상환경 특수성에 대응하는 기술적 안전장치가 요구되며 냉각수 시스템의 신뢰성, 비상 상황에서의 즉각적인 정지 및 격리 시스템, 방사능 누출 방지 대책 등이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 육상 원전과 마찬가지로 SMR을 해상에 도입할 경우 사용후 핵연료와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도 제기된다.

기술적 안전장치는 국제해사기구(IMO),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가 협력해 안전기준과 운용지침을 마련하는 국제표준화 과정이 필수적이며 방사성폐기물 문제는 각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력체계를 통해 책임 있는 폐기물 관리, 해상운송 가이드라인, 비상시 대응 매뉴얼 마련 등의 선결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선박에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시범사업을 통한 실증과 운용실적(Track Record) 확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SMR은 이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특정 구역에 위치한 해상플랜트나 원자력 추진 연구선을 운용하면서 안전 운전성, 정비성, 연료 교체주기, 비상대응 능력 등을 실제 운항환경에서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강희진 본부장은 "해상 SMR 적용시 핵연료 사이클 관리와 비핵확산 문제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며 "민간 상업 환경에서 어떻게 핵연료를 관리할지에 대한 명확한 국제적 합의와 투명한 통제 및 감시체계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KRISO 목포 지역거점 조감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KRISO 목포 지역거점 조감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목포에 들어선 연구개발 허브 "해양산업 패러다임 주도“

KRISO는 해양탄소중립 실현에 특화된 목포 연구거점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목포남항에 2만평 규모로 조성된 부지 중 현재 약 1만평의 부지에 연구시설들이 들어섰으며 앞으로도 세계적인 수준의 핵심 연구시설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목포 연구거점은 친환경선박 기술, 친환경대체연료의 선박적용, 연료전지·배터리 기술 등을 활용한 전기-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을 시험평가하고 해상에서 실증할 수 있는 종합적인 연구개발 허브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세계 최초로 개발된 '친환경대체연료 해상실증선박(K-GTB)'을 통해 다양한 대체연료와 전기·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을 실증함으로써 선박용 배터리·연료전지, 무탄소연료 엔진 등 핵심기술을 실제 운항조건에서 검증하고 운용실적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를 통해 자체적으로 기술 신뢰성을 높이고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가능해진다.

KRISO는 목포 연구거점에 대해 단순한 연구 인프라에 그치지 않고 기업·대학·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개방형 협력 생태계를 구현한다는 목표다. 국내 기자재업체나 신생 스타트업들이 보유한 혁신적 아이디어·기술을 실제 환경에서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학이나 다른 출연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 국제협력 네트워크 구축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목포 연구거점에서 축적되는 실증 데이터와 검증결과는 국내 뿐 아니라 IMO 등 국제기구와 공유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표준화 논의를 선도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협력해 국제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통해 개발된 기술·기준·인증 체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도록 하는 가교 역할도 담당한다.

KRISO가 목포에 연구거점을 마련한 것은 전라남도가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해상풍력, 그린수소, 그린메탄올 생산 가능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목포 연구거점은 지역 장점을 극대화해 재생에너지 기반 대체연료 생산기술을 연구·실증하고 이를 선박연료로 직결하는 전주기 기술개발까지 포괄함으로써 지역발전과 국가 전력·연료 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

강희진 본부장은 "목포 연구거점 및 친환경연료추진연구센터는 해양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국내 조선·해운·기자재·에너지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혁신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육상 시험평가부터 해상 실증, 국제협력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원스톱 지원을 통해 우리 기술의 신뢰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해양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공유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