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통합으로 시장 요구에 적극 대응 역량 갖춰
조선소·협력사 시스템 연결 진정한 자동화 이뤄야
![지난 21일 트레이드윈즈가 주최한 'Global Shipbuilding Forum 2025'에 참석한 이현호 HD현대중공업 전무(사진 오른쪽)가 크레이그 이슨(Craig Eason) 트레이드윈즈 편집장(사진 왼쪽)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출처=트레이드윈즈]](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3030_701406_3941.jpg)
"HD현대의 조선 계열사들은 이미 선종별로 표준화된 선박 디자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조선 계열사 통합으로 표준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조금 의미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표준화보다는 이를 기반으로 유연한 설계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조선 계열사 통합의 진정한 의미가 될 것입니다."
지난 21일 트레이드윈즈가 주최한 'Global Shipbuilding Forum 2025'에 참석한 이현호 HD현대중공업 선박해양연구소 전무는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HD현대 조선 계열사의 통합 의미에 대해 이와 같이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2020년대 들어 찾아온 조선산업의 '메가사이클'이 오는 2030년이면 종료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전무는 "모든 산업이 호황도 있고 불황도 있지만 조선산업에서는 호황보다 불황이 더 길게 이어지는 특성을 보이는 것 같다"며 "금융위기 이후에도 오랜 기간 힘들었는데 이를 견뎌내는 과정에서 생존 DNA를 습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3개 조선소 통합은 시장의 변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단행됐다. 조선소별 수주가 아니라 수주하는 선종에 따라 도크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선박 영업에 나서는 등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좋은 제품을 적정한 가격과 시점에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전무는 "HD현대미포의 경우 중형선에 특화돼 있는데 통합하면 설계역량이나 유지관리에도 효율적"이라며 "도크 운영 측면에서도 특정 시장이 좋으면 이에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년 간 급격한 기술발전이 이뤄지면서 거의 변화가 없던 조선산업에서도 빠르게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환경규제로 인해 LNG 등 가스 기반 연료가 적용되고 메탄올, 암모니아 등 다양한 연료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가장 흥미로운 기술발전 분야로 이 전무는 인공지능(AI)를 꼽았다. 지난 2019년 세계 최대 ICT 전시회인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참가한 HD현대는 AI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판단하고 이와 관련한 연구개발을 지속해왔다.
조선소의 디지털화도 당시 CES 참관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 전무는 지난 2020년 총 3단계에 걸쳐 조선소 생산시스템 자동화를 구상했다.
첫번째 단계는 '눈에 보이는 조선소'로 조선소의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자동화기술이 적용돼 관제도 되고 생산효율도 올리고 안전성도 높이는 자동으로 운영되는 조선소를 추구하고 있다. 마지막 세번째 단계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조선소로 이 전무가 그리는 궁극적인 목표다.
이 전무는 "무인운영 조선소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데이터가 쌓이고 사람들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어느 시점에서는 큰 폭의 도약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와의 시스템 통합도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기업마다 정책이 다르고 보안상의 문제로 인해 시스템 연결이 쉽지 않은 한계가 존재한다.
자동화로 인해 협력업체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나 이 전무는 조선소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고 효율적이지도 않다며 이와 같은 우려에 반박했다.
이 전무는 "서로가 이득이고 최종적으로는 고객이 이득인 접점을 잘 찾는다면 협력관계가 이뤄질 것"이라며 "모든 시스템이 연결돼야 최적화가 가능한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