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운항선박 활성화 위해 운항 해역 확대, 인프라 지원 강화 시급

"그때그때 날씨에 따라 최적의 속도로 운항할 수 있도록 하는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을 적용하면 일괄적인 감속운항에 비해 훨씬 효율적인 선대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선박에 자율운항 기술을 적용하면 연비 측면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아비커스의 기술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자율운항 전문기업인 아비커스는 지난 2018년 HD현대 내 자율운항 연구실로 출발했다. HD현대가 축적한 선박 조종제어 기술, 충돌회피 기술, 최적경로 계획 기술 등을 기반으로 자율운항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지속한 아비커스는 2020년 4월 최초로 대형 상선에 탑재하는 항해보조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듬해인 2021년 1월 임도형 대표는 7명의 연구원과 함께 아비커스라는 이름으로 독립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연구실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회사를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하며 자율운항 솔루션 전문 기업 출범을 적극 지원했다.
창업 후 연구개발에 전념한 아비커스는 2022년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율운항 기술을 통한 대형 선박의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을 상용화했다. 2단계 자율운항 기술을 상용화한 것도 아비커스가 세계 최초다.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은 파도, 해류, 바람과 선박의 도착시간(ETA)을 고려해 연료소모를 최소화하는 엔진속도를 계산하고 이를 자동으로 실행함으로써 기존 일정한 속도로 운전하는 것에 비해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날씨가 좋아서 프로펠러에 하중이 적을 때는 빨리 달리고 하중이 많을 때는 과속을 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도착시간을 맞추고 연료소모를 줄이는 원리다.
하이나스 컨트롤은 연료절감 뿐 아니라 항로 최적화, 충돌회피 등의 핵심기능을 제공한다. 인공지능 기반의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판단 기술을 활용해 항해사가 놓칠 수 있는 위험요소를 탐지하고 안전한 항로를 제안함으로써 선박의 운항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아비커스는 현재까지 200척분 이상의 하이나스 컨트롤 수주를 받았으며 20척 이상의 선박에 적용해 운영되고 있다.
2단계 200척 이상 수주…제어기술 추가된 3단계 개발 박차
아비커스는 자율적 판단을 통해 선원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율판단과 제어 기술인 3단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복잡한 해상 교통상황과 다양한 기상조건에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비상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임도형 대표는 "시스템이 사람을 대신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측면 뿐 아니라 법적·제도적 준비도 필요하다"며 "현재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 선박 법규인 MASS(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s) 코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비커스는 레저보트와 대형 상선을 중심으로 투트랙 사업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레저보트 시장에서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뉴보트(NeuBoat)' 기술을 통해 초보자도 쉽게 보트를 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뉴보트는 보트 정박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자동접안 기능을 제공한다.
대형 상선 시장에서는 하이나스 기술을 통해 선사의 연료절감, 탄소배출 감소, 운항 안전성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하이나스 기술은 신조 선박 뿐 아니라 기존 선박에도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어 향후 적용 선박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에이치라인해운과 최대 30척 규모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기술력에 대한 신뢰성을 입증했다.
하이나스와 뉴보트는 선박의 종류·선형에 관계 없이 적용이 가능하나 선박 크기에 따라 센서 개수 및 설치 위치가 달라진다. 또한 선종·선형에 따라 선박의 동역학이 달라지기 때문에 시스템 설치 후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파라미터를 최적화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자동차를 비롯해 선박, 항공기 등 모든 이동수단에서 자율운항·자율주행 기술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인지, 판단, 제어 기술이 사용된다는 점은 공통적이나 동역학과 운전환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용되는 센서의 조합과 문제의 난이도가 달라지게 된다.
자율운항 선박은 자동차·항공기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는 점에서 제어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해류, 파도, 바람 등 외부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은 제어를 특히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20~30명의 선원이 승선하는 상선의 경우 자동화가 필요한 기술의 범위는 자동차·항공기보다 넓다.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많이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기술도 주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아비커스의 2단계 자율운항 기술은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이 항해를 위한 인지·판단·제어를 하지만 사람이 책임을 지는 항해보조 시스템이다. 이와 같은 기술이 안전과 편의, 경제성 측면에서 큰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나 현행 법규에서는 항해사를 대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양한 실증테스트 필수 "자율운항선박법 시행은 큰 의미"
임도형 대표는 자율운항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정책에 대해 자동차와 유사한 방향성을 갖고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하드웨어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부분도 있으나 데이터 기반의 소프트웨어 향상을 통해 인지, 판단, 제어 기능의 향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높은 단계의 자율운항은 단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어려운 만큼 고객의 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는 비용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 성능향상은 무료로 제공된다.
자율운항선박 활성화를 위해서는 운항 해역 확대와 인프라 지원 강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다양한 해역과 환경에서 실증 테스트가 가능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법적 근거 마련이 필수적이다.
올해 1월 3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자율운항선박법(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상용화 촉진에 관한 법률)은 하이나스·뉴보트와 같은 아비커스 자율운항 시스템의 원활한 제어테스트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MO는 오는 2026년까지 비강제 MASS 코드를 개발하고 2028년까지 경험 축적 기간을 거친 후 이를 바탕으로 2030년 강제 자율운항 법규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강제 MASS 코드는 2032년 발효가 목표다.
아비커스는 경험 축적 기간 중 실증 테스트를 통해 개발된 기술의 실적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표준을 선점해야 한다. 자율운항선박법과 MASS 코드의 연계도 매우 중요하다.
임도형 대표는 "자율운항선박법은 자율운항 선박의 테스트와 상용화를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조치"라며 "정부와 산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자율운항 기술과 표준을 선도한다면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