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LNG벙커링 시장, 한국 조선 새 먹거리 되나

신주식 기자
  • 입력 2025.02.27 02:00
  • 수정 2025.03.0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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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발주된 7척 중 5척 수주하며 경쟁력 입증

1만8000㎥급 LNG 벙커링선 [출처=HD현대미포]
1만8000㎥급 LNG 벙커링선 [출처=HD현대미포]

LNG를 연료로 하는 선박 발주가 늘어나면서 LNG 벙커링 수요도 1년만에 두 배 급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박에 LNG를 공급하는 LNG벙커링선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는데 글로벌 조선 강국인 한국은 LNG벙커링선 시장에서도 연초부터 수주에 나서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해운 분석기관인 랜스다운모리츠(LansdowneMoritz)는 지난해 전 세계 LNG 벙커링 수요가 260만톤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2022년 60만톤에 불과했던 수요는 2023년 130만톤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한데 이어 다시 1년만에 두 배 더 늘었다.

2010년대 들어 환경규제 강화로 선박 운항시 탄소배출이 적은 연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LNG가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2023년에는 기존 화석연료와 함께 메탄올을 사용하는 메탄올 이중연료추진 선박 발주가 늘어나기도 했으나 선사들은 다시 LNG로 관심을 돌렸다.

친환경 연료 중 기존 화석연료 대비 가격차이가 크지 않고 글로벌 공급 인프라도 충분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LNG 이중연료추진 선박 발주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LNG 벙커링을 제공하는 항만은 198개로 200개에 육박하는 반면 메탄올 벙커링을 제공하는 항만은 20개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LNG이중연료추진 선박 늘어나며 벙커링 수요도 '껑충'

LNG가 기존 화석연료보다 탄소배출이 적긴 하나 메탄올은 이산화탄소와 그린 수소를 결합시켜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그린 메탄올을 생산할 수 있고 암모니아는 아예 탄소배출이 없는 무탄소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화석연료 대비 최대 4배 비싼 가격과 함께 낮은 에너지 밀도로 인해 연료탱크도 3배 이상 커져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암모니아의 경우 이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대형 상선용 엔진이 아직 세상에 첫 선을 보이지도 못한 상황이다. 10년 이상 연구개발이 이뤄진 LNG 이중연료추진 엔진과 비교하면 아직은 높은 비용에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LNG 이중연료추진 선박이 264척이나 발주됐다는 것은 선사들이 탄소감축을 위한 노력에 나서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랜스다운모리츠는 LNG 가격이 높다는 점은 벙커링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겠으나 2026년 4월경이면 하락하기 시작해 초저유황연료유(VLSFO, Very Low Sulphur Fuel Oil)와도 가격경쟁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같은 시장의 변화는 연초부터 한국 조선업계의 LNG벙커링선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LNG 추진선은 일반적으로 육상의 LNG 저장탱크를 통해 연료를 공급받지만 벙커링선을 이용하면 접안 없이 해상에서 '쉽투쉽(Ship-to-Ship) 방식으로 직접 LNG를 공급받을 수 있다.

HJ중공업은 2월 7일 에이치라인해운으로부터 1만8000㎥ LNG벙커링선 1척을 수주하며 올해 첫 수주를 신고했다. 선박가격은 1271억원으로 미화 약 8788만달러 수준이다.

길이 144m, 폭 25.2m, 깊이 12.8m인 이 선박은 독립형 LNG 탱크 2기가 탑재되며 LNG와 선박용 경유를 함께 사용해 안정성과 운항 효율성을 확보하면서도 탄소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세계 최초의 범용 5100㎥급 LNG벙커링선인 '엔지 제브뤼헤(ENGIE Zeebrugge)'호도 HJ중공업에서 건조됐다. 선박을 발주한 프랑스 다국적 에너지기업 엔지는 '엔지 제브뤼헤'호에 대해 "육상 인수기지나 LNG 트레일러에 의존해왔던 LNG 연료 공급망 개발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HD현대미포도 1만8000㎥급 LNG벙커링선 4척을 수주했다. 총 계약금액은 5383억원으로 미화 약 3억7200만달러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이스턴퍼시픽시핑(EAS, Eastern Pacific Shipping) 및 MSC(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로부터 총 4척의 LNG벙커링선을 수주했던 HD현대미포는 3개월만에 다시 수주에 성공했다.

HD현대미포는 선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그리스 선사인 에발렌드시핑(Evalend Shipping)이 선박을 발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LNG 벙커링 시장은 엑손모빌(ExxonMobil)을 비롯해 쉘(Shell),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등 오일메이저가 주도하며 선사와의 계약을 통해 LNG벙커링선을 확보한다.

올해 들어 첫 두 달간 전 세계적으로 7척의 LNG벙커링선이 발주됐으며 이 중 5척을 한국 조선업계가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LNG를 연료로 하는 선박의 발주가 증가함에 따라 LNG벙커링선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국 조선업계의 수혜도 기대된다.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에 따르면 LNG운반선을 제외하고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은 2023년 472척에서 2033년 1174척으로 149% 증가할 전망이다. 벙커링용 LNG의 연간 소비량은 2028년 1500만톤에 달해 2023년 대비 약 4.7배 급증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영되는 LNG벙커링선은 약 60척이고 발주 중인 선박도 20여척에 불과하다. 2030년까지 현재 글로벌 선단 규모의 추가발주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LNG 이중연료추진 선박 인도와 LNG 벙커링 선박 주문 증가, 새로운 공급 허브 개설, LNG 액화 용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 등이 LNG 선박 연료 성장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싱가포르가 46만톤을 기록하며 42만6000톤에 그친 로테르담을 제치고 세계 최대 LNG 벙커링 항구로 부상했다"며 "벙커링 시장에서 아시아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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