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부터 드론, 건설, 조선까지 고강도·경량화 철강소재 개발 이어져
![차세대 전기차 HSCB(H-Solution Concept Body) [제공=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411/1644600_656250_556.jpg)
산업의 발전과 함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철강업계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의 발전은 새로운 철강제품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환경규제에 따른 탈탄소 움직임으로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은 이전보다 더 단단하면서도 무게는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핫 스탬핑, 포스젯과 같은 기술은 이와 같은 산업의 발전에 부응하기 위한 철강업계의 부단한 연구개발이 이뤄낸 성과다. 고강도와 경량화를 이뤄내면서도 기존 소재 대비 원가는 줄이고 생산성은 높이는 방향으로 '산업의 쌀' 철강의 진화는 지속되고 있다.
배터리로 무거워진 전기차, 철강이 제시한 해법은
전기차의 경우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되기 때문에 같은 모델이라도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통상 400~500kg 정도 무게가 더 나간다. 차종에 따라 공차 중량의 최대 25%를 배터리가 차지한다. 차의 무게는 연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은 다른 부분에서 배터리로 인해 추가되는 무게를 상쇄시킬 수 있는 경량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늘어난 무게만큼 사고 발생시 더 큰 충격이 발생한다는 점도 전기차가 풀어야 하는 숙제다. 특히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화재가 전기차 수요둔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충돌 사고에도 승객과 배터리를 보호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한 차체 설계가 요구된다.
철강은 자동차를 구성하는 소재의 약 60%를 차지한다. 강판이 40% 이상을 차지하며 특수강, 강관, 철분말 등이 자동차 생산에 들어간다. 철강재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자동차의 무게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이유다.
![핫 스탬핑 공정 [제공=현대제철]](https://cdn.ebn.co.kr/news/photo/202411/1644600_656251_565.jpg)
철강사들은 핫스탬핑강 확대로 이와 같은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900도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한 강판을 금형에 넣고 급속 냉각시키는 핫스탬핑은 기존 강판과 두께가 같아도 강도는 더 높아 자동차 프레임에 사용하면 무게를 줄일 수 있다. 기존 방식 대비 자동차 무게를 15~25% 줄이는 것이 가능한데 이는 배터리 탑재로 늘어난 중량을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성형도 쉽기 때문에 자동차 기업들은 핫스탬핑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핫스탬핑 소재개발을 시작한 현대제철은 2013년 현대하이스코 냉연강판부문 인수를 계기로 핫스탬핑 사업의 본격적인 확대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충남 예산에 22기, 울산에 2기의 핫스탬핑 라인을 구축해 현대자동차·기아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오스트라바에 위치한 현대제철 체코법인에 1기의 핫스탬핑 설비를 추가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오스트라바 공장은 현재 핫스탬핑 설비 3기, 부품성형을 위한 레이저 설비 7기, 코일절단 설비 1기 등이 가동되고 있다.
올해 7월 출시된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에도 현대제철의 핫스탬핑강으로 제작한 부품이 공급된다.
지난 2022년 경쟁입찰을 통해 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한 현대제철은 1.5기가파스칼(GPa) 핫스탬핑 부품 29종을 그랑 콜레오스에 납품하고 있다. 1GPa는 가로·세로 각 1mm 크기의 강재가 100kg의 하중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의 강도를 의미하는데 이는 기존 자동차 외부 판재보다 2배 이상 강한 수준이다.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고 있는 3세대 강판은 내년 2분기 중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3세대 강판은 기존 냉연 초고강도 소재 대비 높은 강도에서 상온 성형이 어려웠던 부품 등에 적용된다.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는 내년 2분기에는 기존 1GPa보다 높은 1.2GPa의 강판이 나오게 되지만 궁극적으로는 1.5GPa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강도강은 강도가 높아질수록 성형성이 떨어졌으나 3세대 강판은 높은 강도에서도 곡선 성형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당진 2냉연공장에서 생산되는 이 강판은 디자인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전기차에 적합할 것으로 평가된다.
포스코는 자체 개발한 용접기술인 포스젯(PosZET)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포스젯은 합금 배합을 통해 용접용 선재의 전력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낮은 전력·전압으로 강하게 철강재를 접합하는 기술이다.
포스젯을 활용하면 용접시 사용하는 전력량을 15% 줄일 뿐 아니라 작업시간도 짧아져 생산성을 약 10% 높일 수 있다.
실제 차량 부품에 포스젯을 적용한 결과 용접부의 피로수명은 2배 이상 늘어났으며 산세, 연마 등 추가공정을 거치지 않아도 우수한 내식성이 구현됐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포스젯에 관심을 보였다. 자동차 부품사인 게스탐프 멕시코는 올해 2월부터 포스젯을 활용한 폭스바겐 차량 부품 생산을 시작해 기존 대비 전력 사용량을 12% 줄였다. 게스탐프는 스페인, 프랑스 공장에도 내년 중 포스젯을 적용할 계획이다.
포스젯 기술은 올해 7월 출시된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 크래들 부품에 적용됐으며 GM은 내년 말 출시하는 전기차에 포스젯을 적용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기존 포스젯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포스젯 기가' 기술을 개발하고 자동차 시장 확대에 나섰다. 포스젯 기가는 인장강도 980MPa 이상의 자동차용 강판인 '기가스틸'에 특화됐다.
포스코 철강솔루션연구소는 기가스틸에 맞는 용접강도를 구현하기 위해 용접용 선재에 다량의 니켈을 첨가했는데 니켈의 높은 원가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니오븀(Nb)과 크로뮴(Cr)을 최적비율로 배합해 니켈을 대체하는 포스젯 기가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포스젯 기가로 기가스틸을 용접하면 접합부 용접금속의 미세조직이 그물망과 같이 치밀한 구조로 변하면서 용접부의 강도와 인성이 높아진다. 원가는 니켈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지만 굽힘 피로강도는 2배 높고 저온 충격인성도 15% 증가해 온도변화와 반복적인 충격에 더 강한 모습을 보인다.
게스탐프는 올해 6월 포스코와 포스젯 기술협력 범위를 포스젯 기가까지 넓히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포스코는 차체, 서스펜션, 배터리팩 등 5종 이상의 경량화 통합솔루션을 제공하게 된다. 일본 자동차 기업인 닛산도 자사 신차에 포스젯 기가 사용을 승인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용접강도를 높이면 차량 안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용접부위가 강해진 만큼 자동차 강판 두께를 줄일 수 있어 차량 경량화 설계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차량 경량화 소재로 각광 받았던 기가스틸의 강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젯과 포스젯 기가 기술을 활용해 기가스틸을 비롯한 자사 철강재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철강재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시장 경쟁력을 높여가겠다"고 덧붙였다.
UAM, 건설에도 고강도·친환경 철강기술 접목
![스틸 버티포트 헬리콥터 테스트 [제공=포스코]](https://cdn.ebn.co.kr/news/photo/202411/1644600_656252_571.png)
드론을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관련 인프라에 대한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도심에서의 교통체증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전기수직이착륙 항공기(eVTOL, 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oading)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는 추세다.
eVTOL은 좁은 공간에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별도의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고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므로 소음 문제도 없다. 다만 eVTOL 운항을 위해서는 안전한 이착륙과 탑승을 위한 터미널 공간, 기체의 충전·정비를 위한 시설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시설을 버티포트(Vertiport)라고 부르는데 버티포트는 기체 하중을 버티고 이착륙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체 주변의 기류에 따른 장애물 충돌 등 돌발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가볍고 다루기 쉬운 알루미늄은 그동안 버티포트의 주재료로 사용됐으나 높은 가격으로 인해 상용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포스코는 가볍고 튼튼하면서 가격 경쟁력도 갖춘 '스틸 버티포트'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스틸 버티포트는 알루미늄 제품과 강성이 비슷하지만 두께는 더 얇고 가격은 절반 이하로 낮췄다. 또한 일반 도금강판보다 내식성이 5~10배 우수한 포스맥(PosMAC)을 적용해 유지관리 부담을 줄였다.
버티포트는 특성 상 옥상 등 건물 상부에 설치되므로 중장비를 투입해 고층으로 자재를 운반해야 한다. 하지만 15m 크기의 정사각형 구조인 스틸 버티포트는 18개의 모듈로 분할해 공장에서 사전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패브(Prefab, Pre-fabrication) 공법을 적용함으로써 간편하게 시공 및 해체가 이뤄진다.
포스코 관계자는 "건물의 하중 부담을 줄이고 고층으로 자재 인양시 투입되는 인력이나 설비를 최소화해야 했으므로 경량화와 모듈화가 핵심 과제였다"고 말했다.
경량화를 위해서는 강판의 두께가 1~2mm 수준이어야 하는데 얇은 만큼 잘 휘어지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보강재 용접을 할 경우 휘어지는 문제를 완화할 수는 있으나 제작비가 올라가고 변형 우려도 커지게 된다.
고객사인 유석철강의 L형 데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포스코는 롤포밍 공법을 사용하면 보강재가 부착된 단면을 저렴하게 성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포스코는 고객사의 기존 설비를 활용해 투자비를 절감하고 고객사는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는 협업으로 강성과 내구성, 경제성, 사용성을 모두 충족시킨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전남 고흥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에서 진행된 스틸 버티포트 성능 검증은 무게 5톤의 헬리콥터를 이용해 이뤄졌다.
데이터 계측 결과 스틸 버티포트는 1cm의 변형도 발생하지 않을 만큼 단단함을 보였고 헬리콥터 기장은 "기존 헬리패드와 견고함, 소음, 진동 등에서 차이가 없다"며 우수성을 인정했다.
포스코는 민간으로서는 최초로 잠실 MICE에 버티포트를 건설할 계획인 (주)한화 건설부문과의 MOU 등 실현 가능성이 높고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건설될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스틸 버티포트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에 내놓은 모델이 프로토타입이었다면 앞으로는 고객별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반영한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해 나갈 예정"이라며 "포스코의 고내식·고강도 강재와 강구조 기술은 버티포트의 내구성과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건설 재료로 UAM과 버티포트 상용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진행된 'H-모듈러 랩' 기념식 참석자들이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현대제철]](https://cdn.ebn.co.kr/news/photo/202411/1644600_656254_29.jpg)
국내 철강 수요의 약 40%(2000만톤)을 차지하는 건설부문에서도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정기적으로 'H CORE Solution 제품개발 성과 공유회'를 개최해 추진 실적과 향후 계획을 공유하고 우수과제에 대한 포상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총 13건의 과제에 대한 시상이 이뤄졌으며 'H형강 적용 역타 기둥 개발' 과제가 최우수 과제로 선정됐다.
이 과제는 건설현장에서 단순 H형강 적용 대비 강재 사용량을 줄여 고객사의 원가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철소에서 나오는 제강 슬래그를 활용한 보차도블록도 기존 블록 대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제강 슬래그는 매립할 경우 침출수 등 환경오염을 일으키게 되지만 이를 강한 바람으로 식혀 보차도블록을 만들 경우 강도와 내구성이 더 우수하다. 제강 슬래그로 만든 블록은 물이 쉽게 통과해 폭우가 내려도 도로가 침수될 가능성이 낮은 것도 특징이다.
지난달에는 현대엔지니어링과 손잡고 당진제철소에 'H-모듈러 랩'을 개장했다. 400㎡ 면적에 지상 2층 규모인 H-모듈러 랩을 통해 양사는 다양한 모듈러 건축용 기술을 시험할 예정이다.
랩 건축에도 현대제철의 강재 및 부산물 활용 기술이 적용됐다. 시험장 부지는 제강 슬래그를 활용한 보차도블록을 설치해 내구성과 친환경성을 확보했으며 건물 외벽에는 컬러강판을 적용했다. 건물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은 콘크리트가 아닌 스틸 코어부 강판전단벽을 설치해 공사기간을 단축했다.
자동차, 건설과 함께 철강사의 주요 전방산업인 조선업과 관련한 연구개발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특히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 다양한 대체연료가 검토되면서 이를 운송하기 위한 화물창 소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탈탄소 추진하는 조선, 극저온·고내식 소재 수요 늘어
![LNG선 화물창 내부 [제공=삼성중공업]](https://cdn.ebn.co.kr/news/photo/202411/1644600_656253_5754.jpg)
바다에서도 국제해사기구(IMO)를 중심으로 탄소저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으며 글로벌 선사들은 2050년 '넷제로(Net-Zero)' 달성을 위해 이중연료 추진 선박 발주와 대체연료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선박은 글로벌 화물 운송의 99.7%를 차지할 만큼 국제무역에서 필수적이나 선박 운항을 위한 연료는 값싸고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벙커유를 사용하고 있어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선사들은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전통적인 연료와 함께 LNG를 사용해왔으나 지난해부터는 메탄올이 대체연료로 부각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메탄올도 '넷제로' 달성을 위해 거쳐가는 수단일 뿐 궁극적으로는 수소 경제로 가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NG와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 상태이므로 이를 운송하기 위해서는 액화시켜야 한다. 문제는 LNG가 영하 160도 이하, 수소는 영하 250도 이하에서 액화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극저온에서도 깨지거나 변형이 이뤄지지 않는 소재로 화물창을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LNG 화물창은 포스코가 개발한 고망간강을 적용하고 있다. LNG 정도의 저온 상태를 버티는 소재라면 메탄올, 암모니아 등 상대적으로 액화점이 낮은 화물도 운송 가능하지만 암모니아처럼 특유의 독성을 가진 화물은 내식성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암모니아는 분해하면 수소를 얻을 수 있어 액화수소보다 쉽게 수소를 운송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암모니아는 과거에도 비료저장탱크 제작을 위해 응력부식균열 등에 대한 연구가 있었으나 선박으로 운송한다면 훨씬 더 가혹한 조건에서의 테스트가 필요하다"며 "압력을 높이면 그만큼 액화점이 높일 수 있지만 적정 항복강도에 대한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액화수소 운송을 위해 기존 고망간강에 이어 니켈 함량을 더 높인 고니켈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조선사와 함께 대체연료 등 차세대 에너지 대량운송을 위한 화물창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