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탄 삼성중공업 기술력…연료소비·탄소배출 줄인다

신주식 기자
  • 입력 2025.02.27 02:05
  • 수정 2025.03.01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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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 세일로 바람 이용하고 세이버 윈드로 공기저항 최소화

삼성중공업 선박해양연구센터 김진규 프로 [출처=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선박해양연구센터 김진규 프로 [출처=삼성중공업]

"윙 세일(Wing Sail)은 전통적인 범선의 원리를 현대 기술로 발전시킨 형태입니다. 항공기 날개의 에어포일 형상을 차용해 보다 효율적인 양력과 추진력을 생성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삼성중공업 선박해양연구센터의 김진규 프로는 자체 기술로 개발에 나선 '윙 세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윙 세일은 선박에 기둥 형태의 구조물 다수를 설치함으로써 바람을 보조적인 동력원으로 활용한다. 바람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범선과 공통점이 있으나 더 높은 공기역학적 효율을 제공하고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바람의 방향과 강도에 따라 최적의 각도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풍력보조추진장치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장치의 개발과 선박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로터 세일(Rotor Sail) 방식의 풍력보조추진장치가 개발돼 소형선에 적용된 사례도 다수 확인된다.

삼성중공업이 윙 세일 개발에 나선 것은 로터 세일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다. 원통형 구조물을 회전시켜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를 이용해 추진력을 생성하는 로터 세일은 윙 세일보다 작은 크기로 큰 추진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하지만 회전에 필요한 에너지가 추가로 소모되고 지속적인 회전운동으로 소음과 진동이 발생한다. 많은 하중을 받게 되는 베어링의 마모와 이에 따른 유지보수도 부담이다.

'마그누스 효과' 아닌 양력으로 로터 세일 단점 극복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윙 세일은 항공기 날개와 유사한 고정형 구조로 양력을 발생시켜 추진력을 제공한다. 따라서 로터 세일 대비 효율이 높고 다양한 풍향에서 작동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필요시 접거나 방향을 조절할 수 있어 구조물 설치에 따른 저항도 최소화할 수 있다. 윙 세일 기술은 최근 탈탄소와 에너지 효율성 개선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윙 세일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기존 기술을 기반으로 하되 더 향상된 성능과 효율성, 선박 운영에 최적화된 설계 및 제어기술을 적용해 윙 세일 개발을 추진해왔다.

김진규 프로는 "에어포일 디자인이 채택된 윙 세일은 다양한 풍향과 풍속에서도 일정한 추진력과 연료절감 효과를 제공한다"며 "로터 세일이 정형화된 솔루션인 반면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윙 세일은 차별화된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함으로써 삼성중공업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대양을 운항하는 선박에 설치되는 만큼 날씨와 해역마다 풍속·풍향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은 풍력보조추진장치 개발의 난제다. 편서풍처럼 일정한 방향의 풍력이 지속적으로 불어오는 해역에서는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으나 실제 대양에서는 풍속과 풍향이 변동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삼성중공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단일 요소(Single Element) 대신 다중 요소(Multi Element)를 적용해 윙 세일이 보다 넓은 범위의 풍질 조건에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양력 발생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또한 선박의 실제 운항경로를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풍질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해역을 선택함으로써 연료절감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원통형 기둥 형태인 윙 세일 구조상 선박이 운하나 다리를 통과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틸팅(Tilting) 시스템 도입으로 해결했다.

선박을 운영하는 선사 입장에서는 윙 세일 설치를 통해 연비가 얼마나 향상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다. 하지만 연비에는 날씨, 해역 뿐 아니라 선박의 크기 및 속도, 설치된 윙 세일의 수와 크기 등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다양하다.

윙 세일은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운항하는 17만4000㎥급 LNG운반선 기준 10%의 연료절감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로터 세일처럼 회전운동을 위해 지속적인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고 접거나 방향을 조정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는 전체 연료절감 효과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중공업 친환경연구센터 전상배 프로 [출처=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친환경연구센터 전상배 프로 [출처=삼성중공업]

공기저항만 줄여도 연비 최대 6% 향상 기대

선박의 상갑판(Upper Deck)에 설치되는 특성으로 윙 세일은 LNG운반선을 비롯해 유조선, 벌크선 등에 적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상갑판에 최대한 많은 컨테이너를 적재해야 하므로 윙 세일처럼 바람을 이용해 추진력을 발생시키는 장치보다 '세이버 윈드(SAVER Wind)'와 같이 바람의 저항을 감소시키는 장치가 효율적이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세이버 윈드는 'SAVER Wind(C)'와 'SAVER Wind(L)-Side Gap Protector(SGP)'로 구분된다. 'SAVER Wind(C)'는 컨테이너선 선수 갑판 위에 구조물을 설치해 적재된 컨테이너 정면의 정체압력을 완화시킴으로써 운항 중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다.

'SAVER Wind(L)'은 선수 갑판이 아닌 좌·우현에 설치되는 구조물로 적재된 컨테이너 사이로 유입되는 바람을 차단해 부가적인 저항을 감소시킨다. 이 기술은 아시아~유럽과 아시아~태평양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에서 연료절감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에 널리 적용되기 시작한 SAVER Wind(C)는 동일한 선박과 환경, 방법으로 운항해 적용 전과 후의 연료소모량 비교를 통해 그 효과를 검증할 수 있다. 비교적 작은 컨테이너선에 적용된 유사 제품의 경우 해당 회사에서 약 2%의 연비향상 효과를 발표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 친환경연구센터의 전상배 프로는 "운항 경로에 따라 다르지만 당사 제품은 최대 6%의 연비향상을 기대하고 있다"며 "지난달 처음 적용된 선박이 인도됐고 향후 실운항 조건에서의 성능 검증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탄소저감과 연비향상에 대한 선사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삼성중공업도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SARB(Samsung Advance Rudder Bulb), 세이버 에어(SAVER Air), 세이버 스테이터(SAVER Stator), 세이버 핀(SAVER FINS) 등 선종에 따라 적합한 기술들의 개발이 이뤄졌으며 한 선박에 다수의 연비향상 기술을 탑재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조선·가스운반선에는 SARB를 비롯해 세이버 핀, 세이버 스테이터를 적용할 수 있고 컨테이너선에는 SARB, 세이버 스테이터와 함께 세이버 에어도 적용된다. 삼성중공업은 이들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면 약 7~8%의 연비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윙 세일과 같은 기술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과거에는 단순히 풍속과 방향에 의존했다면 현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최적의 항로와 장치 작동방식을 제안함으로써 연료 소비를 더욱 줄일 수 있다.

전상배 프로는 "연비가 좋다는 것은 곧 연료 소비량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탄소배출량 감소와 직결된다"며 "삼성중공업은 에너지 절감 기술을 통해 선박 운항시 연비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연료소비와 탄소배출을 줄이는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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