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기에도 적기 납품하며 경쟁력 입증
방산 대신 해양…핵심 경험·기술 차별화 지속
![삼성중공업 해양기술영업팀을 이끌고 있는 윤병협 상무 [출처=삼성중공업]](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61232_675342_2514.jpg)
"코로나 사태 이후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육상 프로젝트에서도 적기 완성은 둘째 치고 예산초과가 당연하게 여겨졌음에도 삼성중공업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메가 프로젝트를 계획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조선소로 인식됐습니다. 삼성중공업 없는 FLNG는 PF(Project Financing)도 어렵다는 시장 인식이 생긴 이유이기도 합니다.
삼성중공업 해양기술영업팀을 이끌고 있는 윤병협 상무는 글로벌 FLNG 시장에서의 삼성중공업 위상에 대해 이와 같이 설명했다.
FLNG는 LNG-FPSO의 약자로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생산·저장해 LNG선에 하역하는 설비다. LNG선이 액화천연가스를 운송하기 위한 선박이라면 FLNG는 천연가스를 거르고 액화시킬 설비가 추가된 복합설비라고 할 수 있다.
거친 파도에도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하역해야 하는 만큼 FLNG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며 수주금액도 수조원에 달할 만큼 고가의 설비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1년 6월 프랑스 엔지니어링 기업인 테크닙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오일메이저인 쉘(Shell)로부터 약 34억달러 규모의 프렐류드 FLNG를 수주했는데 이는 세계 최초이자 현재까지도 세계 최대 규모의 FLNG로 기록되고 있다.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9기의 신조 FLNG가 건조되거나 건조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이 중 5기를 수주해 3기를 인도하며 압도적인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현재 거제조선소에서 2기의 FLNG를 건조하고 있는데 2기를 동시에 건조하는 것도 세계 최초다.
계약하면 수조원 규모의 '잭팟'이긴 하나 일반 선박과 달리 플랜트를 선박 형태의 한정된 공간에 집약해야 하기 때문에 FLNG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조선사는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글로벌 '조선 빅3' 외에 찾아보기 어렵다. 프렐류드 FLNG처럼 진수 중량만 20만톤에 달하는 초대형 설비는 한국 조선업계 외에 전 세계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조선소도 없다.
FLNG를 건조하면서 계약된 날짜에 우수한 품질로 인도할 뿐 아니라 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다는 점도 삼성중공업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저유가 장기화로 오랜 기간 해양플랜트 시장이 침체기를 겪었고 코로나 사태로 정상적인 조업이 어렵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대단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기록이다.
윤병협 상무도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시기 이뤄졌던 '코랄 술(Coral Sul)' FLNG를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꼽았다. 이 설비가 한창 건조되던 시기는 2019~2021년으로 코로나 대유행이 정점을 찍은 시기다.
계약서에 적힌 납품 날짜는 2021년 11월 15일로 코로나 4차 대유행을 지나 '오미크론'으로 불린 새로운 바이러스가 촉발시킨 5차 대유행이 시작되던 시기다. 그럼에도 삼성중공업은 완벽한 품질의 FLNG를 납품하는데 단 하루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았다. 명명식 날 거제조선소에서는 모잠비크 및 대한민국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샴페인을 터트렸다.
당시 코랄 술 프로젝트의 PM(Project Manager)를 맡은 윤병협 상무는 이전까지 해양 사업에서 축적된 모든 경험을 총 동원해 초대형 프로젝트의 차질 없는 수행에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발굴해냈다.
윤병협 상무는 "코랄 술 FLNG는 전 세계에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사업 및 FLNG에 대한 저력을 제대로 증명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로 기억한다"며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FLNG에 대한 남다른 경험과 임직원 모두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중공업은 꾸준한 연구개발에 매진해왔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방산에 집중한 반면 삼성중공업은 해양사업을 유지하고 핵심 경험 및 기술을 차별화했다.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 기자재 업체 비중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적인 상선의 경우 국산화율은 90%를 넘었으나 해양 산업에서는 점진적인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5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인구감소로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해양 프로젝트는 일반 상선 대비 배관이 훨씬 복잡하고 스테인리스, 니켈강 등 비철 배관 비율도 높다. 용접해야 하는 철판 두께도 더 두꺼워 작업자의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삼성중공업은 외국인 노동자 증가로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선소 문화를 변화시키고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화석연료 규제 완화가 해양 플랜트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으나 관세 강화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관세가 강화되면 FLNG에 투입되는 기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프로젝트 전체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윤병협 상무는 "최악의 경우 프로젝트 경제성이 나오지 않아 프로젝트 자체가 없어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주요 기자재 업체의 다변화, 업체와의 공동개발 등을 더욱 활발하게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