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부터 세계 최고까지…글로벌 FLNG 강자 삼성중공업

신주식 기자
  • 입력 2025.05.01 00:10
  • 수정 2025.05.01 02: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0년대 후반 해양플랜트 진출해 경험·기술 축적
'수주하면 조 단위' FLNG 시장 압도적 경쟁력 갖춰 

프렐류드 FLNG [출처=삼성중공업]
프렐류드 FLNG [출처=삼성중공업]

글로벌 조선시장의 호황기 진입에 이어 미·중 갈등으로 방산 분야가 부각되면서 한국 조선업계에 더 많은 기회가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 빅3'가 한국 기업이고 중국과의 갈등이 높아지는 미국이 자국 조선업 부흥과 방산 분야 강화를 위해서는 한국 조선사의 도움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를 중심으로 국내 조선사들의 이름이 매일같이 거론되는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방산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방산 대신 해상플랜트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적인 선택에 따른 것이며 특히 LNG-FPSO(FLNG,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시장에서는 절대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FLNG는 14년 전 처음 발주가 이뤄졌다. 삼성중공업은 2011년 6월 프랑스 엔지니어링 기업인 테크닙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오일메이저로부터 약 34억달러 규모의 프렐류드(Prelude) FLNG를 수주했다. 진수 중량만 20만톤에 달한 이 설비는 세계 최초이자 현재까지도 세계 최대 규모의 FLNG로 기록되고 있다. 

이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의 두아(Dua), 코랄 술(Coral Sul) FLNG를 성공적으로 건조했으며 현재는 페트로나스와 시더가 발주한 2기의 FLNG를 동시 건조 중이다. 

조선 빅3 중 처음으로 해양플랜트 시장 진출 "일석이조 전략"

삼성중공업은 1990년대 후반 드릴십을 수주하며 '조선 빅3' 중 처음으로 해양플랜트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유가상승 전망에 따라 오일메이저들이 원유 공급을 늘릴 것으로 예상한 삼성중공업은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와 드릴십 팀을 신설하고 제품군 개발과 함께 마케팅에 나섰다. 

윤병협 상무는 "자연스럽게 해양플랜트를 포함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게 됐는데 이는 경쟁사보다 조선소 면적이 작았던 상황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갖는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코랄 술 FLNG [출처=삼성중공업]
코랄 술 FLNG [출처=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의 드릴십은 대한민국 수출 효자상품으로 차별화된 성장을 이끌었으며 지금은 가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FLNG로 변화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사업을 줄이거나 멈추지 않고 꾸준히 경험을 축적하며 미래를 준비해왔다. 

FLNG는 크게 LNG 생산설비와 저장설비로 구분되며 이를 동시에 설계·제작해 완성 단계에서 합치는 공정을 거친다. 저장설비 및 부유체 부분은 일반적인 LNG선 건조 과정과 유사하며 여기에 모듈화된 생산설비를 올리고 배관, 전선 등을 연결해 각종 테스트를 수행한다. 

LNG 생산설비 건조는 블록제작을 우선으로 육상 안벽에서 각 기능별로 모듈화해 설계한다. 각 모듈이 완성되면 3000~9000톤급 해상크레인 등을 활용해 안벽에 이동한 저장설비 위에 올린다. 프렐류드 FLNG는 6000톤 규모의 대형 모듈 14개가 모여 건조됐으며 각 모듈은 8000톤급 해상크레인을 이용해 순차적으로 탑재됐다. 이를 위해 1일 최대 4000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됐으며 전체 작업자가 승선하는데만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모든 테스트를 마친 FLNG는 투입되는 해상 가스전으로 이동해 고정(계류) 및 가스전에서 올라오는 배관을 연결하는 'Hook-up'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만큼 전체 프로젝트에서 FLNG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해저 가스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는 통상적으로 30~40%가 탐사 및 드릴링이며 FLNG도 비슷한 비중을 차지한다. Subsea라고 불리는 해저 배관작업의 비중은 20~30% 수준이다. 오일메이저들이 해당 유전 탐사 허가권을 낙찰 받은 후 천연가스를 판매하기까지는 10년에서 15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어느 시기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해당 프로젝트의 이해도와 수익성이 달라지게 된다. 프로젝트마다 요구되는 설비의 사양이 천차만별이며 이와 관련한 책자만도 두꺼운 백과사전 여러권에 달한다. 짧은 기간에 이를 이해하고 계약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주 기업에서 발주처와 프로젝트 이끄는 전략적 동반자로

전체 개발 기간으로 보면 FLNG 발주는 프로젝트 종료 5~6년 전부터 이뤄진다. 이 기간에 Concept stucy, Pre-FEED(Front End Engineering Design), FEED가 진행되며 약 4년을 남긴 시점에서 설계·조달·시공(EPC, 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에 대한 최종투자결정(FID, Final Investment Decision)이 이뤄진다. 

프렐류드 FLNG의 경우 삼성중공업은 FEED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었다. 좀 더 이른 시기에 참여하진 못했으나 일반적으로 발주처가 다른 엔지니어링 기업을 통해 FEED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조선사를 참여시켰다는 점에서 특이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처음 도전한 프렐류드 FLNG의 성공적 건조를 바탕으로 꾸준히 기술과 경험을 축적한 삼성중공업은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Concept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발주처와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등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산화율이 90%를 넘는 일반 상선에 비하면 아직은 부족하나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국산화율도 높여가고 있다. 

거제조선소 내 LNG 실증설비 전경 [출처=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내 LNG 실증설비 전경 [출처=삼성중공업]

처음 해양플랜트 시장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한국 조선업계는 바다에 떠서 생산된 원유나 액화천연가스를 저장하는 선체(Hull)에 대한 건조를 담당하는 수준이었다. 해저에 매장된 자원을 채굴하고 생산하는 핵심설비인 상부설비(Topside)에 대한 설계는 테크닙과 같은 유럽 엔지니어링 기업이 전담했다. 계약금액 기준으로는 선체가 약 30%, 상부설비가 70%의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중공업은 FLNG에 대한 경험과 실적이 늘어나면서 탑사이드 설계에 참여하는 비중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독자적으로 개발한 천연가스 액화 공정에 대한 실증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센스 포(Sense IV)'로 불리는 이 공정은 해저로부터 끌어올린 가스·오일에서 오일을 분리하고 수분, 수은 등 불순물을 제거한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 이하로 액화해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이는 기술로 FLNG의 주요 공정 중 하나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센스 포'는 연간 200만톤 이상의 LNG를 생산할 수 있으며 기존 가스팽창 액화공정 대비 LNG 1톤 생산에 필요한 전력 소모량을 최대 14%까지 줄이는 등 에너지효율도 개선했다. 

윤병협 상무는 "당사가 개발한 액화공정 기술을 탑재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거제조선소에서 건조가 한창인 FLNG [출처=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건조가 한창인 FLNG [출처=삼성중공업]

이어지는 '세계 최초' 기록 "미래형 제품군 개발 박차"

현재 거제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는 FLNG도 세계 최초의 근해 FLNG로 기록됐다. 프렐류드 FLNG, 코랄 술 FLNG가 심해에서 LNG를 생산하는 반면 근해 FLNG는 천연가스를 유정에서 직접 받지 않고 1차 분리된 기체를 받는다. 1차 전처리 설비가 필요하지 않아 탑재되는 모듈이 그만큼 적고 복잡한 해양 계류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아 비용절감과 안전성 향상을 이뤄낼 수 있다. 육상 LNG 터미널 대비 건설비용이 적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선제적인 기술개발에 나선 것이 근해 FLNG 수주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중공업은 2023년 5월 1일 미국 '휴스턴 해양기술 박람회(OTC 2023)'에서 DNV선급으로부터 독자 개발한 FLNG 모델(MLF-N, Multi-purpose LNG Floater-Nearshore)에 대한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MLF-N은 육상 플랜트에 비해 납기가 빠르고 경제적인 FLNG 모델을 찾는 시장 상황에 맞춰 삼성중공업이 전략적으로 개발한 제품으로 다양한 FLNG 경험과 기술력을 함축해 선형 및 사양을 표준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LNG 화물창 형상과 이를 둘러싼 선체를 규격화해 화물창 용량을 18만㎥에서 24만5000㎥까지 늘릴 수 있고 천연가스 액화 모듈 등 약 5만톤의 상부 플랜트 설비를 떠받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구조로 설계됐다. 선체에 탑재되는 주요 장비의 최적사양도 표준화해 엔지니어링 기간을 크게 단축했다. 

윤병협 상무는 "글로벌 FLNG 시장에서 삼성중공업의 경험은 압도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는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효율적인 건조공법 개발이 아니었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라며 "앞으로도 더욱 경쟁력 있는 FLNG 건조를 위해 미래형 제품군 등 한 발 앞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공유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