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 이민국의 집행 권한 확대와 H-1B 비자 추첨 방식 변경 예고
![최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 공장을 단속한 사례는 외국 기업 소속 근로자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 기업이 파견한 근로자의 체류 관리에 대한 리스크가 현실화됐음을 의미한다.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8081_694944_3325.jpg)
미국 정부가 이민 및 비자 정책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미국 이민국(USCIS)의 집행 권한이 확대되고 전문직 취업 비자(H-1B) 선발 제도가 개정될 전망이다.
10일 법무법인 지평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미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인력 운용 및 법규 준수 정책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비자 발급의 어려움 증가를 넘어, 주재원 파견, 현지 인력 채용, 핵심 인재 유지 등 인력 관리의 모든 단계에서 새로운 법적 위험과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강화된 단속과 엄격해진 심사 기준은 기업의 법규 준수 부담을 가중시키며, 사소한 규정 위반도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 공장을 단속한 사례는 외국 기업 소속 근로자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 기업이 파견한 근로자의 체류 관리에 대한 리스크가 현실화됐음을 의미한다. 미국 이민 정책 변화에 대한 면밀한 주시가 요구된다.
지난 5일, 미국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는 USCIS의 집행 권한을 확대하는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이 규칙은 오는 10월 6일부터 발효된다. USCIS는 미국 내 체류 자격이 없는 개인에 대한 추방 절차를 직접 개시하고 집행할 수 있게 된다.
과거 USCIS는 이민 심사 과정의 조사 기능을 담당하고, 실제 수사와 단속은 ICE가 수행해왔다. 그러나 이번 규칙 개정으로 USCIS는 신속 추방 절차 개시, 체포·추방 영장 집행, 이민법 위반 관련 형사 수사 개시 등 강력한 집행 권한을 직접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USCIS 국장은 특별수사관을 지정하여 경찰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이들은 훈련 및 인증 요건을 충족하면 현행범 체포, 중범죄 용의자 구금, 불법 입국 지원자 체포, 수색·체포 영장 집행 등의 권한을 갖게 된다. 이로 인해 이민·국적법 집행의 강도와 빈도가 전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USCIS 심사관들이 집행 중심의 시각을 갖게 되면서, 심사 또한 과거보다 훨씬 엄격해질 수 있다. 증거 보충 요청(RFE)이나 거부 의도 통지(NOID) 발급 건수가 늘고, 제출 서류의 완결성에 대한 요구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현장 단속 활동의 강화다. 기존에 ICE가 단독으로 수행하던 단속을 이제 USCIS도 병행하거나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기업 현장에 대한 감시와 통제 수준이 크게 높아져, 기업과 외국인 근로자 모두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지난 8월, 국토안보부는 H-1B 비자 청원 절차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수년간 '운에 맡긴다'는 비판을 받아온 현행 무작위 추첨 방식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연간 8만5000개(학사 6만5000개, 미국 석사 이상 2만개)의 비자를 공급하지만, 최근 수십만 건에 달하는 신청 건수로 인해 실제 선정 확률은 매우 낮았다. 이는 미국 기업들이 우수한 해외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하고, 신청자들 역시 운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불확실성에 놓이게 했다.
개정안은 무작위 추첨 방식 대신, 신청자의 학력 및 성과 기반 요소를 반영해 임금 수준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우선 선정하는 가중치 기반 선발 방식을 제안한다. 미국 노동부의 직업고용임금통계(OEWS)에서 정한 4단계 임금 수준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레벨(Level IV)의 임금을 받는 신청자 그룹부터 순차적으로 비자 정원을 채워나가는 방식이다.
최상위 레벨에서 정원이 모두 소진되지 않으면 다음 레벨(Level III) 신청자 그룹에서 선정하는 방식으로, 비자 정원이 모두 찰 때까지 반복된다. 이는 미국 노동 시장의 평균 임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고급 인재를 유치하겠다는 정책적 의도를 보여준다.
이번 정책 변화는 단순한 법령 개정을 넘어, 심사와 집행 권한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새로운 규제 환경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제 미국 파견 인력은 비자 신청 단계부터 현지 체류 기간에 걸쳐 임금 수준, 직무의 전문성, 그리고 예고 없는 현장 단속이라는 복합적인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됐다.
비자 승인만 받으면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안심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각 기업은 인사, 법무, 현지 법인 운영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다음 사항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미국 규제 당국은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협력사 인력의 법규 준수 여부에 대해 원청 기업이 최종적인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협력사 선정 시 이민법 준수 여부를 평가하는 절차를 도입하고, 계약서에 관련 규정 준수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또 모든 파견 인력의 비자 현황과 유효 기간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협력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이민법 교육을 실시하여 잠재적 위험을 사전에 통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평은 "이민국 직원이 예고 없이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를 대비한 명확한 대응 절차 수립이 중요하다"면서 "여기에는 단속 요원의 신분 및 영장 확인 절차, 내부 보고 체계(현장 담당자 → 본사 법무/인사팀), 지정된 대변인 외 직원들의 응대 지침, 변호인 조력 요청 절차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특히 현장 직원들이 당황해 부정확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진술을 하지 않도록, 사실에 기반하여 자신의 업무 범위 내에서만 간결하게 답변하도록 사전 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