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리비스틴 단백질 돌연변이가 뇌 억제성 시냅스 기능 약화
![억제성 시냅스 조직에서 콜리비스틴의 분자적 역할 모식도 [출처=대구경북과학기술원]](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6074_704048_5243.png)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뇌과학과의 엄지원·고재원 교수 연구팀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의 김진영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자폐증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자폐 환자에게서 발견된 콜리비스틴(collybistin) 단백질의 돌연변이가 뇌의 억제성 시냅스 기능을 약화시키고 의사소통 결핍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뇌는 흥분성 신호(가속 페달)와 억제성 신호(브레이크)가 균형을 이룰 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이 균형이 깨지면 신경세포 간 정보 전달이 왜곡되어 자폐나 조현병 등 신경발달장애가 나타난다. 이러한 신호는 신경세포가 맞닿는 접점인 시냅스에서 이뤄진다.
DGIST 연구팀은 프랑스 연구진으로부터 자폐 환자에게서 발견된 콜리비스틴 유전자(ARHGEF9)의 변이 정보를 제공받아 자폐의 분자적 원인을 추적했다.
이어 콜리비스틴 유전자를 전전두엽에서 제거한 형질전환 생쥐를 제작해 시냅스 구조와 기능 변화를 관찰한 결과 억제성 시냅스의 밀도와 신호 전달이 현저히 감소하는 결함이 확인됐다. 흥분성 시냅스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콜리비스틴이 결핍된 생쥐는 일반적인 행동에서는 정상 수준을 보였으나 동료 생쥐와의 초음파 발성(USV)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는 자폐 환자들이 언어적·비언어적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증상과 유사하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억제성 신경회로 이상이 사회적 의사소통 결핍의 직접적 원인임을 입증했다.
프로테오믹스(단백질체 분석) 기법을 활용한 추가 실험에서는 콜리비스틴이 뇌 속 억제성 신호 안정화에 관여하는 게피린(gephyrin)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콜리비스틴에 이상이 생기면 게피린의 활동이 저하돼 억제성 신호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이로 인해 신경 신호의 균형이 무너지고 의사소통 결핍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는 DGIST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의 정혜지 박사후연수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몰레큘러 사이키어트리(Molecular Psychiatry)' 10월 3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고재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병태생리학적 이해를 분자 수준에서 한 단계 진전시킨 성과"라며 "향후 뇌 질환 연구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엄지원 교수는 "콜리비스틴-게피린 유전자 연구를 인간 세포 모델로 확장해 전임상연구와 치료제 개발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