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환원제철,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개발 통해 철강 탈탄소 시대 선도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제공=포스코]](https://cdn.ebn.co.kr/news/photo/202410/1641959_653069_5821.png)
한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했던 철강산업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제품을 생산하고 경제성장에 맞춰 설비확대에 주력했다면 탈탄소 시대를 맞이한 현재는 탄소배출량을 줄인 새로운 개념의 철강제품 생산을 요구받고 있다. 전체 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4%를 차지할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철강협회는 1톤의 철강을 생산하는데 평균 1.83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밝히며 글로벌 철강업계의 탄소감축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포스코, 현대제철 등 한국 철강업계는 미래 철강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함께 적극적인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CBAM…탈탄소 시대 생존전략 마련해야
유럽연합(EU)이 오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nism)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CBAM은 탄소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수입품에 대해 EU 생산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비용을 CBAM 인증서 구매 강제로 부과한다. 적용 대상 품목은 철강을 비롯해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3년 기준 EU로 수출한 6개 품목의 수출금액이 총 46억달러이며 이 중 철강이 42억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8월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CBAM 도입 이후 국내 철강 부문이 감당해야 할 비용은 2026년 851억원이나 이후 점차 증가해 2034년에는 5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됐다. 2026년 이후 10년간 누적금액은 3조원을 웃돈다.
철강산업은 건설업을 비롯해 기계 및 장비, 운송장비, 전기장비, 금속가공제품, 비금속광물제품 등의 산업에서 중간재로 사용되는 만큼 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전방연쇄효과)이 크다.
한국은행의 투입산출표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철강산업의 전방연쇄효과는 1.52로 전 산업(1.0)과 제조업 평균(1.05)을 크게 상회했으며 2023년 철강제품 수출을 통한 생산유발액은 약 101조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약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CBAM 시행으로 철강업계 비용부담이 가중돼 생산활동이 위축될 경우 다른 산업의 생산과 부가가치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한상의는 보고서에서 "CBAM 대응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철강 등 주요 제품의 내재배출량 자체를 낮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EU에 수출하는 주력 제조업의 저탄소 제품 라인업 구축 중요성과 저탄소 제품의 국내 시장 안착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철강산업은 전체 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4%를 차지할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업종이다. 세계철강협회는 1톤의 철강을 생산하는데 평균 1.83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하며 '산업의 쌀' 역할을 담당했던 철강업계가 탈탄소 시대를 맞아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개념도 [제공=포스코]](https://cdn.ebn.co.kr/news/photo/202410/1641959_653070_5911.png)
수소환원제철 글로벌 선두주자 포스코, 정부와 기술개발 박차
아시아 철강사 중 처음으로 2050 탄소중립 달성 로드맵을 발표한 포스코는 이를 위해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 Hydrogen Reduction) 개발에 적극 나섰다.
포스코 고유의 파이넥스(FINEX) 유동환원로 기술을 바탕으로 한 하이렉스는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고로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기술이다.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는 철광석(Fe203)과 화학반응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나 수소는 물(H2O)이 발생하므로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철강 제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화석연료와 수소의 공통점은 철광석에서 산소(O2)를 떼어내는 환원제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며 수소환원제철의 핵심은 수소에 의해 철광석의 환원반응이 일어나는 설비인 환원로에 있다.
전통적인 제철공장에서는 고로가 환원로의 역할을 담당한다. 고로에 투입된 철광석과 석탄을 뜨거운 공기로 연소시키면서 발생한 일산화탄소 가스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반응을 일으키고 고로 내부에 발생하는 1500도 이상의 고온은 철광석을 녹이는 용융반응을 일으키며 쇳물을 만든다.
수소환원제철 공정의 경우 환원반응은 환원로에서, 용융반응은 전기로에서 일어난다. 환원로에서 철광석을 고온으로 가열된 수소와 접촉시켜 직접환원철(DRI, Direct Reduced Iron)을 만들고 이를 전기로에서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100% 수소만을 사용해 직접환원철을 생산하는 환원로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현재 기술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일부 활용해 직접환원철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기술은 석탄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가 철광석의 환원에 약 25%, 일산화탄소가 75% 사용된다. 하이렉스 기술이 완성되면 25% 수준인 수소를 100%까지 끌어올리게 된다.
하이렉스는 4개의 유동환원로에서 철광석을 순차적으로 수소와 반응시켜 직접환원철로 생산한 후 ESF(Electric Smelting Furnace) 전기용융로에서 용융한 용선으로 탄소감축 제품을 생산한다. 하이렉스의 바탕이 되는 파이넥스 유동환원로 기술은 1992년 기술개발을 시작해 2007년 상용화됐으며 현재까지 파이넥스 공장에서 누계 3400만톤의 쇳물을 생산했다.
유럽과 일본은 에너자이언(Energiron)의 샤프트 환원로(Shaft Furnace)에 EAF(Electric Arc Furnace) 전기로 기술을 적용하고 있어 하이렉스와 차이가 있다. '샤프트 로'는 고로와 모양이 비슷하다.
직접환원철 용융에 적합한 전기로인 ESF 전기용융로 기술 개발도 같이 이뤄지고 있다. 철강업계는 이전부터 EAF 전기로를 활용해 용강을 생산해왔으나 철스크랩에서 나오는 불순물로 용강 품질이 떨어지고 직접환원철을 사용하면 맥석 성분으로 인해 슬래그가 증가하는 반면 철 성분은 손실돼 제강 효율이 떨어진다.
ESF 기술은 전기용융로 내에 탄소가 일부 존재해 환원환경을 유지함으로써 직접환원철에 함유된 철 성분이 손실되지 않고 기존 고로처럼 슬래그 성분 제어가 가능한 형태로 설계된다. 발생하는 슬래그는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올해 1월 시간당 최대 1톤의 용선을 생산할 수 있는 전기용융로 시험설비를 완공한 포스코는 3개월 후 첫 출선에 성공하며 총 15톤의 용선을 출선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룹사인 SNNC가 세계 최대 규모의 합금철 ESF 운영으로 관련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어 발빠르게 ESF를 개발할 수 있었다"며 "수소환원제철용 유동환원로 및 전기용융로 기술개발을 가속화해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포항제철소 수소환원제철 부지를 방문한 최상목 부총리(사진 왼쪽)가 설명을 듣고 있다 [제공=기획재정부]](https://cdn.ebn.co.kr/news/photo/202410/1641959_653071_038.jpg)
산업통상자원부는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기술개발 지원에 나섰다. 해상교통안전진단 면제, 환경영향평가 신속 추진, 매립 기본계획 반영절차 신속 추진 등을 지원함으로써 20조원 규모의 포항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 착공시기는 2025년 6월로 11개월 앞당겨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등 관계부처와 함께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수소환원제철 매립예정부지 및 2제강공장 조업현장을 둘러봤다.
이날 간담회에서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 등 2030년까지 계획된 73조원의 투자를 차질없이 이행하겠다고 강조했으며 최상목 부총리는 투자계획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했다.
최상목 부총리는 "포스코는 '산업화의 쌀'이라고 불리는 철강을 통해 국가 기간산업 성장과 우리 경제 산업화의 밑거름을 제공해왔다"며 "간담회에서 나온 건의사항은 관계부처와 적극 검토해 11월 발표 예정인 3차 투자활성화 대책 등 정책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소환원제철 전 단계에 해당하는 파이넥스 설비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환원로 온도제어, 수소 안정성 확보, 안정적 수소·에너지 공급 등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를 추진하는 것은 포스코이나 정부가 하나의 기업만을 대상으로 국가전략기술을 지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포스코 주관 하에 다른 철강사들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비타당성 결과가 나오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고 참여기업이 확정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상풍력용 탄소저감 후판으로 제작한 강관 구조물 [제공=현대제철]](https://cdn.ebn.co.kr/news/photo/202410/1641959_653072_221.jpg)
전기로 강자 현대제철, 고로 더해 저탄소 경쟁력 강화
현대제철은 전기로와 고로에서 나오는 쇳물을 혼합해 고부가가치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로는 철스크랩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고로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비해 품질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탄소저감이 향후 철강사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 향상도 이뤄졌다.
인천, 포항, 당진의 전기로 공장을 통해 연산 1200만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현대제철은 60여년간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의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지난 8월에는 세아제강과 협업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용 탄소저감 후판 및 강관 구조물을 제작하고 해당 소재의 적합성을 확인했다. 현대제철은 항복강도 355MPa급 해상풍력용 후판을 생산하고 세아제강은 이를 강관으로 가공해 조관평가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생산된 제품은 기존 고로에서 생산된 제품과 동등한 품질을 갖춰 합격 판정을 받았다.
시험생산 및 조관평가에 성공한 이 후판은 직접환원철 및 철스크랩을 원료로 전기로에서 만든 쇳물과 고로에서 만든 쇳물을 혼합하는 제조방식을 거쳤다. 현대제철이 자체적으로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산정한 결과 2021년 생산한 후판 대비 약 12%의 탄소배출 저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시험생산 및 조관평가를 통해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를 통한 탄소저감 제품의 실제 생산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해상풍력발전 분야를 비롯해 탄소저감 후판 제품을 필요로 하는 시장에 선도적으로 공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