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부진·수입증가로 영업이익 급감…가격인상도 힘든 상황
![중국 제철소에서 생산된 강관제품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제공=세계철강협회]](https://cdn.ebn.co.kr/news/photo/202411/1642039_653183_4352.jpg)
건설업을 중심으로 한 수요 부진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 수입 증가라는 대내외적 악재가 지속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3분기 들어서도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근 이뤄진 금리인하와 반덤핑 조사 개시에 따른 결과도 1년 정도는 기다려야 하는 만큼 내년 상반기에도 부진한 시황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11월에 접어든 업계는 중국 전인대와 미 대선 결과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경제성장률 5% 유지를 위한 중국 정부의 추가부양책 발표가 기대되는 반면 미 대선은 어느 방향으로 결정되든 업계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생산량 감소했지만…하반기 들어 수출 더 늘어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글로벌 조강 생산량은 1억4360만톤으로 전년동월 대비 4.7% 감소했다. 이를 포함한 올해 1~9월 누적 생산량도 전년동기 대비 1.9% 줄어든 13억9410만톤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의 9월 생산량은 6.1% 감소한 7710만톤, 1~9월 생산량은 3.6% 줄어든 7억6850만톤을 기록했다. 한국의 9월 생산량(550만톤)은 1.3% 증가했으나 누적 생산량(4810만톤)은 4.6% 감소하며 전년동기 대비 5000만톤 이하로 줄어들었다. 일본의 누적 생산량은 3.2% 감소한 6330만톤으로 나타났다.
누적 생산량을 살펴보면 미국(6030만톤, -1.6%), 러시아(5400만톤, -5.5%), 이란(2130만톤, -3.1%)이 감소한 반면 인도(1억1030만톤, 5.8%), 독일(2840만톤, 4.0%), 튀르키예(2790만톤, 13.8%), 브라질(2520만톤, 4.4%)은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중국·일본의 조강 생산량이 전년동기 대비 감소세를 지속한 것은 건설업을 중심으로 한 전방산업 수요부진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올해 철강 수요가 전년(8억9570만톤) 대비 3.0% 감소한데 이어 내년에는 1.0% 줄어든 8억6010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5% 달성을 위해 자금난에 빠진 부동산 업체에 연말까지 1조7700억위안(한화 약 340조원)을 긴급 투입하는 등 총 4조위안(767조원)의 대출을 지원하겠다는 부양책을 발표했다. 35개 도시 빈민촌 170만채 중 재개발 조건에 부합하는 100만채를 선별해 대규모 재개발을 진행하겠다는 정책도 내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기자회견이 이뤄졌던 지난달 17일 상하이선물거래소의 철근 및 열연 선물가격이 전일 대비 4% 이상 하락했다.
중국 철강업계는 자국 수요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수출 행보에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영국, 인도, 튀르키예, 캐나다 등이 중국산 저가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가거나 최종판정을 발표하면서 반덤핑 관세가 적용되기 전에 더 많은 철강재를 수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9월 중국의 철강재 수출은 1015만톤으로 올해 처음 1000만톤선을 돌파했다. 누적 수출량(8071만톤)도 8000만톤을 넘어서 연말까지 1억톤 이상의 철강재 수출이 이뤄질 전망이다. 중국의 연간 철강재 수출이 1억톤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6년이 마지막이다.
반제품인 빌릿의 수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9월 중국의 빌릿 수출은 105만3000톤으로 월간 기준 올해 최대를 기록했다. 9월까지 누적 수출량도 전년동기 대비 38.0% 급증한 341만2000톤을 기록했다.
전기요금 상승에도 가격인상 부담…미 대선 결과 따른 대응방안도 고민
건설업 수요부진 장기화와 중국산 저가 철강재 수입 증가라는 악재가 지속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건설현장에 많이 사용되는 철근·형강 제품을 생산하는 현대제철의 경우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16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5조6243억원)은 전년동기 대비 10.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515억원)은 77.5% 급감했다. 올해 철근 수요는 700만톤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저조한 모습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달 24일 전기로 제강사 등 대용량 사용고객이 해당되는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기존 1kW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16.9원) 인상한 것도 악재가 되고 있다. 철근의 경우 원가 인상분이 가격에 자동으로 반영되는 포뮬러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가격인상이 예고됐으나 H형강은 시황악화로 인해 10월 예고한 가격인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내내 이어진 가격인상 예고와 달리 가격방어에 힘겨운 모습이 반복되면서 확실한 명분에도 가격인상 추진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철강업계의 시선은 11월 4일부터 8일까지 진행되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회의와 11월 5일 실시하는 미 대선에 쏠리고 있다. 중국 전인대 회의 의제로 재정정책 관련 계획이 언급되진 않았으나 중국 정부가 비공개로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심의하고 승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철강 수입관세 인상 및 수입쿼터 축소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해리스 후보는 탈탄소와 친환경 정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집권시 탄소 관세를 신설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과 미국의 영향이 큰 만큼 11월 열리는 전인대 회의와 미 대선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이뤄진 금리인하 효과와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결과는 약 1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의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