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 보는 '상장사' 대한조선 투자 매력은

신주식 기자
  • 입력 2025.04.0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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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포트폴리오·실적 등 '빅3' 제외 가장 경쟁력 높아

[출처=EBN AI 그래픽 ]
[출처=EBN AI 그래픽 ]

"매우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대한조선이 공모자금을 통해 선제적 투자에 나설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생각한다."

대한조선 IPO 관련 대표주관사를 맡은 KB증권 관계자는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 빅3'를 제외한다면 국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조선사로 대한조선을 꼽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KB증권은 올해 여름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한조선에 대해 기업실사를 비롯해 내부통제시스템 정비, 지배구조 정비 등의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3분기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하고 심사과정을 거쳐 상장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분기의 경우 내부적인 정비에 주력했다면 2분기가 시작되는 4월부터 거래소 심사 등 IPO를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국내 기업 중 상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회사는 많다. 하지만 상장을 위해서는 1년 이상의 긴 호흡으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한 이슈들도 많이 발생한다. KB증권은 대한조선의 상장 자문사로서 심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슈들에 대응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상장심사 과정에서는 내부통제, 내부 구성원의 의지, 경영진의 경영철학, 회사 비전을 고려하고 이후 '에쿼티스토리(Equity Story)'에 집중한다.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 매력을 전달하는 에쿼티스토리에는 사업모델, 시장전망, 성장 가능성, 기술력을 비롯한 경쟁력, 투자유치 목적 및 사용계획 등이 담기게 된다.

대한조선은 코스피에 직접 상장 방식을 통해 IPO를 추진한다. 전통 제조업을 영위하고 규모가 큰 회사라면 일반적으로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한다. 코스닥은 기술기업 및 초기성장기업의 이미지가 강한 기업들이 적합하다. 당연히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합병을 통한 상장도 대한조선에 어울리지 않는다. SPAC은 직접 상장과 달리 반 년 이내에 상장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으나 공모로 조달 가능한 자금이 한정적인 만큼 중대형 IPO의 경우 적합하지 않다.

조선 빅3를 제외하고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HJ중공업이 유일하다. 하지만 조선업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 조선사 중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아직까지 없다. 과거 SPP조선, 성동조선해양 등이 내부적으로 IPO 가능성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실제 추진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

'수주절벽' 극복하며 중국과의 수주경쟁서 '우위'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조선업계는 2010년대 중반부터 5년 이상을 '수주절벽'이라 불릴 만큼 극심한 경기침체에 시달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중견 조선사의 상당수가 파산하거나 선박 블록 제작업체로 돌아섰으며 중국도 자국 정부가 '화이트 리스트'를 작성해 살려야 하는 조선소만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등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거쳤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도 '수주절벽' 시기에 자주 인용됐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의 위탁경영을 거쳐 KHI를 주인으로 맞이한 대한조선은 주력선종 전환 등 체질개선과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쳐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격을 앞세우는 중국과의 수주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서는 '조선 빅3'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대한조선이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한조선이 보유한 기술력과 선박 포트폴리오, 실적을 살펴보면 국내 대형 조선 3사 바로 다음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및 중국 대형 조선소와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환경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전 세계 조선소는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이는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뿐 아니라 중국 주요 조선사들도 향후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다. 선사들이 현재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하면 2028년에나 인도가 가능하다. 공급자 우위의 '빌더스 마켓(Builder's Market)'이 형성되면서 올해 1분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감소했음에도 선박가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대한조선의 주력선종인 수에즈막스급 유조선의 최근 시장가격은 9000만달러로 지난해와 변동이 없다. 2016년 시장가격이 5450만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9년간 65.1% 급등한 수치다. 수에즈막스급과 함께 대한조선이 수주하는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의 가격도 같은 기간 4450만달러에서 7500만달러로 68.5% 올랐다.

호황기 이제 시작…기술역량 확보 위한 선제적 투자 필요

2021년부터 선박 발주가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가격도 크게 오르기 시작했으나 증권가에서는 아직 조선업 호황기가 초입단계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노후선 증가와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 확대 등이 앞으로의 시장 전망에 대한 근거로 제시된다. 대형 상선의 경우 건조한지 15년이 넘어가면 노후선으로 분류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유조선을 비롯해 벌크선, 컨테이너선의 평균 선령은 12~14년에 도달했다. 선령이 15년을 넘어선 노후선박의 비중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의 환경규제 강화는 기존 운영하는 선박의 조기 폐선을 유도하고 있다. 2050년 '넷제로(Net-Zero)'를 목표로 하는 IMO는 이달 열리는 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Marine Environment Protection Committee) 회의에서 탄소세 부과 관련 이전보다 구체화된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통적인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에 탄소세를 부과하고 LNG를 비롯해 메탄올,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에는 인센티브를 부과함으로써 연료비 격차를 해소한다는 것이 IMO의 계획이다.

연비 낮은 노후선박에 탄소세까지 부담해야 한다면 선사들은 친환경 선박 발주를 통한 선대 개편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으로 개조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수개월 간 운항을 멈춰야 하며 개조에 따른 비용도 상당하다. 선박 개조보다 발주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조선사들이 수주 증가를 이유로 설비 확대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선사들은 발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에는 호황기에 신규 조선사가 대거 세워지고 불황기에는 많은 조선사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조선사들은 일감이 늘어나도 현재의 건조능력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과거 사이클과 달리 현재의 견고한 시장 규모가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KB증권 관계자는 "상장 이후 대한조선은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2023년 기술역량 확보를 위해 기술연구소를 설립한 대한조선은 공모자금을 통해 선제적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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