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세제 개편과 주주행동주의에 따른 주주환원이 한국 증시 레벨업의 중요 요인으로 꼽았다.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국 자본시장 컨퍼런스(KCMC 2024)’에서 JP모건의 믹소 다스(Mixo Das) 아시아 주식전략가(Asia Equity Strategist)는 “지난 2월부터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투자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전반적인 시장을 보면 아직까지 갈 길이 멀고,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한국증시는 확실히 저평가돼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증시 저평가를 단순히 성장 때문이라고 볼 수 없고 비효율적인 자본관리와 낮은 주주환원 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한국의 투하자본이익률(ROIC)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낮은 것을 두고 “이것을 5~12%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며 “이것이 가능하다면 주주가치도 두 배 정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믹소 다스 주식전략가는 낮은 수준의 주주환원율과 한국 기업의 거버넌스 부분에서도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세제 개편과 주주행동주의 강화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믹소 다스 주식전략가는 “세제 정책이 나오면 밸류업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배당소득세 같은 부분에서 유의미한 개선과 상속세 같은 문제도 해소가 된다면 추가적인 상승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에서도 주주행동주의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대부분의 주주행동주의는 주주환원 또는 이사회 관련인데 주주들의 압력을 통해 기업의 자본관리, 주주관리 등이 더 선진화되면서 주주수익률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반기 외국인 순매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하반기 들어서 크게 감소한 것을 두고 밸류업 프로그램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믹소 다스 주식전략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는 이유는 경기 침체 우려에 메모리 사이클까지 덜어지면서 국내 대표 주식 특히 삼성전자에서 주로 이탈이 이루어졌는데 제약이나 조선업종 등에는 외국인이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최근 들어서 외국인 유입도 몇주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이탈이 바닥을 짚은 것으로 생각하며 밸류업 프로그램 성과가 계속 나타나면 외국인 투자자들도 유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으로 접근해 한국 주식시장이 더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증시가 오를 때 한국은 소폭 오르는 데 그치지만, 미국 증시가 빠질 때는 더 많이 빠지고 있는데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자로 시장이 불안할 때 버퍼(안전판)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단기 투자로 증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믹소 다스 주식전략가는 “물론 한국 시장이 원화 가치 등 여러 가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단기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들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밸류가 있는 쪽으로 자금을 투자하고 한국 시장의 밸류 스페이스를 고려하면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가 많이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 장기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주주환원을 높여야 하고 ROE도 끌어올려야 한다”며 “특히 영문 공시 등 외국인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개선돼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