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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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경제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중심의 기술 질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소버린(Sovereign) AI' 전략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한국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미국·중국을 제외한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 기반을 갖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각국이 AI 주권 확보 움직임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AI 인프라·모델·데이터의 국외 의존도 증가 △미국 빅테크 기업의 지배력 확대 △정책·규제 적용의 어려움 등이 자리한다.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최근 여러 지역에서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능력, 소프트웨어 기술, 대형 IT 기업 생태계를 갖춘 국가로 꼽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력, 국내 정보기술 기업들의 개발 역량은 AI 자립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AI 시대에 하루 뒤처지는 것은 한 세대 뒤처지는 것과 같다"며 기술 주권 확보를 핵심 국정과제로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도 AI 개발 예산을 약 68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전략산업 투자를 위한 '국가성장펀드(1020억 달러 규모)'도 가동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엔비디아 고성능 GPU 26만 개 확보는 한국의 AI 전략 전환점을 상징하는 대형 조치로 평가된다. 일부는 정부 주도 데이터센터에 배치되고 나머지는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주요 기업의 데이터센터로 공급될 예정이다. 한국은 이를 기반으로 국가 차원의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발도 추진 중이다.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대기업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AI 반도체 개발, 스마트 제조 혁신 등과 연계해 향후 총 5400억 달러 규모의 국내 투자를 약속했다.

리벨리온·퓨리오사AI 등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도 독자적 NPU(Neural Processing Unit) 개발에 속도를 내며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안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한국어 기반 대형 언어모델을 출시하며 AI 서비스 경쟁에 돌입했다.

소버린 AI 경쟁은 한국뿐 아니라 유럽·중동 등 다양한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미스트랄AI와 독일 SAP는 ‘유럽형 소버린 AI 플랫폼’을 공동 구축했고, 영국은 자국 스타트업 투자 확대를 위한 전담 조직 신설했다. 

인도는 자체 기반 모델 개발과 컴퓨팅 자원 확충 추진하고, 사우디·UAE는 미국 승인 아래 최대 7만 개의 고급 AI 칩 확보했다. 

UAE는 소버린 AI 투자를 "국방·사이버보안과 같은 전략적 분야"로 규정하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글로벌 AI 지출 규모가 1조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AI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국가들이 직면하는 가장 현실적인 제약은 전력 수급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전력 인프라 부족이 기술 자립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AI 핵심 기술 상당수가 미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형성돼 있어, AI 생태계 구축 여부는 미국의 기술 규제와 수출 통제 조건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최근 경제 콘퍼런스에서 "한국이 AI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하느냐가 다른 국가들의 중요한 벤치마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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