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철 킨드릴코리아 전무
이동철 킨드릴코리아 전무

최첨단 AI(인공지능)와 양자컴퓨팅 시대에 인간은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한다.

요즘 유행하는 LLM(대규모 언어모델) 툴을 활용해 AI와 대화를 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오감 중에서 시각, 청각, 촉각은 컴퓨터비전 같은 AI 기술과 IOT 센서를 통해 그럭저럭 학습이 된다고 치지만 후각, 미각은 어떻게 학습을 하지?”

“이 친구 똑똑한 것은 잘 알겠는데 인간의 미묘한 감정은 누가 가르쳐 주지?”

AI는 이미 우리 일상의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날씨를 예측하고 금융 투자를 도와주고 여행 스케줄을 짜주고 심지어 항공권도 예약해준다. 스스로 목표를 수립해서 추론하고 행동으로 옮기니 인간만이 잘 한다고 생각했던 영역을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그런데 희한한 건, 그 엄청난 능력과 달리 가끔은 어딘가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모든 문제를 정확하게 풀어내는 수학 천재가 정작 “인간미는 빵점이어서 정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최근엔 AI보다 더 묘한 존재가 등장했다. 바로 양자컴퓨터다. 알아들을 듯하면서도 정확하게 이해가 안되는 미시의 세계에서 큐비트라는 아이들이 동시에 “0이자 1”인 상태로 움직인다. 마치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돌아가면서 회전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 처럼 말이다.

이쯤 되면 양자물리학자만 활짝 웃고 일반인은 쓴웃음을 짓게 된다. 양자컴퓨팅의 세계를 배우다 보면 마치 형이상학적인 철학책을 읽고 있는 것 같다.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로 카페인 분자를 모델링 하는데 일만 년 걸립니다"라는 문제를 양자컴퓨터는 "그 정도는 뭐? 커피 한잔 먹고 와서 계산해드릴 게요"라고 대답하니, 뭔가 억울한 마음마저 든다. 우리가 지금까지 “빠른 컴퓨터”라고 부르던 것들이 한순간에 “느긋한 굼벵이”가 되는 순간이 온 것이다.

하지만 웃긴 건, 이 엄청난 기술의 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한다.

"우리 회사의 IT 보안은 잘 지켜지는 걸까?" "아이 학비를 언제까지 지원해줘야 되는 거지?" "오늘 점심 뭐 먹지?"

AI는 빠른 계산을 해주고 양자컴퓨터는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문제를 풀어 주지만 정작 고민하고 결정을 내리는 건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의 생각거리는 줄어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많아진 건 왜 일까?

어쩌면 이유는 간단하다.

AI는 답을 내놓고 인간은 “그 답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팅이 상용화되면 세상은 또 한 번 크게 흔들릴 것이다. 암호 체계가 바뀌고 신약 개발이 빨라지고 산업 구조가 재편될 것이다.

특히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양자컴퓨터가 크게 각광을 받을 것이다. 물론 전통컴퓨터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영역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양자컴퓨터와 전통컴퓨터가 공존을 하겠지만 말이다. 그 와중에도 인간은 또 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그래도 점심은 뭘 먹지?"

기술은 계속 진화한다. 하지만 사람의 일상과 선택은 언제나 우리 마음과 감정위에서 돌아간다. 그렇다면 AI와 양자컴퓨팅의 시대에 인간이 AI와 양자컴퓨터 보다 잘하는 특성은 무엇이고 인간이 지켜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인간이 AI와 양자컴퓨터 보다 잘하는 특성은 판단력, 무한 상상력, 협업능력 그리고 공감능력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지켜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아주 간단하다.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생각하고, 그리고 점심 메뉴를 현명하게 고를 줄 아는 것.

양자가 0과 1 사이 어딘가에서 흔들릴 때 우리는 삶과 기술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잡는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인간이 잘하는 특성이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