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7267_705483_858.jpg)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전국 농산물도매시장을 대상으로 통폐합·기능 전환·거점화까지 포함한 전면적인 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30여 개에 달하는 지방 도매시장 중 상당수가 거래량 감소와 비효율로 사실상 기능을 잃고 있는 가운데 aT가 ‘도매시장 재편 로드맵’을 마련하면서 도매 유통구조가 30년 만에 대대적인 수술을 받게 될 전망이다. 그간 국회가 지적해 온 가격 변동성, 중간 유통비 과다, 경매 중심 구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손보겠다는 취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aT는 지난 14일 ‘농산물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 방안 실행계획 도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단순 실태조사가 아니라 법령 개정·지침 정비·평가체계 개편·출하자 지원제도 설계 등 실행 가능한 개혁 로드맵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용역 기간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6개월이다.
aT는 전자송품장(전자전표) 활성화, 예약형 정가·수의매매 확대, 지방 도매시장의 기능 전환·재편 등 이른바 ‘3대 구조개혁’을 제시했다. 지난 2023년 aT는 가락시장에 전자송품장을 시범 도입했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농산물도매시장에선 종이 송품장을 직접 작성해 제출하고 있다.
시장마다 형식이 달라 비효율적이고 투명성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aT는 전자송품장 활성화의 일환으로 인센티브 제도를 신설한다. 경매 우선권 부여, 위탁수수료 감면, 출하 가격 보전제 우대 등을 내용으로 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예약형 정가·수의매매 확대다. 예약형 정가·수의매매는 경매와 달리 중도매인이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 전국 농산물의 50%는 도매시장에 모인 뒤 중도매인에게 경매를 진행하고 다시 중도매인이 소매상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사실상 가락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이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40년 동안 농수산물도매시장이 공정·투명성 확보와 출하자 보호 등 긍정적 역할을 해 온건 사실이지만 최근 유통환경 변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aT는 이 같은 지적 사항을 참고해 예약형 정가·수의매매 확대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출하자와 법인, 중도매인 등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예약형 정가·수의매매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예약형 정가·수의매매가 활성화되면 경매제의 단점인 가격 변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도매시장 개편도 추진한다. 현재 전국 농수산도매시장은 32곳으로 상당수 지방 도매시장은 거래량 감소, 고령화, 재정난 등으로 운영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가락시장에서 경매를 진행한 뒤 지방 도매시장으로 전송거래가 이뤄서 사실상 지방의 농수산물 가격이 수도권보다 높은 실정이다.
aT는 이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전국 도매시장별 기능 전환 사례를 조사한다. 기능 전환 사례는 로컬푸드 직매장, 급식센터 등을 의미한다. 도매시장 기능 전환 검토를 위한 ‘도매시장정책협의회(가칭)’ 신설도 추진한다. 또 도매시장 개설자별로 수립한 도매시장 중장기 발전 방안을 분석해 지방도매시장 통·폐합 기준도 마련할 방침이다.
농산물 물류 효율 개선을 위해 전국에서 5대 거점도매시장을 선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콜드체인·집배송 기능 강화, 디지털 물류 관리 등 ‘물류 허브 전략’이 도입되면 ‘산지–도매–소매’로 이어지는 복잡한 물류 흐름이 간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는 온라인 도매시장 비중 50%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aT 단독 운영은 오프라인 독점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것과 같다”면서 “32개 공영도매시장이 모두 참여하는 분산형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aT 관계자는 “급변하는 농산물 유통환경에 대응해 도매시장 경쟁 촉진, 공공성 강화 등 유통구조 전반의 개선 방안을 구체화하고자 한다”면서 “정책 실효성 제고를 위해 제도 개선, 도매시장 평가 체계 정비 등 세부 추진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