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출처=연합]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출처=연합]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이하 초기업노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OPI(성과급) 지급률 조작 의혹'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며 보낸 공문에 대해 18일 삼성전자가 회신했다.

노조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과급 산정 과정에 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사업지원TF(現 사업지원실)가 개입해 수치를 조작했다고 주장, 그룹 총수인 이재용 회장의 직접적인 답변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관계사의 유출 자료는 성과급 지급률을 위한 적정 자본 산정을 위한 경쟁사 선정 절차로 조작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OPI 지급률 언제든 바뀔 수 있어" VS "경쟁사 재산정, 지급률 상향 효과"

초기업노조가 의혹의 핵심 근거로 제시한 것은 삼바 피플팀(인사팀)에서 유출된 내부 문서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바 인사팀장과 사업지원TF 부장은 성과급 산정 기간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특히 성과급 지급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인 '적정자본' 수치가 당초 논의되던 안이 변경된 정황이 포함됐다.

A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사 팀장과 B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장이 나눈 것으로 보이는 대화 내용. [출처=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A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사 팀장과 B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장이 나눈 것으로 보이는 대화 내용. [출처=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OPI 재원은 EVA(경제적 부가가치)의 20%로, 세후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해 산정한다. 자본비용은 적정자본에서 자본비용률을 곱해 구하며, 적정자본은 경쟁사 자본비율만큼 조정한다. 이때 경쟁사 구성을 변경해 자기자본비율을 하향 조정했다는 것이 초기업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는 이를 단순한 삼바 내부의 일탈로 보지 않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이 문제는 사업지원TF의 개입 여부에 따라 OPI 지급률이 언제든 뒤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삼성그룹 전체의 성과급 체계가 사실상 사업지원TF 입맛에 따라 조작 가능한 구조임을 폭로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OPI는 사업부별 목표 실적에 따라 연 1회 지급되는 삼성의 가장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로, 이번 사태가 삼성 전 계열사의 성과급 시스템 불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바이오로직스 문건에 명시된 1안과 2안의 시나리오는 타사에 인수돼 더 이상 실적 공시를 하지 않아 자본 비용을 알 수 없어 C사를 경쟁사로 지속 포함시킬 것인지, 매출 및 자산이 공시된 타 회사로 변경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였다"며 "최근 5년간 경쟁사 재선정 사례를 보면, 자본 비용 경감 및 성과급 지급률 상향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새로 도입된 성과연동 주식보상…지급은 3년 뒤에

성과급 조작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가 도입한 장기 성과급 제도인 'PSU(성과연동 주식보상)'에 대한 내부 불만도 커지는 모양새다. PSU는 임직원에게 '당근책'으로 제시된 주가 연동형 성과보상 제도로, 향후 3년간 주가 상승 폭에 따라 자사주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8년 이후 3년간 CL 1~2(사원) 직원은 200주, CL 3~4(간부) 직원은 300주를 기준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지급 수량은 3년 뒤 주가에 달려있다. 3년 뒤 주가가 기준주가(8만5385원) 대비 두 배 이상 오르면 약정된 주식의 200%를 받지만, 상승률이 20~40% 수준이면 절반만, 20% 미만이면 아예 받지 못한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제 시작인데 3년 뒤의 주가만 보고 지급하는 비논리적"이라며 "주가는 외부 요인에 따라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도 있는데 특정 시점을 콕 집어 보상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쟁점은 '투명성'…"임직원 다양한 의견 청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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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HBM. [출처=SK하이닉스]

반면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 2021년 EVA 기반에서 영업이익 기반으로 성과급 산정 방식을 변경했다.

당시 내부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주장이 거세졌고, 이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에 받은 연봉 30억원 전액을 반납하고 경영진들이 적극 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복잡한 EVA 기반 산정 방식에서 투명하고 단순한 영업이익 기반 산정 방식으로 변경됐다.

여기에 올해 영업이익의 10% 전체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합의안이 도출됐다. 당초 연봉의 최대 50%, 기본급의 최대 1000%가 상한이었는데 이 기준을 없앤 것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임직원은 제한 없이 회사의 영업이익이 커지는 만큼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합의에 따라 당장 올해부터 SK하이닉스 직원 1인당 1억원가량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추산되며,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시작됨에 따라 이 금액은 내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회사는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OPI 제도를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며 "임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신중히 청취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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