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상장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앞으로는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부문이 각각 독립적으로 시장 평가를 받게된다. 

두 사업 부문의 결별은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바이오 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우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분할 절차를 위해 이날까지 거래가 정지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오는 2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로 나뉘어 변경상장 및 재상장을 진행한다. 

양사 분할이 임박하면서 업계에선 분할에 따른 사업 가치 재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분할 직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약 86조9000억원으로 순자산 가치 기준 65대35 비율을 적용하면 분할 후 존속 법인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약 56조5000억원, 신설 법인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약 30조4000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다만 이는 순자산 기준의 기술적 평가치에 불과해 상장 이후에는 사업 가치 기반의 재평가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적정 가치를 96조6000억원, 즉 100조원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 분할가인 56조5000억원 대비 71% 높다. 핵심 원동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여온 글로벌 CDMO 시장에서의 경쟁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3년 동안 매출이 연평균 20%대 중반 성장했다. 이는 글로벌 주요 CDMO 업체들의 평균 성장률의 두 배에 해당한다. 올해 들어서도 성장세는 한층 가속화되며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30%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완공된 공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췄다. 내년 이후 제2바이오캠퍼스 확장이 본격화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2년에 이르러 130만 리터를 훌쩍 넘는 초대형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작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은 40% 후반대에 달한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20~30%대에 머무르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대형 항체의약품 중심의 대규모 상업 생산과 송도 지역에 집약된 단일 캠퍼스 체제, 높은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는 공정 구조 등이 이러한 고수익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확보한 신규 수주는 이미 전년도 연간 수주액을 넘어섰다. 연초에는 단일 규모로는 역대 최대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고 하반기에는 글로벌 제약사와 1조원대에 가까운 계약을 추가로 따냈다. 

이번 인적분할은 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잠재적 이해상충’을 해소하는 데 핵심 목적이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중 상당수가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과 중복되면서 수주 과정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분할을 통해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제거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사업 독립성과 투명성이 강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분할 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규 수주 확대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외부 환경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올해 10월 중국 바이오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생물보안법을 국방수권법 개정안에 포함해 통과시키면서 글로벌 CDMO 시장은 새로운 변곡점 을 맞았다.

중국의 주요 CDMO 기업들이 미국 바이오기업과의 신규 계약에서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반사 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8년 단위의 장기 계약을 중심으로 사업이 운영되기 때문에 법 시행 초기부터 수혜가 바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할 이후 ‘순수 CDMO 기업’으로서 성장 전략을 더욱 체계화할 계획이다. 항체의약품 외에 ADC, 오가노이드 기반 서비스 등으로 플랫폼을 확대한다. 현재 글로벌 상위 20대 제약사 중 17곳이 고객사이며 향후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톱40까지 고객군을 넓힌다는 목표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할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사업 가치가 뚜렷하게 드러나며 글로벌 경쟁력을 명확히 입증할 것”이라며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 분리는 글로벌 고객사 신뢰도 제고와 신규 수주 확대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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