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B777-300ER[출처= 대한항공]](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7769_706104_5756.jpg)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규제에 수익성 악화 위기에 놓였다. 항공시장이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도 수요가 없는 괌 노선 공급을 유지해야 하는 이른바 ‘괌의 덫’에 갇힌 모양새다.
21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 인천-괌 노선의 한 편당 탑승객 수는 상반기 평균 220~320명대였지만, 9월에는 119.7명, 10월에는 154.7명으로 급락했다. 대한항공이 투입하는 기재가 338석 규모의 B777-300ER임을 감안하면, 괌 노선 탑승률이 35~45%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대한항공은 공정위가 기업결합 조건으로 부과한 ‘2019년 공급석 90% 유지 의무’에 따라 수요가 줄었음에도 인천-괌 노선을 운항해야 한다. 이에 괌 노선은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 출혈 경쟁이 심화됐다. 이에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수익성을 이유로 운항을 중단했다.
문제는 대한항공이 괌 노선 운항을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공급 의무 해제를 위해서는 괌 노선을 다른 항공사에 넘겨야 한다. 하지만, 공정위 이행감독위원회가 최근 진행한 인천-자카르타·시애틀·괌, 부산-괌 등 국제선 노선 재배분 신청에도 괌과 시애틀 노선은 신청사가 전무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천-자카르타 노선에는 제주항공·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 등 다수의 저비용항공사(LCC)가 몰렸다. 자카르타는 상용·출장 수요 증가, 평균 탑승률 85% 수준의 안정적 수익성, 낮은 시장 포화도 등으로 매력적인 장거리 노선이다.
반면, 괌은 시설 노후화와 물가 상승으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달러화 사용으로 인한 환율 부담까지 겹치면서 한국 여행객 수요가 동남아 대체지로 이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당분간 낮은 탑승률의 빈 여객기를 계속 운항해야만 한다.
이는 단순한 분기 손실을 넘어 장기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괌 노선뿐 아니라 장거리 공급 전략, 연료비·인건비 효율, 전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기 투입은 빈 좌석만큼 손실이 고정비에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다. 기재 운영 자유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고수익 장거리 투입 기회를 잃게 된다. 또한 기재 회전율이 낮아지고 정비·승무 인력 등 운영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소모되며, 수익성이 높은 다른 노선에 투입돼야 할 자원이 괌에 묶이면서 전체 수익률도 희석되는 구조적 손실이 누적된다.
결국 대한항공은 손실을 감안하고도 수요 붕괴 노선의 공급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비효율은 영업이익률 하락으로 이어져 자본시장 평가와 기재 투자금 회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올해 6월부터 괌 노선의 공급석을 유지하기 위해 운항을 확대하면서 공급과잉 사태를 초래했다”며 “특히 산하 LCC도 공급석을 늘리기 위해 괌 노선에 투입되고 있어 통합 항공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