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대표. [출처=LG]
구광모 LG그룹 대표. [출처=LG]

LG그룹이 2026년 정기 인사를 이달 중 시행한다. 앞서 삼성과 SK가 올해 변화 중심의 개편·인사로 불확실성 대응력을 높인 만큼, LG도 유사한 흐름을 보일지 재계 시선이 쏠린다.

취임 7년차인 구광모 대표가 이끄는 LG그룹은 지난해 소폭 인사에 그친 바 있다. 올해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기술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이중 압박 속 구 대표의 '실용주의 리더십' 윤곽이 더욱 구체화할 전망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달 마지막 주 전자·화학 계열사 및 지주사의 이사회를 진행하고 사장단 인사를 발표할 전망이다.

LG는 통상 11월 조직개편과 사장단 인사를 진행해왔으며, 지난해는 11월 21일, 2023년에는 11월 23일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구 대표의 LG그룹은 그동안 '안정' 중심의 인사 운용을 이어왔다. 글로벌 경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기존 리더십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세대교체를 병행하는 방식을 취해온 것.

올해는 부회장단 진용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구 대표는 조직 내 역동성 강화를 목표로 세대교체와 핵심 인재 발탁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LG 인사 주요 관전 포인트는 부회장 승진 여부다. LG는 앞서 지난 2023년 말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물러난 이후 권봉석 부회장과 신학철 부회장 2인 부회장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국민연금이 LG화학을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에 올린 점이 신 부회장의 거취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새로운 부회장직 승진 후보로는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거론된다. 두 사람은 지난해에도 나란히 부회장 물망에 오른 적 있다.

조 사장은 2021년 말 LG전자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뒤 외형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2021년 73조원 수준이었던 LG전자 연간 매출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약 88조원까지 성장했다.

그는 B2B·HVAC(냉난방공조) 등 신사업 확장과 최근 인도 법인 IPO(기업공개)를 추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약 1조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며 글로벌 사우스 공략에도 힘을 쏟기도 했다. 또 LG전자는 인도 공장에 애플 '아이폰17' 자동화 제조 공정용 장비를 공급하면서 현지 영향력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정 사장은 LG디스플레이의 비효율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며 3분기 영업이익 4310억원을 달성하는 등 체질 개선 성과를 입증한 바 있다.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나선 LG디스플레이가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업계의 시선은 '정철동 매직'에 쏠리고 있다. 실적 반등을 이끈 정 사장에게 그룹 차원의 보상 인사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정 사장은 지난달 말 열린 타운홀 미팅 'CEO 온에어'에서 "연간 흑자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구 대표가 2018년 취임한 이후 LG그룹 부회장단이 6인에서 2인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든 만큼, 이제는 다시 변화를 줄 시점에 이르렀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앞서 삼성전자는 임시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사업지원TF를 상설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 2인자'로 불린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이에 추후 이뤄질 사장단·임원 인사의 키워드 역시 변화와 쇄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은 최근 사장단 인사에서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1970년대생 임원 5명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젊은 진용을 구축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LG그룹 인사에도 변화와 쇄신이 주요 키워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게 재계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이 안정과 변화의 균형 속에서 올해 사장단과 부회장단 인사를 단행할 경우, 구광모 대표의 실용주의 리더십과 미래 대응 전략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기술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이번 인사가 그룹의 향후 경쟁력에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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