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A2 자주포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A2 자주포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내 방산 빅4(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산업·LIG넥스원·현대로템)의 수주잔고가 합산 91조원을 돌파하며 ‘K-방산 르네상스’가 가시화되고 있다.

각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 수주잔고는 30조9959억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6조2700억원, LIG넥스원은 23조4271억원, 현대로템은 10조7897억원이다. 장기 공급계약이 빠르게 늘면서 기업들의 매출 기반이 5~10년 단위로 안정화됐고 수출과 양산이 동시에 확장되는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방산 4사의 올해 수출액도 증가했다. 1~3분기 수출액은 27조2179억원으로 지난해 이들 기업의 연간 수출액 10조5342억원 대비 약 2.6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3분기에만 총 16조5268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하며 상반기 수출 실적인 10조5911억원을 한 분기 만에 뛰어넘었다.

항공기·전차·자주포·유도무기·우주체계 등 전 분야로 수주가 고르게 분산돼 있다. 유럽·중동·동남아 등 시장 다변화가 뚜렷해 기존처럼 특정 지역 수요에 의존하는 패턴에서 벗어나고 있다. 국내 방산 4사가 사실상 ‘국가 단위 플랫폼 기업군’으로 재편되는 단계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행중인 KF-21 복좌형 4호기.[출처=KAI]
비행중인 KF-21 복좌형 4호기.[출처=KAI]

K-방산 기업들은 단순 완제품 판매를 넘어 ‘현지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WB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천무’ 유도탄의 유럽 현지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 조립을 넘어 탄두·유도장치·발사통제 등의 핵심 공정을 현지로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방식이다.

현대로템은 폴란드형 K2 전차 2차 계약을 앞두고 국내 생산·현지 생산 비중을 조정하는 모델을 마련하고 있다. 유지보수(MRO)·창정비·부품 공급 체계까지 연계한 ‘폴란드형 지상전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KAI는 FA50 추가 물량 협상을 다수 국가와 진행하면서 조립센터·정비센터·조종사 훈련체계 등 패키지형 이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LIG넥스원 역시 중거리·장거리 유도무기 분야에서 일부 국가와 기술 협력·현지생산 검토를 병행하며 ‘수출 후 20년 운용지원’을 포함한 장기 파트너십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K-방산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이유는 가격·납기·성능이라는 삼박자를 충족한 데 있다. 미국·유럽 대비 낮은 단가, 촉박한 납기를 맞출 수 있는 국내 생산라인의 기민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규격을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 유연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중동·동유럽·동남아 등은 과거 소련제 장비와 서방 장비가 혼재돼 있어 ‘전환비용이 낮은 무기체계’가 절대적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로템 경남 창원공장에서 개최된 ‘K2 전차 폴란드 갭필러 출고식’에서 도열한 K2 전차.[출처=현대로템 ]
현대로템 경남 창원공장에서 개최된 ‘K2 전차 폴란드 갭필러 출고식’에서 도열한 K2 전차.[출처=현대로템 ]

다만 지속적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명확하다. 먼저 소재·부품·소프트웨어의 국산화율 제고다. 고환율·외부 공급망 불안이 반복되면서 일부 핵심 부품은 여전히 외산 비중이 높아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어 글로벌 벨류체인 참여 확대다. 현지 조립·정비뿐 아니라 부품 공동생산, 운영유지 플랫폼 구축까지 포함해야 장기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극대화된다. 마지막으로  우주·전자전·ISR(정보감시정찰) 등 차세대 기술력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 무인·저피탐·네트워크 중심전 환경에서는 단순 플랫폼 경쟁뿐 아니라 센서·데이터·AI 역량이 승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FA-50·K9·K2 등 한국 방산의 주력 플랫폼은 물론 레이다·유도무기·우주체계까지 포트폴리오가 확장되고 있어 향후 10년 성장 기반은 충분하다”며 “양산 안정성, 기술 고도화, 현지화 전략 완성과 같은 2단계 과제를 해결하는 속도에 따라 K-방산의 글로벌 위상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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