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EB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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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조선사들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핵잠수함은 함정 기술력의 결정체로 조선산업의 꽃으로 불린다. 특히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키로 한 만큼 사업 준비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세계에서 12번째로 잠수함 독자 설계 및 건조 기술을 확보한데 이어 성능 검증과 운용 능력에서도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핵잠 건조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대표 잠수함 건조 기업은 한화오션이다. 잠수함의 개척자 답게 '최초·최고·유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대한민국 잠수함의 종가 답게 1200톤급 장보고-I부터 1800톤급 장보고-II, 3천톤급 장보고-III Batch-II 잠수함까지 전 선종을 건조한 유일 업체다. 국산화율 80%를 달성한 달성한 3000톤급 장보고-III 잠수함은 해외에서도 ‘명품 잠수함’으로 통한다. 

한화오션은 1987년 대한민국 해군으로부터 1200톤급(독일 209급) 잠수함 1번함 ‘장보고함’을 최초로 수주했다. 정부는 1983년 잠수함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2차대전 당시 U보트를 만든 독일의 1200톤급 잠수함 9척(1989년 10월 2차 3척, 1994년 3차 3척 추가 주문)을 도입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후 1987년 독일 HDW에서 OJT 형식으로 잠수함 건조에 참여하며 기술을 습득하게 됐고, 이렇게 건조된 장보고함이 1993년 실전에 배치되었다. 대한민국도 잠수함 보유국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당시 독일 측은 우리나라 조선기술을 무시하고 총 9척 중에 3척은 독일에서, 3척은 우리나라에서 같이 건조하고, 나머지 3척만 우리 스스로 건조하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조선 기술에 관한 한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1척만 독일에서 OJT를 받으며 건조 하고 나머지는 우리나라에서 전부 건조하기로 결정 했다.

당시 파견 된 직원들은 기술 전수에 소극적인 독일 기술자들 어깨 너머로 작업 과정을 익히고, 저녁에는 숙소로 돌아와 다시 도면으로 만드는 역설계 과정을 가지며 눈물겨운 노력을 했다. 

잠수함 건조경험이 전무한 당시 현실을 볼 때 독일 HDW조선소의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 같이 한화오션 임직원의 눈물나는 노력을 통해 1200톤급 장보고함은 대한민국 ‘최초의 잠수함’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장보고함이 독일의 잠수함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지 건조 됐다면 이천함은 한화오션에 의해 국내에서 건조된 국산 1호 잠수함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잠수함 강국으로의 첫 발을, 한화오션은 명실상부한 잠수함 건조 조선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2006년에는 ‘국내 최초’로 해외 잠수함 창정비 사업을 수행했다. 잠수함 창정비는 오버홀(overhaul)이라고도 불린다. 이 작업은 잠수함을 절단 한 뒤 각종 장비와 엔진을 분해하고 점검한다. 내부 장비와 전선 등을 모두 새롭게 교체하는 등 겉 선체와 골격만 남기고 새로운 잠수함이 태어난다고 볼 수 있다. 

한화오션은 취역한 지 23년이 지난 구형 209급 인도네시아 잠수함을 원천 기술 보유사인 독일 하데베(HDW) 조선소와 경쟁을 한 끝에 수주했다. 당시 전 세계에서 독일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209급 잠수함 건조 면허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9척의 잠수함을 단 한번의 지연 없이 대한민국 해군에 인도한 실적을 높이 산 것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성능개량사업인 창정비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덕분에 2017년 ‘국내 최초’ 잠수함 해외 수출이라는 결실로도 이어졌다.

2003년과 2009년 인도네시아 구형 잠수함 성능개량 창정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자 2017년 인도네시아 정부는 3척의 잠수함을 발주했다. 계약 당시 약 11억 달러(한화 약 1조 3천억원)에 달해 국내 방산수출 사상 최대 규모였다. 

당시 수출 계약은 규모도 컸지만 국내산 무기의 해외수출이 드문 시기였기에 ‘K-방산’의 가능성과 서막을 연 것으로 평가받았다. 한화오션은 인도네시아에 잠수함을 수출하면서 잠수함 기술 도입국 중 ‘세계 최초’로 잠수함 수출국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에 이어 세계 5번째 잠수함 수출국가가 됐다. 

이런 노력은 3000톤급 '장보고-III 잠수함'이라는 화려한 결실로 이어졌다. 자체 기술력으로 3000톤급 이상의 중형잠수함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인도, 러시아, 중국 등 지구상에 단 7개 국가에 불과하며 8번째로 우리나라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잠수함 강국이라는 의미다.

'장보고-III 잠수함'은 핵추진 잠수함을 제외한 잠수함중 최고의 무장과 잠항시간 등 최강의 작전성능을 뽐낸다. 특히 국산화율 80%에 이르는 순수 국산개발이라는 점 외에 다수의 ‘최초’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수소전지 방식의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장보고-III Batch-I 잠수함에 탑재하고, Batch-II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와 결합해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추진 체계를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디젤잠수함 중 ‘세계 최고’의 잠항 기록을 썼다.

지난 10월에는 첫 3600톤급 잠수함 '장영실함'을 건조했다. 장영실함은 지난 2019년 건조계약을 체결한 뒤 2021년 착공식과 2023년 기공식을 거쳤다. 장영실함은 길이 약 89m로 도산안창호급보다 외형적으로도 커졌고, 특히 잠수함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체계와 눈과 귀에 해당하는 소나체계의 성능을 개선했다. 

이 밖에도 한화오션은 한화오션은 올해 국내 최초 대형 무인 수상정 형상설계에 들어갔고 지난 2022년부터 전투용 무인 잠수정 개념설계, 무인 잠수정용 에너지원 시스템, 초대형급 무인 잠수정 체계기술 검증 시작품 사업 등 미래 함정 개발을 위한 각종 사업을 수행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회사 측은 "인도네시아 사업처럼 국내 ‘유일’의 잠수함 해외 수출 경험은 현재 캐나다, 폴란드, 필리핀 등의 국가에 활발한 영업활동을 하는 바탕이 될 것"이라며 "장보고-III 잠수함의 200여개 부품 협력회사와 함께 팀을 이뤄 해외 잠수함 수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HD현대]
[출처=HD현대]

HD현대중공업도 해군의 주요 잠수함을 다수 건조하고 성능 개량 사업을 수행하며 기술 혁신은 물론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총 7척의 잠수함 제작 노하우를 갖고 있다. 수출용 잠수함 모델을 독자 개발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장보고-Ⅱ급 잠수함 3척에 대한 성능개량 체계개발사업 계약을 체결하는 등 다시 한번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 사업은 10년 이상 운용된 9척의 장보고-Ⅱ급 잠수함 가운데 3척을 대상으로 전투체계, 예인선배열 소나(TASS), 기뢰회피 소나, 부이형 안테나 등 핵심 장비를 최신형으로 교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사는 독일을 제외하고 세계 최초로 공기불요장치(AIP)를 탑재한 214급 잠수함 선도함 ‘손원일함’을 비롯해 전체 9척 중 6척을 건조하며 국내 잠수함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향후 특수선 및 함정사업 경쟁력도 지속적으로 강화를 추진중이다.

회사는 함정 건조뿐 아니라 창정비 및 유지보수(MRO)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착수한 장보고-Ⅱ급 ‘윤봉길함’의 창정비를 계약일보다 35일 앞당겨 인도했으며, 최근에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4만1천톤급 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의 정기 정비를 수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핵잠수함 경험을 쌓게되면, 한국은 민군 통합 해양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또 하나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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