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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핵추진 잠수함 사업 추진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위협과 주변국 해군력의 확장으로 매번 국가 전략의 전환점으로 거론됐지만, 정치·외교 문제로 좌초됐다.
한국의 핵잠 확보 시도 역사는 ‘기술 부족’이 아닌 ‘외교 현실’과 충돌의 연속이었다.
핵잠수함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건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이다.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제작을 극비리에 지시했다. 당시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며 제1차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상황이었다.
2008년 3000t급 핵추진잠수함 9척을 건조해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한국원자력연구소에 잠수함 탑재용 원자로 설계를, 국방과학연구소(ADD)에 핵추진 잠수함의 무기 체계 설계를 맡겼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핵잠수함 도면과 기술을 입수해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술적 기반과 국제적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 공개적인 사업 검토로 이어지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에는 새로 개편된 군 수뇌부에 의해 백지화됐다. 기술 확보의 어려움, 예산 문제 등이 중단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사업의 형태를 띤 것은 노무현 정부 초반이다. 이른바 ‘362사업’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핵잠수함 건조계획을 승인한 2003년 6월 2일의 숫차를 따서 지었다.
이 계획은 해군이 비밀리에 핵추진 잠수함 확보 가능성을 검토한 대표적 사례다. 당시 원자력 연구소는 원자로 기본설계를 확보하고 만반의 준비를 마쳤지만 미국의 핵확산 우려와 외교적 부담이 커지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핵잠수함 건조 계획이 다시 추진됐다. 한국형 잠수함 기술이 도약하면서 핵잠수함 보유에 대한 목소리도 조금씩 커졌다. 계기가 된건 장보고-Ⅲ급 잠수함(도산안창호함)의 SLBM 수중 발사 시험 성공이었다.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인도·중국에 이어 세계 7번째였다. 우리 군은 그동안 사거리 500㎞ 탄도미사일인 '현무-2B'를 기반으로 SLBM을 개발해 왔다. 그동안 여러 차례 지상 및 수조 발사시험에 이어 최근에는 도산안창호함에서 수중사출 시험에 성공, '콜드론치'(cold launch) 기능을 확인한 바 있다.
콜드론치는 발사관에서 고압·고열의 가스로 밖으로 불어낸 미사일이 수면 위에서 점화해 날아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당시 시험에서 콜드론치 이후 '부스터'와 '메인추진기관'까지 점화가 이뤄져 미사일이 충남 안흥 ADD 종합시험장에서 남쪽으로 400㎞ 정도 날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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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힘입어 차기 잠수함에서 핵잠수함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미국의 기술 제공 제한과 핵잠용 연료 확보 문제에 부딪히며 실제 건조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기술 확보’보다 ‘정치·외교 환경’이 핵잠 추진의 최대 변수임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14일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통해 핵잠수함 건조가 승인된 만큼 사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군 당국은 국내 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를 진행 중이며, 5000톤급 이상 규모의 핵추진 잠수함 4척 이상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난도 기술 인력 확보와 국제 사회의 우려 해소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남아있지만 국내 최대 방산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핵잠수함의 전략화까지는 약 10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며, 개발 및 양산 비용은 20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새로운 전략 선택지와 정책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미 양국의 강점을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하면서 양국 모두의 함대·조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한미잠수함건조위원회’를 구성해, 양국의 국방부(DOD·MND)와 방산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 위원회는 투자·공동생산·공급망 계획 수립을 통해 조선 병목 현상을 완화하고,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전력 확보 시기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사전에 법적·규제적 문제들을 파악해 수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