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GY광야 대표변호사 김성수
법률사무소 GY광야 대표변호사 김성수

우리 형법 제328조 제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 벌어진 절도·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제323조)의 형을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해당 조항의 적용은 즉시 중지되었고, 2025년 12월 31일까지 국회에서 이를 개정하도록 개정입법시한도 명시하였습니다. 

문제가 된 해당 사안은 지적장애 3급의 장애를 가진 피해자가 삼촌 등을 준사기, 횡령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피해자의 삼촌 등이 피해자의 동거 친족이므로,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따라 형면제 사유에 해당하여 결국 A씨의 삼촌 등이 불기소 처분된 사안 등이었습니다. 

친족상도례는 가족 내부의 재산 범죄에 대해 국가 형벌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가정의 평화를 보호하기 위해 형을 면제하거나 친고죄로 규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가정의 문제는 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와, 가족 구성원 간의 경제적·정서적 이해관계를 존중하려는 목적에서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친족상도례는 방송인 박수홍 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 피해자가 정당한 처벌을 요구할 권리를 박탈당할 수 있고, 가족 내에서 경제적 지위가 약한 구성원이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재산 범죄를 당해도 처벌이 어려워 착취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으며,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고 가족 간 분쟁이 잦아지면서, 1953년 도입 당시의 취지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이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 역시 "피해자가 독립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무 처리능력이 결여된 경우, 해당 조항을 적용 내지 준용하는 것은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며 "해당 조항으로 인해 대부분 사안에서 기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형사 피해자는 재판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기소되더라도 '형의 면제'라는 결론이 정해져 있어 피해자의 법원에 대한 적절한 형벌권 행사 요구는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하면서,  "해당 조항은 피해자가 법관에게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 이는 입법재량을 명백히 일탈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으로서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헌법불합치 이유를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헌재의 결정에 따라 국회 입법조사처는 친족상도례 제도의 개편 방향으로, 1) 필요적 형면제는 유지하되, 그 범위를 동거 중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 한정하는 방안, 2) 직계혈족 간 재산범죄를 친고죄로 일원화하되, 형직계존속에 대한 고소 금지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 3) 고소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도록 하되, 피해자인 친족의 의사에 반하는 처벌이 불가능하도록 반의사불벌죄로 개정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개선 입법에 대한 여러 논의가 진행되었지만, 형법 제328조 제1항을 손질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이 지난해 9월 23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후 소위원회에 1년 이상 계류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명시한 입법 시한을 넘길 경우 해당 조항의 효력 자체가 사라지게 되고, 해당 조항이 무효가 될 경우 실제 사회적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법사위 소위에 계류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6개입니다. 각각의 개정안마다 처벌 가능한 친족과 범죄의 범위가 서로 조금씩 달라 개정안 통과가 늦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헌법재판소가 형법 제328조 제1항 형면제 부분에 대해서는 ‘적용중지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리고, 형법 제328조 제2항 친고죄 부분에 대해서는 합헌결정을 내린 점에 주목하여, 입법자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충분히 감안하여 형법 제328조 제1항을 친고죄로 개정하되, 이른바 근친간 재산범죄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해 법관이 구체적인 양형 단계에서 개별적 타당성을 고려할 수 있도록 정황에 따라 그 형을 임의적으로 감면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친족상도례 규정 자체가 무효화되어 입법공백에 따른 사회 혼란이 발생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특정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각적인 효력 상실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해당 법률의 효력을 유예하며, 입법자에게 법률 개정 의무를 부여하는 결정입니다.

국회 역시 헌법재판소가 친족상도례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취지에 부합하여 즉각 개선입법에 나서 입법공백이 발생하는 상황만큼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을 촉구합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