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건조한 잠수함 [제공=한화오션]](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6975_705123_1128.jpg)
"한미 양국은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이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자산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습니다.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매우 의미 있는 진전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양국의 관세 협상과 안보 협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 자료)'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한미 팩트시트에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추진과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권한 확보 등 그동안 한국이 미국에 요구했던 사안들이 담겼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공식화했다.
같은 날 미국 백악관도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연료 조달 방안 마련을 포함한 후속 사업 요건 개발에 한국과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확보 계획을 공식 문서로 명시한 첫 번째 사례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는 잔뜩 상기된 표정이다. 주력 사업인 상선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방산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한화오션은 입장문을 내고 "한미 양국의 동맹 및 안보 강화를 위한 결정에 따라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투자 및 확장은 물론 지역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며 "거제조선소의 기술과 역량을 미국 필리조선소 등 현지에도 접목해 최고의 한미 안보 파트너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핵잠수함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핵잠수함 보유는 한국이 원해 해군으로 발돋움하는 상징적 계기는 물론 미국·영국·일본 등과의 안보 협력에서 전략적 비중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국가 전략 산업으로서의 위상 강화는 물론 △첨단 기술력 확보 △신규 고부가가치 시장 창출 △미국과 방산 협력 확대가 가능해서다.
핵잠수함의 최대 강점은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잠항 지속 능력이다.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감시부터 원거리 해역에서의 작전 능력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다.
기존의 디젤 잠수함은 엔진을 구동하려면 공기가 필요했다. 수중에서는 내연기관을 작동시킬 수 없어 전기 배터리를 이용해 추진한다. 하지만 배터리는 용량이 제한적이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충전을 위해 외부 공기를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수면 위로 부상해야 하는 만큼 은밀한 작전 능력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디젤 잠수함에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도입해 수중 작전 시간을 늘렸지만, 여전히 핵잠수함의 지속 능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잠항 중 속도에서도 차이가 있다. 핵잠수함은 원자로 출력이 크기 때문에 고속 항해가 가능하다. 반면 디젤 잠수함은 속도가 느리고, 장시간 고속 항해 시 배터리 소모가 급격히 증가한다. 이는 작전 반응 속도와 전투 지속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를 통해 중국·러시아 해군의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응 능력도 높일 수 있다. 단순한 군사 장비를 하나 더 갖추는 것에서 벗어나 한국의 안보 전반을 한 단께 끌어올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는 단순한 군사력 확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주변국의 반발과 국제적 규범이라는 난관도 있지만,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건조까지는 여러 난관을 거쳐야 한다. 핵연료는 물론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다.
핵잠수함은 ‘움직이는 원자로’라 불릴 만큼 고도로 복합적인 기술이 요구된다. 겉보기엔 일반 잠수함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내부에는 고도로 정밀한 원자로 시스템이 장착돼 디젤 엔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지속 작전 능력과 에너지 자립성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디젤 기반의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핵잠수함 건조는 처음이다. 현재 보유국이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핵잠수함은 10년 이상 연료 교체 없이 잠항할 수 있다. 작동 원리는 핵분열 반응을 통해 엄청난 열을 생산하고, 이 열로 고온·고압의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려 움직이는 방식이다. ‘핵분열→열생산→증기→추진’이라는 단순한 구조처럼 보이지만, 바닷속에서 10년 이상 고장 없이 지속하려면, 상업용 원전 이상의 안전성과 정밀성이 요구된다.
핵잠수함에 탑재되는 원자로는 대부분 고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한다. 일반 원전보다 연료 교체 주기가 길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능력은 전시에 적 레이더에 탐지될 위험을 줄이고, 장기 작전 수행에 결정적 이점을 제공한다.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제어하기 위한 냉각 기술도 핵심이다. 원자로의 외부 충격은 물론 과열과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한 이중삼중의 안전장치가 기본이다.
소음 억제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핵잠수함은 고속·장거리 항해에도 불구하고 소음을 최소화해야 한다. 추진계통, 기계 소리, 냉각수 흐름까지 정밀하게 제어해 적의 음파 탐지에 걸리지 않도록 설계된다. 이를 위해 초 저소음 펌프, 고정밀 기계 가공 기술, 소음 흡수제 등이 총동원된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국가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도 크다고 관측한다. 핵잠수함 1척 가격은 40억~50억 달러(약 5조 8300억~7조 2900억 원)로 디젤 잠수함보다 5~10배 비싸다.
생태계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도 관측된다. 잠수함 1척을 만들려면 설계, 원자로, 무기, 전자장비 분야에서 수천 명의 고급 기술자가 필요하다. 운영과 정비 인력까지 합치면 직간접으로 대략 1척당 1만 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핵잠수함 투자는 산업 혁신과 첨단기술 육성, 일자리 창출을 이끄는 전략투자"라며 "잠수함 추진 기술은 차세대 원자력 쇄빙선, 극지탐사선 등에도 응용될 수 있어 미래 해양산업 발전의 동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