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 [출처=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 [출처=SK하이닉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촉발된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과 범용 D램이 동시에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이례적 환경 속에서 실적 안정성을 강화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규모 반도체 시설 투자를 통해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5공장(P5) 건설에 착수해 2028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HBM 등 차세대 메모리 생산확대를 위한 이번 투자 규모는 최소 60조원에서 최대 80조원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4개 팹을 건설하기 위해 128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양사의 신규 팹이 완공되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리는 만큼 업계에서는 내년까지 공급자 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2026년은 반도체 공급 부족의 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내년 말에도 메모리 공급 부족 상황은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D램 수요는 20~25% 성장이 전망되나 생산은 이를 상회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 P4 투자분의 생산 기여는 내년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SK하이닉스의 M15X 역시 HBM 중심으로 내년 중순 생산부터 기여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신규 용인 팹은 2027년, 삼성전자의 P5는 2028년 생산 시작을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메모리 호황의 기폭제는 AI 서버였다. GPU에 탑재되는 HBM 수요가 폭발하면서 메모리업체들이 생산능력을 HBM 위주로 재편했고, 그 여파로 범용 D램 수급이 빠르게 타이트해졌다. 이밖에도 일반 서버 교체 주기 도래, 신규 증설 억제 등이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DDR4 8Gb) 가격은 올해 3월 1.35달러에서 10월 말 7달러로 4배 이상 뛰었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출처=삼성전자]

업계는 이번 사이클을 과거 슈퍼사이클과는 다른 구조적 호황기로 평가한다. 한 연구원은 "공급자 우위의 슈퍼사이클 장기화는 거시경제를 이기는 원동력"이라며 "과거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 연내 공급 부족으로 평균판매단가(ASP)가 지속 상승하는 한편 HBM 판매 확대로 수익성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면서 "AI로 촉발된 메모리 업사이클 랠리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며 장기공급계약 비중 확대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동희 연구원은 "폭력적인 가격 인상은 장기공급계약의 강력한 유인으로 작동하고 안정적 물량 확보를 위한 장기공급계약은 HBM뿐 아니라 서버D램 등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수요 예측력 제고는 메모리 업종 내 실적 안정성의 구조적 상승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하나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OP 추정치가 급격하게 상향되는 흐름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76조원, SK하이닉스 69조원으로 제시했다.

해외 기관 전망은 더 공격적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을 116조4480억원으로 전망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99조원, 2027년 전망치를 128조원으로 제시했다. 두 기관의 전망을 종합하면 양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는 그림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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