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한 대형마트에서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출처=롯데마트]](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6002_703971_371.jpg)
올겨울 김장 물가 안정은 단순한 ‘풍년 효과’가 아니다. 농가, 정부, 유통망이 처음으로 동시에 움직인 결과다. 배추와 무의 가격 안정 뒤에는 농산물 공급망이 산업처럼 작동한 첫 시스템적 모델이 자리 잡고 있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배추 한 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3517원으로 전년 대비 22% 하락했다. 무 역시 2007원으로 30%가량 내렸다.
기후가 회복된 것도 있지만, 더 큰 요인은 생산단의 ‘조정력 회복’이다. 올해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전년보다 0.6% 늘어난 1만3149ha, 무는 8.6% 증가한 5765ha로 집계됐다.
이전처럼 농가별로 ‘감’에 의존해 심던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 수급 예보·계약재배 시스템이 실시간 반영된 계획형 재배 구조가 구축된 결과다.
한 지방 농협 관계자는 “지자체의 작기 예보에 따라 파종 시기를 분산하면서 배추 물량이 특정 기간에 몰리지 않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부도 단기 개입에서 벗어나 비축·방출 관리의 정례화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배추·무 등 4만7000t(톤)의 비축물량과 고추·마늘·양파 등 5000t을 시장에 방출한다고 밝혔다.
500억원 규모의 할인 예산이 결합되면서, 김장철을 물가 방어의 ‘계절형 거점’으로 삼는 정책적 타이밍 조정이 이뤄진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비축 물량을 단일 시점이 아니라, 소비자 체감 시점에 맞춰 순차적으로 푸는 ‘스텝형 방출’이 처음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물가를 단기적으로 누르는 ‘이벤트’가 아닌, 시장 반응에 맞춘 탄력형 수급 조절 시스템의 첫 사례로 평가된다.
올해 대형 유통사들은 김장 시즌을 단기 행사에서 산업 사이클로 재정의했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주요 유통망은 절임배추 산지 직송 비중을 60% 이상으로 높이고, 물류 공동운송체계를 도입해 운송 단가를 낮췄다.
이마트의 절임배추(20㎏) 가격은 작년 2만9800원에서 올해 2만7800원으로 2000원 인하됐으며, 롯데마트의 ‘해남 절임배추(20㎏)’는 전년 대비 1만원 내린 3만9990원에 판매 중이다.
절임배추뿐만 아니라 김치양념·소금 세트까지 묶은 ‘김장 원스톱 패키지’ 전략으로 가격 경쟁과 물류 효율을 동시에 달성했다.
올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절임배추 예약 물량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을 방문한 소비자는 “지난해엔 사 먹었지만 올해는 직접 담근다”며 “가격뿐 아니라 배추 수급이 안정된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공급망이 안정됐다”는 심리적 신뢰가 김장 참여를 늘리고, 소비의 복귀를 견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김장철을 단순한 ‘물가 완화’가 아닌 농산물 산업 시스템 전환의 신호로 해석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올해는 농가, 정부, 유통이 처음으로 하나의 공급망 체계 안에서 움직인 첫해”라며 “이 구조가 유지된다면 내년엔 김장뿐만 아니라 설, 추석 등 계절 물가 대응에도 선제적 효과를 낼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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