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금융투자업계가 상장지수펀드(ETF)에 이어 펀드까지 조성해 ‘밸류업’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아직까지 밸류업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만큼 지속적으로 시장의 환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서울사옥에서 증권유관기관 및 자산운용업계와 함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펀드 조성 협약식 및 ETF 출시 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5월 정부와 거래소가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을 했고 현재 한 5개월이 지나가고 있으나 대상인 상장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와 관련해 많은 참여가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래도 최근 금융지주사나 LG전자·SK텔레콤 등 대형 상장사들이 밸류업 공시에 동참을 하고 있는데, 사업 계획이 수립되는 연말쯤에는 밸류업 공시가 훨씬 더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 밸류업 펀드 조성과 ETF 출시를 통해 밸류업 참여 기업에 대한 투자 분위기가 조성이 되면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밸류업 후속 지수 개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밸류업 ETF에 대한 세제 지원 노력 등을 통해 시장의 관심을 유지하고 확대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이번 펀드와 ETF 출시를 통해 주식시장의 밸류업 모멘텀이 더욱 확대되고 자연스럽게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해소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거래소가 밸류업 ETF 출시에 이어 밸류업 펀드까지 조성에 나선 것은 아직까지 밸류업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9월 30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발표되고 1개월간 밸류업 지수는 1.50%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률(-2.11%)을 소폭 상회하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성과는 아니다.
오는 11월 4일 밸류업 지수를 추종한 ETF 상품이 12개 종목 상장되지만 패시브 9종목, 액티브 3종목으로 대부분이 패시브 ETF 상품이다. 패시브 ETF는 기초지수 구성 종목과 성과를 그대로 추종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성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새롭게 조성되는 밸류업 펀드는 밸류업 ETF의 아쉬움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거래소,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코스콤 등 증권 유관기관이 1000억원을 출자하고 이를 민간자금과 매칭해 총 2000억원 이상 규모로 조성될 예정인 밸류업 펀드는 밸류업 지수 ETF 및 구성 종목, 밸류업 공시를 했으나 지수에 미편입된 종목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밸류업 지수 구성에 금융지주 등 시장에서 기대했던 저평가 주주환원 종목들에 대한 투자가 기대된다.
밸류업 펀드는 민간연기금투자풀을 활용할 예정으로, 밸류업 ETF 등의 상장 시기에 맞춰 펀드 설정 후 연내에 본격적인 민간자금 유치와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밸류업 펀드가 향후 밸류업 관련 투자문화 확산과 중장기 국내 기업가치 제고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밸류업 ETF나 펀드의 효과가 당장 가시화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주식시장 저평가가 오랜기간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이 크고, 더구나 밸류업 지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이 주가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식 및 해외 ETF 거래는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데 갑자기 밸류업 지수를 선보인다고 해서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국내 투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매도하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밸류업 지수 기반 투자를 통해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밸류업 ETF 상장 초기 밸류업 테마를 기대하는 자금 유입이 있을 수 있겠지만 꾸준하게 관심을 받는 것이 중요한 만큼 향후 세제 지원 등 차별화 통해 투자를 유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