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수(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오영수 고문 [출처=김·장 법률사무소]](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61236_675345_3215.jpg)
세계경제포럼이 올해 초 발표한 글로벌 위험 보고서는 국가 간 무력 충돌과 함께 지경학적 위험이 주요 글로벌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음을 경고했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초고율 관세 부과 발표는 지경학적 위험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당장은 90일간의 유예 조치로 관세전쟁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후 상황은 불확실하다. 타협에 실패하면 관세 인상은 고물가를 초래하고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긴장이 고조되어 국가 간 상호보복이 이어지며, 기업의 직원에 대한 기소, 규정 미준수를 이유로 한 벌금 부과 등 다양한 제재도 있을 것이다. 이는 국가 간 무력 충돌의 위험까지 확대할 수 있다.
이렇듯 지정학적 및 지경학적 긴장이 고조되면 기업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경영난은 결국 고용 불안, 물가 상승, 자산가치 하락 등으로 개인에게도 파급된다.
국제적 분쟁에 대응한 기업의 선제적 준비가 필수이다
따라서 기업은 선제적으로 국제적 분쟁 대응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물론 기업의 규모, 산업군, 글로벌 노출도, 재무력, 위기 극복 경험, 위험 관리 능력 등이 달라서 일률적인 방안이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정보 수집 및 주요국 관련 위험 요인 분석, 위험 노출도 분석, 위험에 따른 전환 계획 수립, 거래 계약에서 위험 요인 대응 조항 삽입, 공적 지원 및 사보험 활용 등은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대응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업 특유의 사정을 고려한 대응 방안도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거래 상품 및 공급망을 기반으로 한 위험 분석, 시나리오별 손익 분석, 공급망 재편 및 재무적 위험 관리 강화, 글로벌 통상 환경에 연동한 대응 체계 구축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업은 선제적 노력과 함께 공적 지원 및 사보험도 이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적 지원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의 기관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기관은 관세전쟁에 대응하여 긴급히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는데, 관세로 인한 간접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주로 맡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계약파기, 대금 미회수, 송금 불능, 몰수 등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 왔는데, 피해 보상 한도 확대나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수출보험료의 한시적 할인 등의 긴급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이러한 공적 지원은 최근의 지정학적 및 지경학적 위험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기업의 피해 보상을 위한 공ㆍ사보험의 공조가 필요하다
위험의 규모가 예측할 수 없게 커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상의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자체적으로 보험 운영을 개선하여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사보험과 공조하여 보상을 체계화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사보험이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에는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너무 크다. 우리나라 보험회사는 단기수출보험을 취급하나 아직은 미미한 수준에 있다. 그리고 외국 보험회사가 취급하는 정치적 위험 보험(PRI)이나 무역중단보험(TDI) 등과 같은 보험상품은 아직 내놓지 못했다. 또한 기업휴지보험이 있어도 관세전쟁과 같은 정치적 위험으로 인한 손실은 보장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보험회사는 관련 위험에 대한 이해 제고, 충분한 데이터의 집적, 정확한 위험률 산출, 재보험의 적절한 활용 등을 통해 보장을 확대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이 보험을 이용하여 위험을 관리하고 복원력을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보험업계는 포괄적이고 혁신적인 공·사 위험보장 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