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험과 공보험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

EBN산업경제
  • 입력 2025.04.01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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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수(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오영수(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인류는 생존을 위해 다양한 위험에 대처해왔다.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무리를 지어 사는 것에서 시작하여 궁극에는 보험이라는 수단을 갖기에 이르렀다. 보험은 먼저 경제적 동기를 갖고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민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200여년 후에는 자본주의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사회보험 형태의 공보험이 도입되었다.

사보험과 공보험은 운영 주체, 목적, 방법 등이 명확히 구분되지만 역사를 보면 일정 영역에서는 서로 역할을 분담하며 발전하고 있다. 유럽은 두 보험의 발상지답게 고루 발달하는 모습을 보였고, 미국은 사보험이 공보험보다 더 발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차이는 정치, 경제 및 사회 체제를 운영하는 이념 및 정부의 역할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

공보험과 사보험의 역할 분담은 유럽에서 인구 및 경제구조의 변화 등을 계기로 사회보험의 재정안정을 도모하려 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특히 연금 분야에서 부과방식의 재정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데서 시작되었다. 이에 적립방식 연금제도를 채택하는 한편으로 사보험에서 운영하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역할을 확대하고자 했다. 이러한 시도는 공적 건강보험에서도 이루어졌는데, 시장적 요소를 확대하여 효율성을 높이거나 사보험의 역할을 확대하여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려고도 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오바마 케어를 도입하여 사보험 위주 시장의 부작용을 완화하고자 했다.

공보험과 사보험의 역할 분담 방식은 다양하다

홍수보험 역시 공보험과 사보험이 적절한 역할 분담을 하는 좋은 사례이다. 미국에서는 홍수보험을 기본적으로 국가홍수보험프로그램을 통해 제공하나 최근에는 연방 규제당국의 규제를 준수하는 사보험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영국에서는 사보험이 홍수보험을 제공하고 정부는 재보험을 제공하여 사보험의 리스크를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일본의 지진보험은 사보험이 제공하는 화재보험에 특약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되나, 정부가 재보험을 운영하여 거대 지진에 대해서는 손실의 상당 부분을 최종 부담한다.

최근에는 사이버사고에 대해서도 사고 발생 시 손실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클 가능성, 사이버 위험 평가의 어려움, 보험료의 높은 변동성과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공사보험 간 역할 분담이 제안되고 있다. 이에 국가 주도의 공적 재보험 프로그램의 제도화, 사보험회사와 정부가 공동으로 자금을 출자하여 공동으로 위험을 부담하고 관리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사보험의 역할 확대에 대응한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

우리는 과거 어느 시기보다 큰 위험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 등에 따른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고, 경제 및 사회가 디지털화하면서 사이버 위협이 현실화되었다. 또한 인구구조가 바뀌면서 사회보험제도만으로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공보험과 사보험의 역할을 고정적으로 보고 대응하는 것은 적절한 대안을 찾을 수 없게 한다. 특히 정부의 재정적자가 날로 확대되고 있어 정부의 역할에 한계가 큰 상황에서는 적절한 역할 분담 방안을 찾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이러한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보험산업이 위험을 전통적 방법만이 아니라 최신의 방법으로 관리하며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으로 검증되어 활용되고 있는 방법이 국내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또한 보험은 데이터에 기반하여 운영되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며 활용 가능한 공공 데이터의 범위를 가능한 한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 이제 우리 앞에 닥쳐오는 거대한 위험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공보험과 사보험이 적절히 역할을 분담하여 대응하도록 인식의 전환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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