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미중 사이 전략적 가치 극대화해야"
![전병서 소장은 최근 EBN과의 인터뷰에서 "극중(克中)하려면 지중(知中)해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를 강조하며,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한국의 미래 전략 수립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의 첨단반도체 산업이 미중 갈등 속에서 어떻게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2471_688449_541.jpg)
기술패권 시대, 대한민국 생존과 번영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반도체 기술과 유연한 외교 감각이 주목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외교 협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고 분석한다. 감정이나 진영 논리에 치우치지 않고,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능력도 강조한다.
시진핑과 트럼프, 두 강대국 리더의 치열한 맞대결 속에서 대한민국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지정학적 변동에 따른 이해가 절실하다. 국내 최고의 중국 전문가이자 반도체 전문가 중 한 명인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신간 '차이나 퍼즐'을 통해서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의 생존 전략에 대한 통찰력 있는 견해를 밝혔다.
전병서 소장은 최근 EBN과의 인터뷰에서 "극중(克中)하려면 지중(知中)해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를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한국의 미래 전략 수립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의 첨단반도체 산업이 미중 갈등 속에서 어떻게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 "극중(克中)하려면 지중(知中)해야"
전병서 소장은 한국이 그동안 중국을 단순히 '세계의 공장'이나 '거대한 시장'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중국은 경제 대국을 넘어 기술, 군사, 외교 등 모든 면에서 G2로 부상했으며, 그들의 전략과 속내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우리는 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길을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소장은 현재 한국이 중국을 충분히 '지중(知中)'하고 있지 못하며, 경제적 관점을 넘어 다층적이고 심층적인 이해로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전 소장은 첨단반도체가 한국 외교의 생존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는 AI, 5G, 자율주행, 군사 기술 등 첨단 산업의 핵심 부품으로, 미·중 패권 경쟁의 중심에 있다. 한국은 전 세계 D램 시장의 약 70%, 낸드플래시 시장의 약 50%를 점유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초강국으로서의 지위는 미중 사이에서 협상력을 확보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전 소장은 "미국은 한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과 생산 능력을 필요로 하며, 중국은 한국산 반도체를 대규모로 수입한다. 한국은 이러한 상호 의존성을 활용해 양국과의 협상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TSMC vs 삼성, 대만해협 위기…한국 반도체는?
대만 해협의 위기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전 소장은 "대만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며, TSMC는 7nm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의 90% 이상을 담당한다. 대만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반도체 공급망이 마비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한국의 반도체 생산과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TSMC의 미국 본토 이전에 대해서는 기회와 위협이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은 텍사스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이며, 미국의 CHIPS Act 지원을 활용해 추가 투자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또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안정적인 대안 공급지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기회 측면을 설명했다.
반면 "TSMC가 미국에서 생산 능력을 확대하면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의 경쟁이 심화되며, 미국의 기술 보호주의 정책으로 인해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 소장은 중국을 한국에게 '경쟁적 협력자'로 규정했다. "중국은 2024년 기준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전체 수출의 약 25%를 차지한다. 특히 반도체, 전자제품,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 시장은 한국 기업의 주요 수익원"이라고 경제적 협력 측면을 설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 2025'와 같은 정책을 통해 반도체 자급률을 2030년까지 70%로 높이려 하며, 이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위협이다. 또 기술 탈취와 지적재산권 침해 우려는 한국이 경계해야 할 요소"라고 지정학적 경쟁 측면도 강조했다.
◆ 탈중국·감중국·진중국, 한국의 3단계 생존법
전 소장은 한국 산업의 대중국 전략으로 '탈중국-감중국-진중국'이라는 3단계 접근법을 제시했다. 이는 산업별 특성과 중국 시장의 변화를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다. "탈중국(De-China)은 중국의 기술 자립 속도가 빠르고, 한국 기업의 경쟁 우위가 점차 사라지는 산업군에 해당한다. 이들 산업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시아, 인도 등 신흥 시장으로 생산 기지 및 시장을 다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감중국(Less-China)은 여전히 중국 시장이 중요하지만,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거나, 중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큰 산업군이다. 이들 산업은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신중히 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중국(Pro-China)은 중국이 여전히 압도적인 시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거나, 한국의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산업군이다. 이들 산업은 중국 시장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현지화 전략을 통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소장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보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외교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관계를 유지하며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중국과는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 외교를 통해 상호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력을 미·중 양국 모두에게 필요한 '전략 자산'으로 인식시키고, 이를 외교적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패권 시대에 한국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전 소장은 '초격차 기술력 확보'와 '전략적 가치 극대화'를 제시했다.
"반도체, AI, 바이오 등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한국 경제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끌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필수적인 위치를 공고히 해 경제적 실리를 확보하는 기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미·중 기술패권 경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을 단순히 수동적으로 따르기보다는, 한국의 강점을 활용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전 소장은 "한국은 반도체 초강국으로서 미·중 양국 모두에게 전략적 가치를 지닌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고 강조하며 "이 독보적인 위치를 바탕으로 우리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연합인포맥스북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2471_688451_8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