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 이사 해임통보 이어 후임 인물도 언급
연준 영향력 키워 연말 '빅 컷' 단행 의도
![자동차 관세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6046_692606_5237.png)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인하를 시사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받는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에 이어 후임 인사를 거론하면서 연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국무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 후임으로 "아주 훌륭한 인물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 2조와 1913년 제정된 연준법을 근거로 쿡 이사를 즉각 해임한다고 발표하며 통보 서한을 SNS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하지만 쿡 이사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불복, 2038년까지 임기를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연준도 성명을 통해 "이사 임기 보장과 해임 제한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위한 중요한 안전장치"라며 반발했다. 역사상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한 사례는 없다.
연준법에서는 보통 중범죄 기소나 유죄 판결 등 '중대한 사유(for cause)'가 있을 때만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시도는 오는 9월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 인하를 촉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2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1.2%에 그친 상반기 성장률, 고용 둔화 등을 언급하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무역 상대국 전반에 걸친 대폭적인 관세 인상과 엄격해진 이민 정책에 따른 노동력 증가세 둔화, 트럼프 대통령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에 반영된 세금·지출 정책 등에 대해서는 '중대한 불확실성'이라고 표현함으로써 금리인하가 결정되더라도 0.25%포인트 내리는 '베이비 스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파월 의장은 "이민 제한 정책은 노동 공급을 감소시켰는데 경기둔화와 맞물리면서 '이상한 종류의 균형(curious kind of balance)'을 이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 거론했으며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0.50%포인트 이상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빅 컷'을 요구한 바 있다. 올해 남은 FOMC 일정이 9월을 비롯해 10월, 12월 등 세 차례 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월 의장의 '베이비 스텝' 행보는 못마땅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서 다수를 확보할 것"이라며 자신이 임명한 인사들을 통한 영향력 확대 의사를 드러냈다.
총 7명의 연준 이사 중 파월 의장과 두 명의 이사를 제외한 4명을 자신이 임명한 인사로 채운다면 연준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으며 역사상 유례가 없는 쿡 이사 해임 발표는 이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쿡 이사가 물러날 경우 후임으로는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과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 총재가 거론된다.
마이런 위원장은 현재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의 잔여임기 후임으로 상원 인준을 기다리는 중이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임기가 긴 다른 자리로 옮길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 경우 쿠글러 전 이사의 후임 자리는 다시 공석이 되고 맬패스 전 총재가 유력 후보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