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근로자 생계 보호 위한 '선보장 제도' 도입 촉구
![22일 국회 본관에서 국회예산정책처·고용노동부, 김태선·김태년·박해철·박홍배·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주최로 '산업재해 보상보험 정책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출처=국회사무처 사진팀]](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9614_696754_4548.jpg)
국회예산정책처 안태훈 예산분석관은 산업재해 보상보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보장 제도' 도입을 제언했다. 이는 산재 승인 지연 기간 동안 상병수당 수준의 급여를 우선 지급하고, 추후 승인 여부에 따라 정산하는 방안이다.
이 같은 제언은 지난 22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산업재해 보상보험 정책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예산정책처, 고용노동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우리나라는 상병수당 제도가 미비하여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거나 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소득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상병수당을 통해 산재 승인 전 근로자의 소득을 보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상병수당은 근로자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경제활동이 불가능할 때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현행 산재보험은 처리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근로자들이 제때 보상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업무상 질병의 산재 인정까지 평균 227.7일이 소요되었으며, 최대 처리 기간은 1829일에 달했다. 최근 5년간 산재 승인을 기다리다 숨진 노동자는 149명으로 집계됐다.
안 분석관은 산재 처리 기간을 단기간 내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으며,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본격 도입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행 제도만으로는 소득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로자 생계 보호를 위해 승인이 지연되는 동안 산재보험 급여를 우선 지급하는 선보장 제도를 도입하고, 명확한 환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산재가 승인되지 않을 경우 과도한 환수는 근로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산재 판정 절차와 입증책임 구조 개선 방안도 논의됐다. 산업재해에서 업무와 재해 간 상당인과관계 입증이 어렵고 근로자 개인에게 과도한 입증책임이 부과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 분석관은 역학조사에 대한 법적 시행 근거를 명확히 하고, 입증책임을 근로복지공단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제22대 국회에서는 산재처리 지연 시 우선 급여를 지급하고, 조사 및 처리 기한을 설정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고혁진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국장은 선보장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합리적 판정을 위해 업무상 질병과 유해물질 간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연구·조사 자료가 충분할 경우 역학조사 필요성 자문 및 조사를 생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종란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근로복지공단과 산재재심사위원회가 피해자에게 불승인의 고통을 안겨왔다고 지적했다. 업무와 질병 간 상당인과관계가 의학·자연과학적 관점이 아닌 규범적 판단의 영역임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동하 국회예산정책처장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의 현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근로자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