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도 국가 전략산업…불확실성 극복 힘 모아야"

신주식 기자
  • 입력 2025.04.2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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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전쟁 결과 따라 시황 달라져 "불확실성은 가장 큰 리스크"
친환경 규제, 해기사 양성, 디지털화 등 풀어야 할 숙제 많아

박정석 한국해운협회 회장 [출처=해양기자협회]
박정석 한국해운협회 회장 [출처=해양기자협회]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의 99.7%를 담당하는 해운은 반도체 못지않은 국가 전략산업이자 핵심산업입니다. 지정학적으로 미·중·러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해운을 어떻게 육성하고 유지할 것인지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기입니다."

박정석 한국해운협회 회장은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정세 속에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해운업에 대한 전략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대를 250척, 해기사는 5000명까지 늘리겠다는 가칭 '해운법'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정부는 글로벌 '조선 빅3'가 위치한 한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해상 지배력이 점차 강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쇠퇴한 자국의 해운업을 부활시켜 1% 수준에 불과한 글로벌 해운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넓은 땅과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자국 정부의 '제조굴기'에 힘입어 중국 조선업계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의 약 3분의 2를 휩쓸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중국 해운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상당하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해운사의 미국 항만 입항시 높은 항만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견제하겠다는 방침이나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미국 항만에 입항하는 중국 선박이 전체의 39%에 달하는데 이를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코스코(COSCO)와 OOCL이 차지하는 비중만 18% 수준이다.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는 것은 글로벌 해운업계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 불확실성보다 큰 리스크는 없다. 

국내 해운업계도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제재에 맞서 중국이 자국 수출입화물은 자국 건조 선박으로 제한하겠다는 식의 대응에 나선다면 해운시장은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박정석 회장은 "관세전쟁이 글로벌 무역과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해운 시황도 달라지게 된다"며 "경제도 그렇고 해운도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해운업계가 마주한 당면과제도 풀어가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친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대응방안 마련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7~11일 열린 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3)에서 5000톤급 이상 선박을 대상으로 연료표준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2028년부터 시행해 매년 목표치를 높여가는 연료표준제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선박은 온실가스 초과배출량에 따라 톤당 100달러 또는 380달러의 보충유닛을 구매해야 한다. 

HMM과 같은 대형 선사는 자체적으로 친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으나 중소 선사가 대부분인 국내 해운업계는 이를 위해 비싼 친환경 선박으로 선단을 교체할 여력이 없다. 185개 선사가 회원사로 가입된 해운협회는 정부에 중소 선사를 위한 세제조치 등 정책금융이 확대돼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해기사 인력 양성도 친환경규제 못지않게 시급하다. 현재 국내 해운업계에 소속된 해기사는 1만1000명 수준인데 이 중 약 4000명은 외국인 인력으로 채우고 있다. 선박 발주 증가로 인해 10년 후 필요한 해기사는 1만5000명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인데 인구감소라는 국가적 고민과 함께 해기사를 지원하는 청년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일반적인 국민들에게 '선원'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도 고민이다. 과거와 달리 해기사는 4개월 승선해서 근무하면 4개월을 쉬고, 6개월 근무하면 6개월을 쉬는 방식으로 근무한다. 선박의 자동화가 많이 이뤄지면서 위험하거나 힘든 일도 상당히 줄었고 급여조건도 국내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까지 높아졌다. 

디지털화 및 인공지능(AI) 도입도 해운업계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특히 이와 관련한 표준화 작업이 조속히 이뤄져야 향후 국내 선사들의 디지털화·AI 도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일부 선사들이 디지털 표준화를 추진하고 AI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는데 해운협회는 이들 선사의 방향을 파악해 정책화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선박운항데이터의 데이터베이스화를 목표로 선사들 간 협의에 나서고 있다. 각 선사는 운영하는 선박들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선사들이 공유한다면 부품 교체주기나 필요한 부품을 어느 선사가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만큼 선박 운영에 있어 효율성이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선사들이 이와 같은 데이터를 공유하겠다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효율성 있는 데이터로 정제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도 구축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비용도 필요로 한다. 

박정석 회장은 "플랫폼 구축의 주체를 정하는 것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운항데이터가 잘 만들어져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구축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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